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6 (수)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서울의대 비대위 “의대증원 강행 시 尹 의료계 붕괴시킨 책임자로 손가락질 받을 것” 주장 [오늘의 정책 이슈]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국민이 기댈 건 국회 뿐, 22대 국회에서 협의기구 구성해 논의해달라”

2025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가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의료계가 “대통령실은 ‘연금개혁은 쫓기듯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는데 의료개혁도 수치보다 타협 절차가 더 중요하다”고 비판했다.

의료계는 “정부안에 따르면 2025년 의대 입학생 수는 현재 3058명에서 4567명으로 49.3% 폭증하는데, 의대 정원이 10% 이상 변경되면 의대 인증을 다시 받아야한다”며 “국민이 원하는 의료 체계에 대한 합의를 바탕으로 한 과학적인 의사 수 추계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현재의 각 의대에서 제대로 된 교육이 가능한 수의 의대생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후 필요한 의사 수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면 이를 위한 시설과 교수진을 먼저 확보한 후 학생 수를 결정해도 결코 늦지 않다”고 덧붙였다.

세계일보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학교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올바른 의료체계 합의 후 증원해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는 28일 ‘대통령실 레드팀께: 의료개혁, 이대로 좋습니까?’를 주제로 한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밝혔다.

비대위는 “국민이 원하는 의료 체계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먼저 이루어지고, 이를 위한 의사 수가 최선의 방법으로 추산되고, 이에 도달하기 위한 타협이 이루어진 후에 점진적으로 진행해야 올바른 의료 개혁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이, 환자가 원하는 의료 체계에 대한 논의를 먼저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의대 증원 확정을 앞둔 상황에서 이를 철회하고 바람직한 의료체계부터 설정한 뒤에 증원 여부 등 개혁을 추진하자는 주장이다.

비대위는 “많은 국민이 우리나라에 의사가 부족하다고 느낀다”며 “가까이에 있던 의원이 하나 둘 문을 닫고, 멀리 있는 큰 병원은 어렵게 예약해도 하염없이 기다려 잠깐 전문의 얼굴을 보는 것이 고작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그려면서 의대 정원이 내년부터 한해 1500명, 2000명씩 늘어난다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서 “가까운 의원이 주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관리해주고 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때 상급종합병원에 신속히 연계해 진료받을 수 있는 체계가 자리잡다면, 이것이 가능하도록 의료수가체계와 의료전달체계가 정비된다면 떠났던 동네 의원은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비대위는 “1·2차 의료기관과 경쟁하며 경증 환자를 보던 상급종합병원은 본래 역할인 중증 환자의 진료, 1·2차 의료기관과의 협력과 상호 정보 교환, 환자와 의료계를 위한 교육과 고난이도 진료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바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이러한 의료 개혁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

서울 시내의 대형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선진국 3배인 ‘韓 의료이용’부터 개선해야”

비대위는 “우리나라의 의료 이용은 OECD 평균의 세 배에 이르며 보건의료비가 국방비의 세 배가 넘는다”며 “2035년에 만 명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주장은 이러한 과도한 의료 이용이 유지될 것을 전제로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주치의를 둘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면 “1,·2차 기관에서 충분한 정보를 얻고 만성질환을 더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며 “상급종합병원은 꼭 필요한 경우 방문해 불필요한 의료 이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1차 의료가 튼튼해지면 질병 치료 못지않게 예방에도 투자하는 바람직한 의료 체계가 될 것이라며 “국민과 환자가 원하는 이러한 바람직한 의료 체계 대신 막대한 비용이 들고 그 효과도 알 수 없는 무리한 의대 정원을 강압적으로 추진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비대위는 정부가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의 건강보험재정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선 “정부의 다양한 약속들이 규정과 재정의 문제로 지켜지지 않아왔음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며 “정권과 공무원의 임기에 좌우되지 않고 튼튼한 재원과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협의체에서, 실제로 필수의료, 지역의료, 공공의료 강화에 도움이 되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집행해달라”고 당부했다.

세계일보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의대 한번에 50% 증원은 韓이 유일”

비대위는 “정부안에 따르면 2025년 의대 정원은 3058명에서 4567명으로 49.3% 폭증한다”며 “한국의학교육평가원에 따르면 의대 정원이 10% 이상 변경되면 인대 인증을 다시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각 대학의 교육 여건을 충분히 사전에 조사했다지만 실사가 한국의학교육평가원 기준을 충족했느냐“면서 “해외 의료선진국에서는 10∼20년에 걸쳐 차근차근 증원을 실행한다. 의대 정원을 일시에 50% 늘리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증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해도 한번에 10% 미만의 증원이어야 제대로 된 의대 교육이 가능하다”며 “국민이 원하는 의료 체계에 대한 합의를 바탕으로 한 과학적인 의사 수 추계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적어도 현재의 각 의대에서 제대로 된 교육이 가능한 수의 의대생을 가르쳐야 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이어 “필요한 의사 수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면, 이를 위한 시설과 교수진을 먼저 확보한 후 학생 수를 결정해도 결코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소아과 ‘오픈런’·응급실 ‘뺑뺑이’ 증원으론 해결 못해”

비대위는 “정부는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사례를 들어 의대 증원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하고, 저출산도 소아과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한다”며 “우리나라 아이들의 숫자는 지난 20년 동안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수는 두 배 이상 늘었고,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훨씬 더 많이 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많은 소아과와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천직이었던 소아 진료, 응급실 진료를 포기하고 있다”며 “이들이 안심하고 소신껏 자신의 전문 분야 진료를 할 수 있는 법적 안전망을, 그리고 환자 교육과 원칙에 따른 치료만으로 의료기관 운영이 가능한 수가 체계를 만들면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교수들도 대학병원에 남을 이유 찾을 수 없어”

