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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춘향제 악명의 4만원 바비큐 없앤 남원시, 입점 상인 면접까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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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컨설팅 따라 공짜로 부스 임대

면접으로 상인 선정, 재임대 금지

조선일보

제94회 춘향제 이틀째인 지는 12일 전북 남원시 광한루원 인근 먹거리촌에서 상인이 닭구이를 만들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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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릿세 제로 정말 좋네요.”

“다른 축제도 이렇게 변해야 합니다.”

전북 남원시의 지역 축제인 ‘춘향제’는 올해 방문객이 117만명을 기록, 작년(40만명) 대비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작년 음식값 ‘바가지 요금’ 논란으로 외면받을 뻔했던 이 축제가 되살아난 비결 역시 결국엔 ‘음식’이었다.

방송인 백종원에게 컨설팅까지 받아가며 지역 축제 고질병으로 여겨진 ‘자릿세’ 문제를 해결, 음식값을 확 낮출 수 있었다.

그 과정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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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올해 춘향제에서 판매한 6000원 흑돼지 국밥, 오른쪽은 작년 춘향제에서 판매한 8000원 국밥./온라인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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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시는 “이번 춘향제에서 신의 한 수는 단연코 ‘먹거리 부분’이었다”고 평가했다. 먹거리 만족도를 높인 이유로는 ‘자릿세 퇴출’을 꼽았다.

자릿세는 축제 야시장 부스를 빌려 사용하는 일종의 임대료로, 바가지요금의 원인으로 꼽혀왔다.

남원시는 코로나 이전까지 춘향제 야시장 운영 사업을 입찰에 부쳐왔다. 사업권을 따낸 업체는 상인들에게 돈을 받고 부스를 임대하는데, 임대료에는 천막, 현수막, 전기 시설 등 각종 명목의 비용이 녹아들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일쑤였다.

남원시도 이미 이러한 문제를 인지했고, 작년엔 업체 대신 시가 직접 운영을 맡는 개선안을 도입하고, 직접 지역 상인들에게 부스를 임대해줬다. 부스 임대료는 50만원만 받았다.

그랬는데도 결과는 또 다시 실패. 자릿세는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 올랐다.

대신 자릿세를 받는 주체만 바뀌었을 뿐이었다. 부스를 임대한 지역 상인들이, 그 자리를 외지 상인들에게 웃돈(자릿세)받고 다시 빌려준 것이다. 심지어 재임대 과정에서 전문브로커가 끼면서 ‘중개료’까지 더해져, 자릿세가 수백만원대로 치솟았다.

작년 춘향제 방문객들은 축제에서 판매하는 음식이 가격에 비해 양이 적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방문객들은 4만원짜리 통돼지 바비큐를 비롯해 2만5000원 곱창볶음, 1만8000원 해물파전, 1만7000원 닭강정, 8000원 국밥 등의 사진을 공개했고,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춘향제는 ‘바가지 축제’라는 오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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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올해 춘향제에서 판매한 3000원 참나물부추장떡, 오른쪽은 작년 춘향제에서 판매한 1만8000원 해물파전./온라인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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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백종원에게 SOS를 보냈다.

춘향제 먹거리 부스 배치와 운영, 참여 상인에 대한 컨설팅 등을 맡은 백종원은 가격 책정에 앞서 ‘자릿세 퇴출’부터 못박았다. 참여 상인들과 만난 자리에선 “성공적으로 해서 다른 지역이 본받았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컨설팅을 거쳐, 남원시는 올해 춘향제에서 아예 자릿세가 없는 먹거리존을 구성했다. 대신 면접을 통해 부스 운영 상인을 선정했다. 입점권 전매도 금지했다. 까다로운 선정 절차를 거치다 보니 부스 운영권을 외지 상인에게 되파는 사례가 지금까지 보고되지 않았다.

그 결과 먹거리 가격이 확 낮아졌다.

1만5000원 직화구이 통닭부터 7000원 크림새우, 4000원 잔치국수, 3500원 떡볶이, 3000원 부침개 등 작년과 비교해 음식값이 저렴해졌다. 또 3500원 파프리카 소시지와 닭꼬치, 6000원 지리산 흑돼지 국밥과 반미 등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먹거리도 호평을 받았다. 이 밖에 남원 지역 막걸리 1병이 식당 판매 가격의 절반 수준인 2000원에 판매됐다.

방문객들은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음식들을 맛볼 수 있어 좋았다” “첫날에 다녀왔는데 부모님 모시고 한번 더 방문할 생각” “사진 보고 다녀왔는데 먹거리 가격 걱정 없이 먹고 왔다” 등의 후기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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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춘향제에서 판매한 3500원 파프리카 닭꼬치./온라인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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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제가 성황리에 끝나자 온라인상에선 “타지 사람들이 감동을 하고 가야 재방문이 높아 질 거다. 자릿세 제로 정책 정말 좋다” “다른 축제들도 이렇게 변해야 한다” “외부 상인 막고 지역 상인만 허가하는 거 칭찬한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먹거리가 저렴하고 푸짐하다고 소문난 축제는 방문객들이 안심하고 찾아가 축제를 즐길 수 있다. 해당 지역에 대한 좋은 기억도 남는다”며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축제 먹거리 가격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자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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