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어민 "원정대 구성, 단체조업 강행"…해경·해군도 "선박 배치 늘릴것"
필리핀 어선을 막아선 중국 해경선 |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중국이 남중국해에 일방적으로 연례 어업 금지 조치를 발령하고 이 해역에 진입하는 외국인을 구금하기로 하자 필리핀 정부와 어민들이 이를 거부하겠다고 나섰다.
급기야 분노한 필리핀 어민들이 단체로 원정대를 결성, 영유권 분쟁 해역에서 어로 작업을 강행하기로 해 중국이 이들을 체포할 경우 양국 충돌이 격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30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인콰이어러에 따르면 필리핀 어민연합 '파말라카야'는 전날 성명을 내고 중국의 남중국해 어업 금지 시행을 거부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이런 뜻을 명확히 하기 위해 대표적인 영유권 분쟁 해역인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黃岩島) 인근으로 단체 원정대를 보내 조업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어민 약 40명, 어선 20여척으로 구성된 원정대가 스카버러 암초에서 약 35∼55㎞ 떨어져 있는 조상 대대로 물려 내려온 어장에 가서 물고기를 잡을 계획이라고 이 단체는 전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동료 어민을 향해 "서필리핀해(필리핀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해역의 필리핀명)에서 우리의 권리를 위한 집단적 어로 활동을 지지하고 참여할 것을 권장한다"고 호소했다.
앞서 중국은 자국이 영유하는 남중국해 해역에 침입하는 외국인을 중국 해경이 최장 60일간 구금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내달 15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또 남중국해 일부 해역에 대해 이달 1일부터 9월 16일까지 약 넉 달 반 동안 어업 금지 기간(금어기)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에 필리핀 정부는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일방적으로 포함한 중국의 이들 조치는 근거가 없는 것이므로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뚜렷이 했다.
필리핀 수산청(BFAR)은 중국 측 조치를 인정하지 않고 필리핀의 EEZ에서 순찰 등 기존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니자리오 브리게라 수산청 대변인은 "서필리핀해에서 어업을 금지하겠다는 중국의 일방적 선언을 인정하지 않으며, 따라서 이제 아무도 수산청의 합법적 임무와 어민들을 포함한 우리의 활동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필리핀 해경 대변인인 제이 타리엘라 준장도 중국의 어업 금지 조치에 맞서 해경과 필리핀군, 수산청이 스카버러 암초에 선박 배치를 늘릴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와 관련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전날 국빈 방문 중인 브루나이에서 중국 측의 행동에 대해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이라면서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마르코스 대통령은 "중국의 공격적인 조치를 막기 위해 중국과 어떤 접점이라도 활용할 것"이라면서 필리핀 어민들이 남중국해에서 어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어민 개인들도 중국의 으름장에 상관없이 남중국해에서 계속 물고기를 잡겠다는 분위기다.
필리핀 북부 루손섬 동해안 잠발레스주의 어선 선장 조엘 바닐라(39)는 인콰이어러와 인터뷰에서 그의 일행 15명이 최근 스카버러 암초 근처에서 중국의 차단을 뚫고 조업하는 데 성공한 뒤 지난 28일 무사히 돌아왔다고 밝혔다.
다른 어민 이언 재스퍼 타비오스(40)도 스카버러 암초의 상황이 나빠지고 있어 두렵다면서도 "날씨가 나쁘지 않으면 이제 그곳에 다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필리핀 정부·민간이 일제히 중국 측 조치를 거부하겠다고 나선 데 대해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번 조치가 법 집행을 정상화하고 해상 법질서를 옹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오 대변인은 전날 언론 브리핑에서 "어느 개인이든 단체든 불법 행위를 하지 않는 한 걱정할 필요가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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