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커뮤니티 "언론 보도, 경찰 수사 불평등"
모든 갈등이 젠더문제 귀결... '블랙홀' 우려
몰래카메라 불법촬영물 범죄. 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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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N번방 사건은 왜 묻히고 있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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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착취물과 명예훼손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순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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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착취물과 명예훼손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순 없죠."
서울대 출신 남성들이 동문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 유포한 '서울대 N번방 사건'이 예기치 않게 젠더 갈등으로 번져나가는 중이다. 한 대형 여성 커뮤니티에서 일부 이용자들이 데이트 애플리케이션(앱)에 올라온 남성들의 민감한 신상 정보를 유포했는데, '여성이 가담한 사건'이라는 이유로 언론이 기사를 쓰지 않거나 경찰이 수사를 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터져나온 것이다. 이처럼 최근 불거진 여러 사회적 논란이 잇달아 '남녀 형평성'에 대한 지적으로 귀결되면서, 잠시 가라앉는 듯 했던 젠더 갈등이 또 다시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성판 N번방 논쟁, 정치권도 참전
27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여성 커뮤니티에서 발생한 성적 명예훼손 사건에 대한 입건 전 조사(내사)를 진행하고 있다. 20일 경찰청이 관련 사건 전반에 대한 수사를 지시하면서다. 이 사건은 회원 84만명 규모의 여성 커뮤니티에서 일부 이용자들이 ①데이팅 앱을 사용하는 주한미군 등 남성들의 개인신상을 유포하고 ②불법촬영물로 유추되는 사진과 미성년자 사진 등을 올리며 ③이를 본 이용자들이 성기와 몸매에 대한 외설적인 품평을 했다는 의혹을 골자로 한다.
이를 두고 남성 커뮤니티 이용자들 사이에선 '역차별' 지적이 잇따랐다. 서울대 N번방 사건에 비해 여론 주목도가 낮고, 수사 강도도 약하다는 취지다. 이들은 "여성 역시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명백한 사건임에도 서울대 N번방에 비해 덜 관심 받고 있다"며 "가해자들이 여성이라 솜방망이 처벌을 받을까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기자들이 여성들에게 불리한 내용은 공론화하지 않는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 쪽도 반응했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는 1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명백한 제2의 N번방 사건"이라며 "N번방 가해자들과 동일한 잣대의 엄벌이 내려지길 기대한다"고 게시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서울 동작을 당선자도 "중대한 성범죄"라며 "남성을 상대로 자행된 같은 수법의 범죄도 엄정하게 단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가 여성 커뮤니티 성희롱 사건에 대한 글을 게시했다. 페이스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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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전문가들은 여성 커뮤니티 명예훼손 의혹 사건의 경우 유포자 등의 처벌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당시 커뮤니티에 유포된 사진들은 대부분 피해 남성들이 자발적으로 데이팅 앱이나 SNS상에 게시한 사진들이다. 하지만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사진과 함께 개인신상이나 성희롱 발언들을 주고받았다면 충분히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유한 사진 중에서 불법촬영물이 확인되고, 실제로 미성년자 알몸 사진까지 공유됐다면 처벌 수위는 더 높아질 수 있다. 장윤미 변호사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처벌 소지가 있다"며 "성별을 떠나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은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부 법조인들은 이 사건과 N번방 사건을 동일 선상에 둘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장기간에 걸쳐 미성년자에 대한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N번방 사건 및 유사 사건과 비교하면, 죄질이나 형량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성폭력 사건 전문 이은의 변호사는 "서울대 사건에서 활용된 딥페이크 역시 명백한 성착취물인데다 혐의만 입증되면 명예훼손보다 형량이 더 세다"며 "특히 사건 가해자들이 장기간에 걸쳐 피해자들을 조롱하고 협박했다는 점에서 커뮤니티 사건과 다르게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잠시 잠잠했던 젠더갈등, 또 폭발?
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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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착취 범죄에 젠더 형평성 잣대가 활용되는 최근 현상을 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다소 누그러진 성별 갈등이 다시 거세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2010년대부터 누적된 젠더 갈등이 코로나라는 외부 요인에 의해 잠깐 억제된 면이 있었다"면서도 "이미 대다수 남성들에겐 역차별 민감도가 강하게 자리 잡은 만큼 갈등양상이 앞으로 더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1월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와 한국리서치가 전국 1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23 한국인의 공공갈등 의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젠더갈등 수치는 2013년 29.0%에서 10년 만인 지난해 53.1%로 뛰었다.
N번방 유사 사건뿐 아니라, 다른 사회적 논란에서도 젠더 요소가 부각되고 있다. 최근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39)씨의 직장갑질 의혹이 불거진 이후, 갑질을 고발한 것으로 추정되는 직원들이 남성혐오 단어를 썼다는 정황이 나와 사건이 갑자기 '페미(페미니스트) 논란'으로 번지기도 했다. 어도어와 하이브 사이의 갈등 국면에서도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반 페미니스트 발언을 했다는 의혹이 나와, 연예회사 경영권 분쟁마저 젠더 갈등으로 불씨가 옮겨붙기도 했다.
모든 사건을 '성별'의 기준에서 선악을 나누기보다는 개별 범죄의 본질적인 부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분법적 논리의 맹점은 중요한 논의 사안을 후순위로 밀어버리는데 있다"며 "서울대 N번방 사건도 피해자 보호, 재발방지책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은 소모적인 논쟁만 반복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서현 기자 he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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