비대위는 의사 집단행동에도 진료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14만명의 의사 중 진료하지 않는 의사가 1만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면서 “우리나라 대형 병원은 그간 이들 만명의 젊은이들의 열정과 사명감, 저임금 고강도의 노동에 기대어 왔다”며 “교수들은 최선의 진료를 하고 후배를 양성하는 보람으로 병원 전문의 평균 봉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급여에도 아랑곳없이 진료, 연구, 교육에 매진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은 환자분들께 최선의 치료를 더 이상은 할 수 없다는 것이, 대학병원 진료를 받을 길이 막혀 절망하고 계실 환자분들이 계시다는 것이, 멀지 않아 우리 국민의 사망률이 올라갈 것이라는 암울함이, 우리가 교육할 학생과 전공의가 우리 곁에 없다는 것이 우리를 절망하게 한다”며 “경제적인 안락함보다 보람과 긍지를 택한 교수들은 더 이상 대학병원에 남아있을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

서울 시내의 대형병원에서 한 환자가 휴식을 취하고 있는 가운데,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 전공의 수련에 적극 투자해야”

비대위는 “전공의들이 열악한 근무 환경 때문에 병원을 떠났다고 호도하는 정부의 선전과는 달리, 이들은 수련 환경의 열악함을 알고도 스스로에게 당당할 수 있는 의료전문가가 되기 위해 수련을 선택했다”며 “정부는 전공의가 국가 자산이라 말하지만 국가가 이들의 수련에 지금까지 어떠한 투자를 해 왔느냐”고 따져물었다. 그러면서 “수련을 더 받고 싶어도 불가능하게 만드는 제한과 벌칙, 대체인력의 인건비 지원은 쏙 빠진 연속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으로 이들의 수련이 개선될 것으로 믿는다면 정부는 의료 현장을 정말 모르는 것”이라며 “지난 몇 달간 정부는 불합리하고 폭압적인 정책이 촉발한 현 의료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미명 하에 충분한 검토 없이 설익은 정책을 쏟아냈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증원이 확정되면 의대생들도 복귀할 의사가 없다고 한다”며 “올해 의대생들이 휴학, 유급으로 복귀하지 않으면 내년 신입생 포함 7500여명의 의대 1학년 학생들은 대학 입학부터 전공의 수련을 마치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비정상적인 교육과 수련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학교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건없는 대화 요구”

비대위는 “의료계는 조건 없는 대화를 요구한다”며 “앞으로 의료계는 불충분했던 자정 능력을 강화하고 의료공급자로서의 국가적 책무를 되새기면서 정책 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대위는 그러면서도 “정부는 조건 없이 대화하자면서도 2025년의 의대 정원은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며 “의료계에서 말하는 원점에서의 재논의가 바로 조건 없는 대화이며, 대량 증원은 무를 수 없다며 조건을 걸고 있는 것은 의료계가 아닌 정부”라고 주장했다. 대화의 걸림돌을 치우지 않는 것은 의료계가 아니라 정부라는 것이다.

비대위는 대학 총장들을 향해서도 “의대 교육은 일반 대학의 교육과는 달리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엄격한 기준을 만족해야 하는 것을 알고 계실 것”이라며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 의사국가고시 응시 불가나 폐교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희망 증원 학생 수를 신청할 때 의대 교수들과 협의하셨느냐. 의대 교수와 부속 병원이 교육할 수 있는 규모의 증원을 요청하셨느냐. 의대 증원이 우리나라 의료계와 관련 산업계, 이공계를 위태롭게 하고 있는 지금, 대학 정원의 최종 결정권자인 총장님들은 과연 우리나라의 지도층으로써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부끄럽지 않은 판단을 하셨느냐”고 따져물었다. 이어 대통령실을 향해서는 “의대 정원 증원이 지금은 지지율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이대로 강행된다면 대통령께서는 우리나라 의료계를 붕괴시킨 책임자로 손가락질받게 될 것”이라며 “대통령 말씀대로 의료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필수·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전공의 처우 개선, 의료전달체계 개선 모두 필요한다. 그러나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 올바른 의료 개혁을 위해 합의를 원칙으로 하는 ‘타협의 절차’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멈추고 뒤를 돌아보는 용기도 지도자의 덕목”이라며 “의료 개혁이 현장의 의료 진과 국민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올바른 정책이 되도록, 부디 대통령께서 현명한 판단을 하실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세계일보

사진=서상배 선임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2대 국회에서 협의기구 만들어달라”

비대위는 아울러 국회를 향해 “의대 학생과 전공의들은 현장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잘못된 정책 수립과 폭압적인 추진과 정에 반발하여 학교와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며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지금, 우리는 22대 국회의 개원을 손꼽아 기다린다. 비록 정부의 일방적인 약속 불이행으로 지금은 휴지 조각이 되었으나, 2020년 여름의 의료계 공백이 한 달 만에 해결될 수 있었던 것은 국회의 주도로 의정 합의가 이루어졌기 때문임을 기억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현 정부는 3개월 넘게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고 협박만을 일삼고 있다”며 “사법부도 의대 증원을 멈추는 것이 ‘공공복리에 중대한 문제를 미칠 우려’가 있다며 현 의료 대란을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흘려 보내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비대위는 “이제 국민이 기댈 수 있는 것은 입법부, 국회가 유일하다”며 “22대 국회에 요청한다. 2020년의 의정 합의가 이제라도 지켜지도록 의료 전문가 집단이 포함된 국회 내 협의 기구를 설치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충분히 논의해 달라”고 촉구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