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전, 기자는 육군 병사로 복무하며 대상포진 바이러스에 감염된 경험이 있다. 대상포진은 피부에 두드러기가 생기며 극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질병으로, 그 시절 군복이 피부에 스치는 것만으로도 고통이 엄청나다. 그러나 당시 일병이었던 기자는 병명조차 모른 채 그저 참아야만 했다. ‘짬찌’ 시절이라 아프다고 말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기자의 부모님은 부대로 아기들이 사용하는 파우더를 보내주었지만, 그걸 바르고도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참을 수 없는 통증에 소대장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었고, 소대장은 흔쾌히 외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부대 근처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아 사흘 정도 복용하니 상태는 금세 호전되었다. 또한 당시 기자는 40명이 한 내무실을 쓰는 구 막사에서 생활했는데, 실세 선임병이 특별히 편의를 봐주었다. 이러한 배려 덕분에 기자는 건강을 회복하고 더욱 열심히 군생활을 할 수 있었다.
이후 기자는 무사히 전역했고, 당시 소대장, 중대장과 선임들의 배려는 지금까지도 고마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처럼 군 생활 중 겪은 어려움 속에서도 상급자들의 배려와 이해가 큰 힘이 되었다.
며칠 전, 육군 12사단에서 입대한 지 9일 된 훈련병이 군기 훈련을 받다가 숨졌다는 비보를 접했다. 이는 참으로 비극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기자의 경험을 떠올리면, 입대한 지 9일 된 훈련병은 아직 군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사회인에 가깝다. 군복을 입는 것조차 익숙하지 않았을 훈련병이 죽을 정도로 군기 훈련을 받았다는 사실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기자의 경우, 상급자들의 배려와 이해 덕분에 병을 극복할 수 있었고, 군 생활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만약 이번 사건에서도 지휘관의 배려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군대는 엄격한 규율이 필요하지만, 그 속에서도 인간적인 배려와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사건은 군대 내에서의 배려와 소통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12사단 훈련병의 죽음은 단순한 사고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와 지휘관의 배려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 군대 내에서의 인권과 배려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앞으로는 이러한 비극이 두번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군대 내 문화와 시스템이 개선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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