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각) 한 팔레스타인 피란민 여성이 이집트와 접경한 가자 최남단 라파흐의 국경 인근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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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방위군(IDF)이 이집트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접경 지역에 있는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략적 통로’를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 통로에서 무기 밀수에 활용된 터널 수십 개를 발견했다는 주장이다.
29일(현지시각) 다니엘 하가리 군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지난 며칠 동안 이스라엘군이 이집트와 라파흐 국경에 있는 필라델피 통로를 전략적 통제하는 성과를 이뤘다”며 “이 통로는 하마스가 가자로 무기를 밀수하도록 하는 산소 줄로 꾸준히 활용됐다”고 말했다. 하마스가 통로 내부에 터널을 만들어 무기와 각종 물품을 반입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곧 이집트가 하마스의 무기 밀수를 방관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 이집트와 이스라엘 간 관계 경색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낳는다.
필라델피 통로는 가자 지구와 이집트를 연결하는 폭 100m, 길이 14km 통로다. 이스라엘과 이집트가 설치한 비무장 지대의 일부로 양국이 맺은 협정에 따라 각자 현지에 최소한의 병력을 배치하고 그 규모는 합의로 조정하게 돼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익명의 이스라엘 당국자는 자국군이 필라델피 통로를 통제하면서 터널 약 20개와 터널 진입로 82곳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터널이 최근까지도 사용됐는지는 불분명하다.
하마스는 2007년 6월부터 가자 지구를 장악하면서 이집트와 접한 국경을 통제해왔다. 그해 9월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적대적 존재로 여기면서 가자 지구 출입을 엄격히 제한했다. 이에 따라 가자 지구의 민생 경제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지하 터널 경제가 태동했다. 하마스는 이 터널로 장비와 무기를 밀수했고, 주민들은 가축부터 공사 장비 등 생활필수품을 들여왔다. 2013년까지만 하더라도 이집트가 이를 묵인했지만, 쿠데타 발생 뒤인 2015년 군부는 터널을 엄중 단속, 폐쇄했다. 이후 10년 가까이 가자 경제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이집트 당국은 이 통로 내부 터널이 하마스의 밀수 경로로 활용됐다는 이스라엘군 주장을 곧바로 반박했다. 이집트 고위 소식통은 이스라엘 쪽 주장이 “진실이 아니다”라면서 “이스라엘은 자국군의 라파흐 지상 작전 상황에 대해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고 국영 카헤라 뉴스가 전했다. 이뿐 아니라 이스라엘은 통로 장악 사실을 알렸다고 설명하지만 이집트 소식통은 “의사소통이 없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차히 하네그비 이스라엘 총리 안보 보좌관은 이날 공영 라디오 방송에 나와 전쟁이 조만간 끝날 거라는 일각의 기대를 일축하면서 연말까지 전쟁이 계속될 거라고 말했다. 그는 하마스의 군과 통치 능력, 이슬라믹 지하드 그룹을 파괴하기 위해 향후 “7개월” 동안 전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군은 올해를 전쟁의 해로 정했다고 덧붙였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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