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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숨진 훈련병 속초의료원 도착했을 때 다발성 장기부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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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군 초동대처 미흡했던 것으로 보여"

중앙일보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28일 오후 전남 나주시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군기훈련 사망 훈련병'의 빈소를 조문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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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기훈련(얼차려) 중 쓰러져 숨진 육군 훈련병이 속초의료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여러 군데의 장기에 손상이 발생한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응급의학 전문가들은 "열사병으로 쓰러진 훈련병에 대해 군에서 초동 대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한다.

훈련병 A씨는 지난 23일 오후 5시20분쯤 강원도 모부대에서 군기 훈련을 받다가 쓰러졌다. 군의관의 지시로 신병교육대 의무대에서 수액을 맞았다고 한다. 이미 이 무렵에는 열사병으로 인해 A씨의 체온이 급격히 올라있던 시점이었다고 한다.

군 당국은 군의관이 탑승해 군 차량으로 강원도 속초시의 속초의료원으로 A씨를 이송했다. 오후 6시 45분께 도착했다고 한다. 이 병원 관계자는 "병원에 도착했을 때 엄청나게 고열에 시달리는 상태였다"며 "이미 상태가 상당히 나빠져 있었고, 여기저기 장기에 문제가 생긴 다발성 장기 손상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심장 상태도 안 좋았고, 혈중 산소 농도가 떨어져서 쇼크가 빠져서 우리 병원으로 왔다"며 "기초적인 검사를 했지만 중증 상태라서 손 쓸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여기저기 큰 병원을 알아보다가 강릉아산병원으로 보냈다"고 말했다. 여기에서도 전원할 데를 찾느라 시간이 지체됐다고 한다.

A씨는 군 차량에 실려 이날 오후 9시40분에 강릉아산병원에 도착했다. 체온이 40도에 육박했고 의식 불명 상태였다고 한다. 근육형성지표(CPK)도 2만 U/L(리더당 단위)을 훌쩍 넘었다. 이 정도 수치면 횡문근융해증에 해당한다. 200~300이 정상이다. 스피닝 같은 무리한 운동, 음주, 화상, 수술, 감염 등으로 근육 세포가 괴사하거나 파괴되는 병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열사병이 진행되면 이후에 나타나는 대표적인 병이 횡문근융해증이다"라면서 "사망의 원인 질병이 열사병으로 추정되며 횡문근융해증은 관련 원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문의는 "열사병에 걸리면 체온을 떨어뜨리는 중추신경이 마비돼 체온이 내려가지 않는다"며 "초기에 옷을 벗겨서 얼음 등으로 체온을 내리는 응급조치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훈련병이 쓰러진 후 2시간여 만에 속초의료원에 도착했다는데, 초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고열로 인해 인체의 여러 장기가 손상을 입게 됐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다른 응급의학 전문의는 "열사병은 군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온열질환이다. 지휘관이 대처요령을 숙지하고 있어야 하고 매뉴얼도 구비해야 하는데 그런 점이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정도의 환자가 발생했으면 군 헬기로 국군수도병원이나 민간상급종합병원으로 이송했어야 하는데, 군 차량으로 이송했다는 게 이해가 잘 안 된다"고 덧붙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A씨 부검에 들어갔다. 국과수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사인이 나오지 않았다. 조직 검사 등 여러 가지 검사를 해봐야 한다. 병원 기록을 받아서 함께 검토해서 사인을 찾아낼 것인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수정=위 기사는 29일 오전 5시에 최초 출고됐습니다. 당시 기사는 ‘훈련병 A씨는 지난 23일 오후 4시30~40분에 강원도 모부대에서 군기 훈련을 받다가 쓰러졌다. 군 당국은 군의관을 수배하는데 시간이 꽤 지체된 것으로 알려졌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의료계를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된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날 오후 육군 측은 A씨가 쓰러진 시각이 5시20분이며, 군의관이 A씨에게 수액을 맞추며 체온을 낮추는 조치를 취한 후 이송했다는 주장을 알려왔습니다. 이에 따라 해당 내용을 ‘훈련병 A씨는 지난 23일 오후 5시20분쯤 강원도 모부대에서 군기 훈련을 받다가 쓰러졌다. 군의관의 지시로 신병교육대 의무대에서 수액을 맞았다고 한다’는 것으로 바꿔 29일 오후 7시20분에 재출고하였습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장주영⋅황수연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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