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4 (월)

"할머니는 브레이크를 밟았다"…국내 첫 '급발진 재연시험' 결과(종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운전자·유족 측 27일 지난달 '재연시험' 감정결과 발표

AEB 작동 여부 확인 추가실험도…모두 '정상 작동'

뉴스1

지난 2022년 12월 강원 강릉에서 일어난 급발진 의심사고의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한 민사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운전자 측이 27일 강릉의 한 교회 주차장에서 자동긴급제동장치(AEB) 기능 재연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2024.5.27/뉴스1 윤왕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2022년 12월 이도현(사망 당시 12세) 군이 숨진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의 차량 결함 여부를 가리기 위해 지난달 이뤄진 국내 첫 재연시험에서 운전자인 할머니의 '페달 오조작'이 없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감정결과가 나왔다.

사고 당시 '풀 액셀' 상태에서 분당 회전속도(RPM)이 떨어진 것은 '변속 패턴'에 의해 속도변화가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제조사 주장과는 배치되는 결과가 나왔고, 풀 액셀 실험에서도 사고 당시보다 속도변화의 폭이 훨씬 컸다.

당시 사고 차량 제조사와 7억 6000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벌이고 있는 운전자(원고) A 씨 측은 27일 오전 강원 강릉 초당동의 한 교회에서 지난달 19일 진행된 재연시험의 감정 결과를 발표했다.

원고 측은 당시 진행됐던 '변속장치 진단기'를 이용한 감정결과를 먼저 발표했다.

제조사 측이 "변속 패턴 설계자료에 기해 EDR 데이터상 가속페달 변위량 100%(풀액셀 상태)에서 RPM이 5900에서 4500으로 떨어진 것이 변속기어가 3단에서 4단으로 변속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해 온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당시 사고기록장치(EDR)에 기록된 기어 변속 정보로 실험한 내용과 변속패턴 설계 자료 상 예측 속도를 비교했을 때 10개 구간 중 5개 구간이 '완전 다름'으로 나왔다.

변속패턴 설계자료와 실제 주행이 '일치'한 것은 2건이었고, 나머지는 '다소 차이'가 난다는 결과가 나왔다.

심지어 특정 구간에서는 설계상 예측 속도와 실험 시 속도가 80㎞/h 이상 차이가 나기도 했다.

원고 측 소송대리인 법률사무소 나루 하종선 변호사는 "변속패턴 설계자료가 해당 사안에 적용되는 '진실자료'가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며 "재연시험에서 변속패턴대로 속도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제조사 측 주장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뉴스1

지난 2022년 12월 강원 강릉에서 일어난 급발진 의심사고의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한 민사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운전자 측 소송대리인인 법률사무소 나루 하종선 변호사가 27일 강릉의 한 교회에서 지난달 진행된 재연 감정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4.5.27/뉴스1 윤왕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재연시험에서는 RPM, 속도, 변속단수 등이 디록된 '주행데이터' 상에서도 국과수 분석 결과와 판이한 결과가 나왔다.

특히 첫 급가속으로 1차 모닝 차량을 들이받았을 당시를 가정해 진행된 실험에서 더욱 다른 결과가 나왔다.

모닝 추돌 직전 사고 차량이 변속레버를 '주행'으로 놓고 40㎞/h로 주행하다 2~3초간 '풀 액셀'을 밟았을 때 시험에서는 속도가 40㎞/h에서 73㎞/h로, RPM은 3000→6000으로 변했다. 기어는 4→2→3으로 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속도가 주행 속도가 40㎞/h, RPM이 6000~6400으로 일정했으며, 변속레버는 중립(N)이었다는 국과수 분석 결과와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앞서 나온 '음향분석' 감정에서 '굉음 직전 변속레버 조작은 없었다'는 결과가 나온 만큼, 운전자 측은 이에 해당 결과를 더한다면 "국과수의 분석은 전혀 틀렸다"는 주장이다.

'모닝 추돌' 이후를 가정한 실험의 주행그래프도 속도가 44㎞/h→120㎞/h까지 18초가 걸려 '높고 빠르게' 가속한 것으로 나온 반면, 국과수 감정 결과는 훨씬 늦은 40㎞/h→116㎞/h까지 24초 걸린 것으로 나왔다.

