컨텐츠 바로가기

11.22 (금)

이슈 오늘의 외교 소식

전직 외교부 수장 4인의 조언…"외교는 전쟁 막는 수단"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the300]

머니투데이

[서귀포=뉴시스] 우장호 기자 = 30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 '제19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서 제주평화연구원 주관으로 전직 외교부 장관 4명이 참석한 '글로벌 중추국가 구상의 실현을 위한 지혜' 특별세션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좌장 손지애 외교부 문화협력대사, 송민순, 유명환, 김성환,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2024.05.30. woo1223@newsis.com /사진=우장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외교는 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수단이다. 외교에 실패하면 전쟁이다. 국민에게 외교의 중요성을 알려야 한다."(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외교가 실패하면 전쟁이지만 그 전쟁을 끝내는 것도 외교다. 군사만 앞세우지 않는 외교를 해야 한다."(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

30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 제19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서는 전직 외교부 장관 4인이 현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 외교가 추구해야 할 방향에 대한 제언을 내놨다. '글로벌 중추국가 구상의 실현을 위한 지혜'를 주제로 진행된 이번 특별 세션에서는 송민순(34대)·유명환(35대)·김성환(36대)·윤병세(37대) 전 외교부 장관이 토론자로 참석했으며 손지애 외교부 문화협력대사가 좌장을 맡았다.

첫 발언자로 나선 윤병세 전 장관은 지난해 만난 EU 대사가 "Fire everywhere. (온 사방에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수 십 년에 걸쳐서 벌어질 일들이 수 년 내에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세계 질서 역시 양극화를 넘어 파편화, 다극화 되고 있다며 "정작 새로운 질서는 확립되지 못했고 누구도 세계가 어떻게 나아갈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명환 전 장관은 일본의 최근 변화에 주목했다. 유 전 장관은 "일본은 방위비 지출 규모가 GDP(국내총생산) 대비 1%를 넘긴 적이 없었는데 최근에는 2%를 넘기려고 하고 있다"며 "최근 미국과 일본이 오키나와 근처에서 공동 상륙작전을 펼친 것 역시 일본 스스로 국제 정세 속에서 역할하고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 전 장관은 한국이 동북아 질서 속 어디에도 기울어지지 않은 균형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이른바 '균형자론'에 대해 "한국이 처한 지정학적 상황을 고려하면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네 개 국가와 동일한 관계를 갖기는 쉽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균형이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졌을 경우 전체 세력 구도가 변화했을 때 균형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인데 한국이 과연 그런 위치에 있느냐"고 반문했다.

유 전 장관은 또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나섰던 것은 전략적 결단이었다고 생각한다"며 "그 기세가 한미 정상회담, 그리고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김성환 전 장관 역시 "북한의 핵실험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우리도 핵우산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다만 이 과정에서 중국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전 장관은 "중국에 대한 수출은 줄어드는데 수입은 증가하고 있다"며 "수입하는 물품 또한 우리 주력 수출품의 주요 중간재이기 때문에 중국과의 관계를 세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 전 장관은 현재 한국이 북한 이슈에 매몰돼있는 경향을 짚으며 글로벌 중추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달라진 우리 위상에 맞게 글로벌 사회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전 장관은 "이런 관점에서 윤석열 정부가 공적개발원조(ODA)를 대폭 증액한 것은 한국이 중추국가를 추구하는 데 매우 적절한 정책이었다"고 평가했다.

송 전 장관은 다만 북한과의 관계가 악화돼 한반도가 위험해지지 않도록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송 전 장관은 "미중 관계나 현재의 세계 질서 외에 북한도 의지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남북관계가 개선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북한이 위성 발사를 성공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한반도 문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귀포(제주)=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