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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특파원 리포트] ‘알테쉬’가 무서운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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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00년 3월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이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학대학원(SAIS)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당시 그는 "중국 당국이 인터넷을 단속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24년 지난 현재 중국은 전 국민들의 온라인 이용을 상시 추적하는 온라인 '감시 장벽'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CS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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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이토록 집요할 줄 미국은 몰랐다. 2000년 3월, 빌 클린턴 대통령은 연설에서 “중국 정부가 자국민들의 인터넷 사용을 검열하겠다고 한다. 행운을 빈다”고 비꼬았다. 황당하다는 듯 청중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 직후 그는 미 정가에서 두고두고 회자되는 발언을 내놓는다.

“젤리를 벽에 못 박겠다는 것 아니냐.” 급속도로 팽창하는 온라인을 단속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뜻이었다. 확신에 찬 표정으로 “중국 인터넷 주소 수가 900만개”라며 “전화 모뎀을 통해 (중국에서) 자유가 확산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중국의 인터넷 주소 수는 3900억개다. 24년간 4만2000배 늘었다. 모뎀은 광케이블로 바뀌었다. 그러나 중국의 독재 체제를 변화시키는 데 실패했다.

민주·공화 소속 정당을 불문하고 미 지도자들은 인터넷 기술 발전이 중국의 내부 시스템도 함께 개혁할 거라고 믿었다. 아들 부시는 2002년 “중국은 인터넷의 정보 흐름을 통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7년 뒤 오바마도 중국을 찾아 인터넷을 통한 ‘개혁’ ‘개방’을 이야기했다. 미국이 20년간 낙관하는 동안 중국은 은밀하게 반대로 갔다.

1990년대 중반부터 중국은 전 국민을 ‘상시 감시’하겠다는 목표를 이행하고 있었다. 자국민들의 온갖 온라인 정보를 취합했고, 해외 사이트 접속을 틀어막았다. 이를 통해 개인 이메일과 휴대전화 문자, 웹페이지 방문 기록까지 실시간 감시가 가능한 수준까지 왔다. 중국은 이제 시선을 외부로 돌리고 있다. 다른 나라 국민들 정보를 엿보고, 타국 여론도 조종하겠다는 심산이다.

조선일보

중국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의 최고경영자(CEO)인 추 쇼우즈(왼쪽)가 작년 3월 23일 미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하원이 틱톡의 안보 위협을 논의하려고 개최한 청문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이날 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미국 사용자 정보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접근 가능성과 위험한 동영상이 어린이들에게 미치는 악영향 등에 우려를 제기하며 추 CEO를 몰아붙였다. 이로부터 1년 뒤 미 의회는 틱톡의 미국 사업 매각안을 통과시켰다. /로이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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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미국은 “다시는 오판하지 않겠다”며 벼르고 있다. 미 의회가 지난달 중국 동영상 앱 ‘틱톡’의 미국 사업을 강제 매각하도록 하는 법을 통과시킨 데엔 이런 다짐이 작용했다. 틱톡은 미국인들의 개인 정보를 중국으로 유출한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직후 틱톡서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영상이 과도하게 퍼지자, 반(反)서방 이데올로기를 퍼뜨리는 중국의 ‘선전 도구’라는 대중 인식도 확산하고 있다.

미 의회의 다음 타깃은 중국의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중국 당국이 알테쉬를 통해 미국인들의 데이터를 무차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3억4000만 미국인들 정보를 바탕으로 여론을 감시하고, 중국의 정치·사회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의도다. 저가 공세로 유통 질서를 파괴하고, 유해 상품을 반입하는 것보다 ‘정보 종속’이 더 위험한 지점이라고 미국은 보고있다.

한국 정부도 최근 알테쉬의 공세에 대응하겠다며 대책을 발표했다가 역풍을 맞고 철회했다. 중국발 대형 플랫폼들에 대한 대책이 일차원적 ‘해외 직구 금지령’이어선 곤란하다. 우리 국민들의 민감한 정보가 중국의 손아귀로 향하는 시스템을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 우리는 미국처럼 실수할 여력도 없다.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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