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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값 저렴하고 레트로 낭만까지”… 전통시장 즐겨찾는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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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 장바구니 부담 늘어나

마트 대신 시장 찾는 젊은층 증가

“1인가구 맞게 적은 양 구매 가능”

오래된 점포·야장 등도 인기 요인

“전통과 현대적 요소 어우러져야

청년층 유입 꾸준하게 늘어날 것”

직장인 공모(34)씨는 요즘 들어 퇴근길에 집 근처 전통시장을 자주 찾는다. 주로 새벽 배송으로 식료품이나 생필품을 구매했는데, 최근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전통시장을 가기 시작했다. 공씨는 “과일의 경우 마트나 배송업체보다 최소 20∼30%는 싸게 살 수 있다”며 “저녁 시간에는 할인을 더 많이 해주기 때문에 퇴근길에 주로 찾는다”고 말했다. 1인 가구인 공씨는 “배송을 시키다 보면 양을 어림잡아 구매하기 때문에 덜컥 많이 사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시장에선 원하는 양만큼만 살 수 있어서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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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동구 모래내시장이 장을 보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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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로 장바구니와 외식 물가가 치솟으면서 전통시장을 찾는 20∼30대 청년들의 발걸음이 늘고 있다. ‘레트로(복고풍)’ 감성의 인기로 전통시장의 맛집들이 이름을 알린 것을 계기로 최근엔 식료품을 저렴하게 사려는 젊은이들도 늘고 있다.

27일 KB국민카드에 따르면 전통시장 가맹점 8만9000곳의 매출 데이터 5700만건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시장을 찾은 회원의 18%가 4년(2019~2022년)간 전통시장을 방문하지 않았던 이들이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20대가 2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모(30)씨는 “채소나 과일류 종류에 따라 2000원가량 싸게 살 수 있고 1인 가구에 맞게 적은 양도 맞춰 살 수 있어 가끔 이용한다”고 했다. ‘순대 1㎏당 4000원’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된 경동시장 ‘황해도순대’ 등 가성비 맛집 앞에 길게 늘어진 줄은 예삿일이 됐다. 시장에서 온누리상품권을 이용하면 최대 10% 할인된 가격으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고, 소득공제 혜택도 있어 ‘짠테크(짜다와 재테크 합성어)’ 수단으로 공유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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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청년몰 옥상에 들어선 야시장을 찾은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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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층 유입에 따라 시장 내 신용카드 사용 가능 매장이 늘고 청년몰이 생기는 등 시장이 현대화되는 것도 선순환으로 평가된다. 경동시장 도소매상 김모(41)씨는 “젊은 사람들이 오게 하려고 시장을 쾌적하게 만들었는데, 어르신들도 편하다면서 더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식료품이나 생필품을 구매하는 경우도 있지만, 청년세대에서 전통시장의 인기는 여전히 ‘노포(오래된 점포)’나 ‘야장(야외에 테이블을 두고 장사하는 술집)’ 등이 주도하고 있다. 친구들과 망원시장을 종종 들른다는 하주언(25)씨는 “허름해도 정감 가는 노포 감성을 느끼기 위해 시장을 갈 때가 많다”면서 “여행 온 느낌도 난다”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채소 도소매를 하는 송모씨는 “시장에 젊은이들이 부쩍 많아진 게 체감된다”며 “성시경이나 유명인 유튜브를 보고 식당을 찾는 방문객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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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이용 통계를 보면 2030세대는 주로 커피·음료 매장을 이용했고 60대 이상은 농산물 관련 지출이 컸다.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송씨는 “젊은 방문객들은 통닭 골목에 주로 가고 이쪽(채소몰)으로 잘 오진 않는다”면서도 “식당 갔다가 채소몰이나 다른 구역에 오는 방문객도 꽤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전통시장 인기가 반짝 유행에 그치지 않으려면 먹거리·놀거리가 어우러진 지역 대표 거리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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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시장 내부가 방문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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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장 보러 가는 장소라는 과거 시장의 역할이 앞으론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며 “전통과 현대 문화를 조화시켜 먹거리와 놀거리가 많은, 한국 문화를 대표하는 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교수(소비자학과)는 “경동시장 스타벅스가 이슈가 된 것처럼 전통과 현대적인 요소가 공존해야 청년들 유입이 꾸준히 늘 수 있을 것”이라며 “시장 차원의 바가지·위생 문제에 대한 자정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정한·이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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