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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취재파일] ①서둘렀던 해병대 대질…경찰 수사에 쏠린 이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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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6월 수사 결과 발표에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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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병대 1사단 7여단장(왼쪽)과 포병11대대장(오른쪽)

지난 19일 오후 1시,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해병대 1사단 산하 7여단장과 포병11대대장을 불러 13시간가량 대질 조사를 벌였습니다. 채 해병이 급류에 휩쓸려 숨지게 된 원인과 관련해, '입수(入水)'와 '수색'을 누가 지시했는지 가리기 위해서입니다. 해병대 지휘부의 업무상과실시차(이하 업과사) 혐의 사건에서 여단장과 대대장에 대한 대질 조사는 10개월 만에 처음이었으며, 법적 책임 소재를 여단장과 사단장에게 물을 수 있을지 가려낼 분수령이었다는 점에서 경찰 수사팀에게는 이 대질 조사가 의미 있는 절차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둘렀던 대질 조사



경찰은 이 대질 조사 일정을 언제, 어떤 과정을 거쳐 확정했을까요. 경찰 수사팀이 7여단장과 포병11대대장의 대질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뒤 양측을 통해 일정을 처음 조율하기 시작한 건 지난 13일(월) 오후 무렵입니다. 지난 13일 오후 4시쯤, 경찰 수사팀의 한 수사관은 7여단장 측과 포병11대대장 측에 대질 조사 일정과 관련해 '6월 초순이 어떻겠느냐'라는 취지로 의견을 전달했고 양측과 조율 끝에 6월 7일로 대질 조사 일정을 합의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그런데 30여분 후인 같은 날 오후 4시 반쯤, 경찰 수사팀은 양측 변호인에게 '6월이면 너무 늦다. 일정을 좀 더 앞당겨야 한다. 이번 주(13일~17일)는 어떻겠느냐'라고 다시 의견을 전했고 양측 변호인과 조율한 끝에 5월 19일(일요일) 오후 1시로 합의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기 이틀 전입니다.

통상 대질 조사는 양측 피의자와 그 변호인 등 4명의 일정을 고려해야 하는 점 때문에 급박하게 일정을 정하거나 일정을 다시 조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대질 일정 조율을 담당했던 경찰 수사관은 양측 변호인들에게 '변호인이 없이 진행해도 되지 않겠느냐'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지며, 이와 관련해 피의자 측 변호인은 "변호인 없이 진행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대질 조사를 상당히 서두르는 감이 없지 않았다. 일정을 20일가량 앞당긴 건 통상적이지는 않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경찰 수사팀 관계자는 "구체적 조사 일정 조율 내용은 확인해드릴 수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왜 서둘렀을까…그렇다면 대질 내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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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은 너무 늦다며 19일 앞당긴 대질 조사에서 경찰 수사팀은 대체 어떤 부분을 규명하고 싶어했을까요. 양측 변호인을 통해 조사 내용을 파악해보면, 임성근 전 사단장과 여단장의 전파‧지시 내용에 '수중' 또는 '물 속'이란 단어와 내용이 포함돼 있었는지 여부에 방점이 찍혔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숱한 구체적 지시가 하달되고 이에 대한 피드백이 오갔지만 명시적으로 '너네 물에 들어가라'라고 지시하거나 '수중 수색'을 지시하지 않았으니 법적 책임 또한 없다는 게 여단장과 사단장의 주장 내용입니다.

이에 대해 11대대장은 수변을 전제로 지시를 하달받았고 본인 또한 7대대장에게 똑같이 전파했다고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의아하긴 합니다. 그간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로 공방을 벌여왔었는데, 막상 대면해서는 서로 얼굴을 붉히기는커녕 서로 지시 내용과 전달 내용이 일치한다고 일관되게 진술을 했기 때문입니다. 양측은 또 채 해병이 사고를 당하기 전날 저녁(2023년 7월 18일) 식사 자리에서 나눴던 '무릎 아래'냐 '허리 아래'냐의 대화 전제 자체도 '수변'이었다고 인정했습니다. 무언가 매끄럽게 연결되지는 않는 흐름입니다. 11대대장의 해병대 수사단 당시 진술 내용을 보면 더욱 그러합니다. 11대대장은 지난해 7월, 해병대 수사단 조사에서 "수변 수색활동이 원칙이고 입수는 금지하나 의심지역 수색 필요시 장화 착용 높이까지는 들어갈 수 있다는 명확한 지침과 지시를 받았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이에 대해 7여단장 측은 "11대대장은 최초 진술부터 수중 수색 지시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했으며, 해당 진술에도 수중 수색이라는 단어는 없다"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일반 국민들 시선에서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위 대질 내용만 놓고 보면 '이거 서로 합의하려고 대질한 것인가? 11대대장의 진술 태도가 바뀐 것인가?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것인가? 그렇다면 경찰이 어느 정도 결론은 내린 상태인 것일까?'라는 식으로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서둘렀던 대질 조사치고는 그 내용과 결론이 명쾌하다는 인상을 받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앞서 11대대장은 대질 조사 전 SBS와 통화에서 "제가 입을 열면 아랫사람들까지도 다치기 때문에 그런 상황으로까지 확전하는 건 원치 않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7대대장은 정신과 약물 치료를 받다가 입원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대대장들은 명쾌한 해명을 내놓고 있지 않습니다. 사단장과 여단장의 진술과 해명에 수긍하는 방향으로 진술하고 있고, 때문에 법적 책임을 놓고 대대장들이 집중 포화를 받는 상황입니다.

