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우 대표 변호사/사진제공=법무법인 센트로 |
경매물건 임장을 나가보면 '유치권 행사중'이라는 현수막을 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물건들이 유치권 분쟁 대상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일단 유치권 이슈가 있는 부동산에 대해서 낙찰인은 통상 기피하게 된다. 민사집행법에 따라서 낙찰인은 유치권자에게 그 유치권에 관한 채권을 변제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치권 이슈가 있는 물건은 좀더 세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 유치권 신고가 되어 있어서 막상 검토해 보면 유치권의 성립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거나 또는 아예 허위의 유치권을 행사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아파트의 경우에는 가짜 유치권이 대부분이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채권자가 아니라 소유자가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유치권 자체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낙찰인은 유치권을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일단 의심의 눈초리로 볼 필요가 있다. 유치권 이슈가 있다고 하여 걱정부터 할 필요는 없다. 유치권의 성립요건 등을 잘 파악해 두면 진짜 유치권인지, 가짜 유치권인지를 가릴 수 있는 안목을 키울 수 있다. 경매 현장에 나가보면 유치권 신고가 되어 있는 물건만 골라서 응찰을 준비하는 경매 베테랑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럼 먼저 유치권의 성립요건에 대해서 알아보자. 첫째, 타인의 물건을 적법하게 점유해야 한다. 둘째, 유치권 대상이 되는 물건에 관하여 발생한 채권이어야 한다. 즉, 견련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부동산의 경우에는 대표적으로 해당 부동산에 관한 공사대금청구채권 등이 있다. 셋째, 해당 채권의 변제기가 도래해야만 한다. 변제기가 도래하지 않았을 경우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다. 넷째, 유치권을 배제한다는 약정이 없어야 한다. 따라서 만약 유치권 배제 약정이 있다면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 요건들을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고, 낙찰인은 점유자로부터 해당 부동산을 인도받을 수 있다.
특히 부동산경매와 관련해서는 유치권의 '성립시기'가 매우 중요한데, 경매개시결정의 기입등기 이전에 채권자가 유치권을 취득해야 낙찰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 적법한 유치권자라도 경매기입등기 이후에 유치권을 취득했다면 낙찰인에게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채무자 A소유의 부동산에 강제경매개시결정의 기입등기가 경료되어 압류의 효력이 발생한 이후에 A가 위 부동산에 대하여 공사대금청구 채권을 가지고 있는 채권자 B에게 위 부동산에 대한 점유를 이전함으로써 유치권을 취득하게 한 경우를 살펴보자. 이때 B가 적법하게 유치권을 취득했다고 하더라도, B는 경매기입등기 이후에 유치권을 취득한 것이므로, 낙찰인에게 유치권을 주장할 수 없으며 결국 B는 낙찰인에게 위 부동산을 인도해야 한다.
유치권을 주장하는 자가 경매개시결정의 기입등기가 경료된 사실에 관하여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설령 위와 같은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낙찰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만약 경매기입등기 이전에 유치권을 취득한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변제기를 유예해 줌으로써 결국 변제기가 경매기입등기 이후로 연장된 경우라면 과연 낙찰인이 위 유치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을까? 경매기입등기 이후에 변제기가 도래하였기 때문에 유치권자가 낙찰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우리 대법원은 위와 같은 사안에서, 유치권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고의로 유치권을 작출하였다고 볼 수 없고 유치권의 행사를 허용하더라도 경매절차의 이해관계인에게 예상하지 못한 손해를 주지 않으며 집행절차의 법적 안정성을 해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인정될 경우 낙찰인에게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하기도 하였다. 변제기와 관련한 중요한 판결이니 잘 체크해 놓을 필요가 있다.
진짜 유치권인지, 가짜 유치권인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집행법원의 현황보고서를 꼼꼼히 검토해 보아야 하며, 나아가 반드시 현장에 임장해서 유치권자가 해당 부동산을 적법하게 점유하고 있는지 여부도 확인해 보아야 한다.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유치권을 행사한다는 취지의 대형 현수막을 걸어 놓는다거나 또는 용역깡패 같은 사람들을 배치해 놓은 현장 중에는 허위의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는 곳들이 많이 있었다. 적법하게 유치권을 취득했다고 한다면, 굳이 현수막을 걸어 놓는다거나 또는 용역을 동원해서 배치할 필요가 없다. 이런 행위들 잘 살펴보면, 경매를 방해하거나 또는 낙찰 금액을 낮추기 위한 행위일 가능성이 높다.
똑똑한 낙찰인은 이런 외형상의 모습에 주눅들 필요가 없다. 유치권 행사에 관한 법적인 요건을 제대로 갖추었는지에만 집중하면 된다. 끝까지 버티는 가짜 유치권자에 대해서는 명도소송 등을 통해서 강제집행이 가능하니 크게 걱정할 필요도 없다. 법적으로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전문 변호사의 도움을 받으면 보다 효율적으로 유치권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 /글 법무법인 센트로 대표 변호사 김정우
허남이 기자 nyhe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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