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C-Rio의 Carlos Viana de Carvalho 교수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4년 BOK 국제컨퍼런스(세션1)」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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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가 실질금리(명목금리-물가상승률) 하락세를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30일 카를로스 카르발류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가톨릭대(PUC-Rio) 교수는 한국은행에서 열린 ‘BOK 국제 컨퍼런스’에 참석해 ‘인구구조와 실질금리: 국가별 추이 분석’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이 국제개발협력기구(OCED) 19개국 데이터를 토대로 모의실험을 진행한 결과, 실질금리는 1990년대 이후 하락세를 나타냈다.
특히 ‘고령화된 국가(노동인구 증가율이 낮고 부양비가 높은 국가)’에선 ‘젊은 국가(노동인구 증가율이 높고 부양비가 낮은 국가)’보다 실질금리가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기대 수명이 증가하고 노동인구가 줄어들면 경제주체가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릴 유인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박웅용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노동인구 감소가 기대수명 증가보다 실질금리 하락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실질금리 하락세가 장기화하면 경기 전반의 활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본다. 금리가 장기간 낮게 유지돼 수익성이 낮은 프로젝트에 자금이 몰리는 등 자금배분 효율성이 낮아질 수 있고, 자산가격 버블 발생 위험이 커지는 부작용도 존재한다. 박웅용 교수는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0.72명을 기록한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인구구조 변화를 되돌리기엔 이미 늦은 시점이라, 변화에 맞춘 전환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짚었다.
다만 주요국 실질금리는 최근 2년간 반등하는 모습을 나타낸 바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주요국에서 고물가에 대응해 긴축적 통화정책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립금리가 함께 상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주제도 학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중립금리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결정 시 참고하는 준거 금리로,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잠재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는 이론적 금리 수준을 의미한다. 중립금리 수준이 높아졌다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선 기준금리를 더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토마스 요르단 스위스 중앙은행 총재가 30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BOK 콘퍼런스에서 정책 관련 대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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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조연설을 맡은 토마스 요르단 스위스 중앙은행 총재는 “중립금리가 재상승하고 있는지 판단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라며 “낮은 잠재성장률, 기대수명 증가 등 실질금리를 낮추는 요인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비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나면서 저축률이 줄어들고, 신기술에 따른 생산성 향상 등 실질금리를 높이는 요인도 혼재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토마스 요르단 총재와의 대담에서 “한국의 기준금리(현 3.50%)는 중립금리보다 위쪽에 위치하고 있다”며 “근원물가(변동성 큰 식료품·에너지 제외)가 하락하는 기조에 있다는 점 등을 참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은의 통화정책이 긴축적인 수준에 있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한은은 금융안정을 고려한 중립금리도 추정하려고 한다”며 “금융안정을 고려한 중립금리는 물가안정만을 고려한 중립금리보다 살짝 높게 나타난다”고 평가했다.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상황까지 고려한다면 이론적으로 통화정책을 더 긴축적으로 운용해야 하는 셈이다. 한은은 31일 이어지는 컨퍼런스에서 한국의 장기 중립금리 추정치를 발표한다.
이날 컨퍼런스에는 루드비히 슈트라웁 하버드대 교수, 티아고 페레이라 미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그룹 매니저 등도 참석해 논문을 발표했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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