경찰 수사팀 입장에서는 필요한 조사였겠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지 10개월 만에 이제야 이걸 조사한 것이냐고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도 분명 존재합니다. 경찰 수사팀 관계자는 "그간 50~60명에 달하는 참고인과 피의자를 절차대로 불러 조사했다"며 늑장 수사처럼 비춰지는 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습니다.

여단장과 사단장은 왜 수변과 수중을 구분하려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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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해병 관련 경찰 수사를 다루는 기사에 대해 온라인 댓글을 살펴보면 '폭우로 물이 불어났고 물에 몸을 담가서 수색할 수밖에 없는데 대체 수변 수색인지, 수중 수색인지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이 꽤 발견됩니다.

법적 책임을 가리는 수사팀 입장에서는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전제에 해당하며, 여단장과 사단장 입장에서 또한 혐의 유무를 가리기 위한 주요 기준에 해당합니다. 이 부분과 관련해 여단장은 경찰 조사에서 '비가 많이 와서 물이 불어났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수풀이 있는 수변을 넘어서까지 수색해서는 안 되고 수색 범위는 물이 차 있는 수변까지로 한정돼 있었다'라며 수색 범위의 제한선이 있었다는 점을 거듭 부각해서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을 인정하더라도 채 해병 실종 2시간 40분 전, 7대대장과 7여단장이 나눈 아래의 통화 내용을 보면 '수중 수색'을 인지하고 이를 전제로 대화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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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대화에 대해 대대장 측은 공보자료 촬영을 위한 목적이었다는 취지로 해명합니다. 설령, 수변 수색을 지시했다는 주장(진술)이 틀리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 당시 폭우가 이어져 물살이 거셌다는 점(사고 지점 유속은 약 2km/h로, 급류 기준치 1.85km/h 보다 높았던 것으로 해병대 수사단 보고서에 적시) 그리고 ▲ 하루 전인 7월 18일, 여단장의 수색 철수 요구가 있었는데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점에 비춰보면 좀 더 적극적인 대처를 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입니다. 여단장과 사단장의 방어논리가 자신들이 '수중 수색을 지시하지 않았다'라는 부작위를 입증하는 데에 그칠 것이 아니라 좀 더 적극적으로 현장을 점검하고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던 '부작위'에 대한 책임도 수반돼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법적으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적용을 위해서는 상급자 지시와 입수 경위 그리고 사망의 인과관계가 보다 명확히 규명돼야 하기 때문에 경찰은 여단장과 사단장의 행위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법리 검토를 하며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야구로 치면 9회 말…경찰 수사에 주목하는 이유



경찰은 최근 육군 교범과 해병대 교범까지 확보해 바둑판식 수중 수색 지시의 타당성 여부를 따져보는 등 막바지 법리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채 해병 수사를 가리켜 야구 경기에 빗대 표현했습니다. 전반과 후반 경기 시간이 제한된 농구나 축구와 달리 매 이닝마다 사력을 다해야 하는 야구 경기와도 유사하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9회 말부터도 1시간을 더 할 수도 있다"라며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내비쳤습니다. 9회 말부터 1시간을 더 할 수도 있다는 건 여단장과 사단장 등을 송치할지 여부를 놓고 그만큼 치열하게 고민 중이라는 뜻으로도 읽힙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나중에 수사팀이 책임져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진중하게 진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관심은 임성근 전 사단장과 7여단장을 송치 대상에 포함시킬지 말지 여부에 쏠려 있습니다. 만약 경찰 수사팀이 이들 두 명 또는 두 명 중 한 명이라도 송치 대상에 포함할 경우 박정훈 전 수사단장의 수사가 지지 근거를 얻게 되고 '수사 외압' 논란과 더불어 특검 요구도 거세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들 두 명이 송치 대상에서 제외된다면 국방부 조사본부의 해명이 힘을 얻게 될 수 있습니다. 해당 사건은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인 만큼, 경찰은 이르면 다음 달 수사 결과를 브리핑 할 가능성이 큽니다.

해병대 수사단 보고서에도 적시돼 있듯이, 채 해병이 입수한 지점은 경북 예천군 호명면 황지리에 있는 '보문교' 교량 남단 약 100m 지점 내성천 '수중'입니다. 해당 지점은 발 아래 지반이 불안정해 안전 장비 없이 수색하는 건 매우 위험합니다. 대체 이걸 누가 지시했는지를 밝혀내는 것, 국민들은 이 부분을 제일 궁금해 할 겁니다. 경찰이 수사 결과 브리핑을 하게 될 경우 이 내용이 꼭 포함돼야 할 것입니다. 포함하기 어렵다면(단정하기 어렵다면) 충분히 판단할 근거들을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또 현장에서 대체 어떤 지시가 내려졌고 그렇다면 병사들과 물리적으로 가장 밀착했던 중대장과 부사관들은 어떤 근거로 어떤 판단을 내렸으며 사전에 수색 인근 지역 정찰을 충분히 한 것인지 여부까지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부분입니다.

배준우 기자 gat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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