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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생산∙소비∙투자 트리플 감소…내년 韓경기 저성장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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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업 활동을 구성하는 생산‧소비‧투자가 지난달 일제히 감소했다. 지난 5월 이후 5개월 만이다. 특히 내수 부문의 '아픈 손가락'인 소매판매와 건설업 분야에 ‘경기 혹한기’가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대외 환경도 녹록지 않아 구조적 저성장 우려가 나온다. 그럼에도 정부는 "완만한 경기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낙관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달 민간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4% 감소했다. 소매판매는 2개월 연속으로 줄어드는 중이다. 구체적으로 의복 등 준내구재(4.1% 증가)와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0.6% 증가) 판매는 늘었지만, 가전제품 등 내구재(5.8% 감소) 판매가 감소했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로도 8개월 연속 감소를 유지하며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업은 6개월째 악화



중앙일보

김경진 기자


민간 소비는 전반적인 수준으로 봐도 위축된 상황이다. 소매판매액지수(2020년=100)는 지난달 101.1로, 2020년 10월(101.6) 이후 같은 달 기준으로 최저 수준이다.

국내 산업 생산도 두 달째 감소하고 있다. 지난달 전체 산업의 생산은 전월 대비 0.3% 감소했다.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업의 생산이 4% 줄며 산업 생산의 마이너스(-)를 이끌었다. 건설업 생산은 6개월 연속 감소를 기록하는 중이다. 건설업 생산이 6개월 이상 줄어든 것은 2008년 1~6월 이후 16년 4개월 만이다.

투자 부문에서도 건설업의 부진이 드러난다. 건설업체의 공사 실적을 나타내는 건설기성 지표는 토목(-9.5%)과 건축(-1.9%) 실적이 줄며 전월 대비 4% 감소했다. 건설업 생산과 마찬가지로 반년째 내리 감소하고 있다. 건설기성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도 9.7% 줄어든 상태다. 지난달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5.8% 감소, 전년 동월 대비로는 5.8% 증가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 회복세가 미약하고, 건설투자는 전보다 더 안 좋아지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조 연구위원은 “설비투자는 잠시 개선 조짐이 있었는데, 선행지표라고 할 수 있는 ‘기계 수주’가 악화해서 이 또한 안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 기계 수주는 시차를 두고 향후 설비투자에 반영되는 경향이 있는데, 지난달에는 전년 동월 대비 10.6% 감소했다.



“내수 회복 예상보다 더뎌”



중앙일보

지난 19일 전북 전주 남부시장 인근 도깨비시장이 한산한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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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4분기 시작부터 생산·소비·투자가 '트리플 감소'한 것은 내년 이어질 저성장의 예고편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앞으로의 경기 국면을 예고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1포인트 하락했다.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3~9월 내리 하락하다 지난달에야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건설 경기 부진이 동행지수 개선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이렇게 이어지는 내수 부진은 국내외 주요 기관이 내년 한국 경제를 어둡게 전망하는 데 근거가 되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은 28일 내수 부진의 영향을 언급하며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잠재성장률(2%로 추정)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1.9%로 낮춰 잡았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이날 "한국의 내년 거시 경제가 달러 강세와 관세의 불확실성 등으로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수출과 산업생산 성장 속도가 줄어들면서 경제성장률 둔화가 전망된다"며 내년 한국 주식시장 전망에 대해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하기도 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8.76포인트(1.95%) 내린 2455.91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은 16.20포인트(2.33%) 내린 678.19에 거래를 마쳐 더 큰 낙폭을 기록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긴 했지만, 그동안 누적된 금리 부담에 내수는 내년에도 당분간 살아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내수 부양을 위해서는 통화정책과 함께 대출규제를 완화하고, 내년 초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는 등의 정책 조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성장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정부 진단은 여전히 긍정인 쪽에 무게를 둔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발간한 공식 경제 진단서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 11월호에서 “완만한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대내외 여건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12월부터 ‘내수 둔화·부진’이라는 평가를 견지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귀범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완만한 경기회복세라는) 흐름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며 "생산은 높은 수준이고 소비·투자 회복 속도는 온도 차가 있는데, 상승 흐름에 있지만 힘이 약해 월별 등락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이날 “내수·민생 회복을 조속히 체감할 수 있도록 정책 대응을 강화하겠다”며 “민생의 어려움이 여전한 가운데, 미국 신(新)정부 출범 등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경제 활력을 높이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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