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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수위 높아 수색 불가’ 현장 간부 판단에…“임성근이 엄청 화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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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포7대대장과 포11대대장의 통화 녹취. 채상병 실종 하루 전인 2023년 7월 18일 아침, 두 사람은 현장이 극히 위험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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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순직사건’의 직접 원인으로 꼽히는 수중수색과 관련해 임성근 당시 사단장이 이를 원했던 정황이 추가 공개되면서 그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인정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브이아이피(VIP) 격노설’은 ‘임성근 사단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하지 말라’는 게 핵심인데, 그의 혐의가 인정된다면 부당 외압이었다는 점이 뚜렷해질 수 있다. 해병대수사단이 그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근거인 사고 전후 사단장의 행동과 발언을 종합했다.





■ “물속에 좀 들어가 있는 거 보려면…”





채 상병 실종 약 2시간 전인 2023년 7월19일 아침 6시20분께, 채 상병이 소속된 포7대대장(이아무개 중령)은 7여단장(박아무개 대령)의 전화를 받았다.





7여단장 “사단장님 (오늘) 너희 1개 중대 보신다고 하셨는데 몇 중대로 안내하면 되냐?”



포7대대장 “그 물속에 좀 들어가 있는 거 보려면 간방교 일대로 가면 될 거 같습니다.”



7여단장 “간방교… 알았다. (임 사단장 방문) 시간이 한 9시… 10시 정도 될 거야.”





7여단장과 1사단장(임성근 소장)은 ‘수중수색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 물에 들어가지 말라고 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녹취를 들어보면 포7대대장과 7여단장은 현장 지도를 올 1사단장에게 병사들의 입수 모습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 1사단장 주장에 따르면 사단장이 원하지도 않고, 심지어 금지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대화인 셈이다.



하루 전인 7월18일만 해도 현장 지휘관들의 판단은 정반대였다. 이날 아침 6시20분께 포7대대장과 포11대대장(최아무개 중령)은 폭우로 수중과 수변의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수위가 높아진 현장 상황을 파악한 뒤 아래와 같은 대화를 나눴다.





포11대대장 “야 이거 수변을 어떻게 내려가냐?”



포7대대장 “못합니다. 선배님 이거 하면 안 됩니다. 위험합니다.”



포11대대장 “하하 참 나… 내가 우선 7여단장이랑 통화해볼게.”



포7대대장 “예 사진 보내드리고 통화하는 게 나을 거 같습니다.”





포7대대장은 작전지역 내성천의 수위가 높아진 상황을 사진으로 찍어 포병대대장들이 모인 카카오톡 대화방에 공유한다. 이후 7여단장의 메시지가 온다. ‘하천 수변정찰 시 위험한 지역은 도로정찰 위주로 하라’는 내용이다.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뜻이다.



한겨레

현장 위험성을 알리는 포7대대장 사진 메시지(실제 메시지를 토대로 재구성한 그래픽).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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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단장님이 엄청 화났다”





사고 전날(2023년 7월18일), 1사단장은 다른 부대인 포3대대 9중대를 방문했는데, 흡족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사단장이 화가 났다’는 대화가 여기저기에 등장하기 시작한다. 포7대대에도 ‘사단장의 화’는 ‘사단장님 지시’로 정리돼 하달됐다. 18일 오후 4시22분이었다.





사단장님 지시



1~2. (생략)



3. 전술적이지 않고 어수선하고 간부의 역할이 보이지 않고 밀집된 지역에서 분산되어 주차하고 간부들이 솔선해서 통제할 것(특히 포병부대) 사단장님 오면서 경례 미흡, 특히 0930 전개한 부대(포병)라는데 그렇게 지휘하는 부대장은 현시간 이후 현장 지휘를 똑바로 할 것



4. 작전효과를 증대시키기 위해 개개인의 경계구역을 나누고 4인 1개조로 책임주로 찔러가면서 확인할 것(1열로 비효율적으로 하는 부대장이 없도록 바둑판식 수색정찰을 실시할 것)(특히 포병이 비효율적임)



5. (생략)





7대대장의 변호인인 김경호 변호사는 “1열식은 서로 붙어 있기 때문에 옆에 사람이 쓸려가려 하면 잡아줄 수 있지만 바둑판식은 떨어져 있기 때문에 실족 시 구조가 어렵다”고 말했다. 당시 1사단장의 지시사항은 위험한 지시였다는 주장이다.



같은 날 저녁 포11대대장은 현장 지휘소가 있는 예천 스타디움에서 1사단장과 7여단장의 통화를 옆에서 들으면서 ‘사단장이 화를 내고 있다’는 메시지(“놀러 온 것 아니다 똑바로 군인의 본분 다할 것 이상 사단장님 지시”, “좀 전에 전화 와서 엄청 강조함”, “지금 사단장님 전화 지시 중”, “엄청 화났음”)를 포병대대장들이 모인 카카오톡 대화방에 지속적으로 보낸다.



‘사단장의 화’는 채 상병 실종 약 1시간 전인 2023년 7월19일 아침 7시20분에도 포11대대장을 통해 포7대대장에게 전달됐다.





포11대대장 “어제 사단장님이 포3대대 지역 가셔서 엄청 화를 많이 냈대. (중략) 니가 만약에 사단장님 조우하면 ‘3대대하고 7대대가 간방교 인근에 병력을 집중 투입해서 수변 일대를 확인하고 있다’ 이렇게 보고되는 모습이 될 수 있게 해주라고”







■ 임성근 사단장, 직간접 지시…최소 묵인 정황





1사단장이 입수 사실을 인지한 채 주고받은 여러 대화도 그가 ‘수중입수’를 직간접 지시했거나 최소한 묵인했다는 정황으로 꼽힌다. 사건 당일 1사단장은 공보정훈실장으로부터 병사들이 허벅지까지 입수해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는 사진이 담긴 언론 보도를 보고받고 ‘훌륭하게 공보활동이 이루어졌구나’라며 칭찬한다.(※사단장은 그 사진을 사고 발생 이후에야 봤다고 주장)



7대대장으로부터 채 상병 실종을 보고받을 당시엔 “현재 상태는 어떻냐”, “그 친구가 수영은 할 줄 아냐” 등의 질문만 했다. ‘높은 깊이’의 수중까지 수색한 이유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후 통화에선 “(생존 장병들) 지금 다 어디 있냐. 얘들 언론 이런 데 접촉이 되면 안 되는데… 하여튼 트라우마 이런 건 나중 문제고 애들 관리가 돼야 하거든”이라며 파장을 축소하는 데 급급하기도 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조성욱 피디 ch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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