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칭 ‘MZ조폭(20·30대 조직폭력배를 이르는 말)’으로 불리는 A씨는 병원 광고를 대행해 주는 ‘메디컬 컨설팅’ 업체를 같은 조폭인 B씨와 함께 차렸다. 가짜 환자를 전문적으로 모아주는 기업형 브로커 조직이었다. 이들은 허위 진단서를 발급해 줄 의료진을 섭외한 뒤, 실손보험에 가입한 지인 및 가족에게 접근해 가짜 환자 행세를 권했다.
조폭까지 끼고 허위 수술을 해 수십억 원의 보험금을 타낸 의료진과 브로커 조직이 적발됐다. 28일 금융감독원과 서울경찰청은 ‘기업형 브로커·병원·가짜 환자로 구성된 보험사기 일당’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수도권에서 개인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C씨와 D씨는 A·B씨가 모아온 가짜 환자 260명의 명단을 텔레그램으로 받았다. 이후 이들은 여성형유방증이나 다한증 수술을 했다는 허위 수술기록을 발급해 이들 브로커에게 넘겼다.
심지어 보험사기에 가담한 의사들은 가짜 수술에 처방한 프로포폴·미다졸람·케타민 등 마약성 진통제를 따로 빼돌리거나 투약까지 했다. 보험금 청구에는 유명 보험설계사까지 동원됐다. 해당 설계사는 가짜 환자들의 보험 가입 내용을 분석해 줄 뿐 아니라 보험금을 더 잘 타내기 위해 추가 보험 가입까지 권했다.
이런 방식으로 이들이 환자 1명당 보험사에 청구한 돈은 평균 800만원이었다. 전체 보험금 수령 액수를 합한 금액만 21억원에 달했다. 이렇게 받은 보험금의 절반은 의료진이 나머지의 60%는 브로커, 40%는 환자가 나눠 가졌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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