RPM그래프로 '그래프 변화 형태가 단순한 직선 형태'로 나와 국과수의 '그래프 형태가 복잡하고 기복·변화가 많다'는 결과와 달랐다.

마지막 110㎞/h에서 5초간 풀 액셀을 밟은 2차례 시험에서도 각각 124㎞/h(14㎞/h↑), 130㎞/h(20㎞/h↑)까지 나와 EDR 기록을 기반으로 한 국과수 분석치인 116㎞/h보다 훨씬 컸다.

운전자 측은 "풀 액셀을 5초 동안 밟았는데 6㎞/h 정도밖에 증가하지 않은 것은 운전자가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라며 "이는 곧 페달 오조작이 아닌 것임이 입증됐으며, 차량결함에 의한 급발진"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운전자 측은 지난달 감정 결과를 발표하면서 '자동 긴급 제동장치(AEB)' 작동 여부를 살펴보기 위한 추가실험을 진행했다.

A 씨 측은 사고 당시 티볼리 차량이 1차로 모닝 차량을 추돌하기 전에 전방 충돌 경고음이 울렸지만 AEB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설계 결함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제조사 측은 "AEB는 가속 페달 변위량이 60% 이상이면 해제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국과수 감정에서도 "모닝 차량 추돌 전 (티볼리 차량의) 변속 레버 '중립'(N)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 AEB가 해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 나왔다.

이에 A 씨 측은 모든 가능성을 살펴보기 위해 이날 △사고 당시 차량에서 '웽'하는 굉음이 나기 전 속도인 시속 40㎞ △모닝 추돌 직전 속도인 시속 46㎞로 각각 주행하고, 또 △모닝 추돌 직전 기어를 '중립'으로 변속하면서 AEB 작동 여부를 점검했다.

뉴스1

지난 2022년 12월 강원 강릉에서 일어난 급발진 의심사고의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한 민사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운전자 측이 27일 강릉의 한 교회 주차장에서 자동긴급제동장치(AEB) 기능 재연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2024.5.27/뉴스1 윤왕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동안 제조사 측은 "AEB는 가속 페달 변위량이 60% 이상이면 해제된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국과수 감정에서도 "모닝 차량 추돌 전 (티볼리 차량의) 변속 레버 '중립'(N)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 AEB가 해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 나왔다.

이에 A 씨 측은 모든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사고 당시 차량에서 '웽'하는 굉음이 나기 전 속도인 시속 40㎞ △모닝 추돌 직전 속도인 시속 46㎞로 각각 주행하고, 또 △모닝 추돌 직전 기어를 '중립'으로 변속하면서 AEB 작동 여부를 점검했다.

그 결과 3가지 상황에서 모두 AEB가 정상 작동해 차량이 멈춰섰다.

하종선 변호사는 "3가지 실험 결과, 국과수가 오조작 가능성을 제기한 상황대로 차가 주행했을 때도 AEB가 정상 작동했다"며 "특히 중립 상태에서도 AEB가 작동된 걸 봤을 때 중립 상태가 AEB 해제조건이 아니란 게 증명됐다"고 말했다.

하 변호사는 "결국 사고 차량의 경우 이번 실험과 달리 AEB가 정상 작동하지 않았고, 이게 차량 결함의 증거"라며 "당시 AEB가 모닝 차량 충돌을 앞두고 정상 작동하지 않아 중대한 사망사고를 발생케 한 이유 중 하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운전자 할머니의 아들이자 숨진 도현 군 아버지인 이상훈 씨는 "지난달 재연 감정을 비롯해 오늘 사적 감정까지 소비자인 유가족이 할 수 있는 모든 검증을 했다"며 "이 모든 과정에서 제조사는 국과수 감정 결과 뒤에 숨어 강 건너 불구경을 하고 있었고, 국과수는 자의적 추론으로 결과를 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렇게까지 해야 했던 건 현행법인 '제조물 책임법'상 결함 원인에 대한 입증 책임이 제조사가 아닌 소비자에게 있기 때문"이라며 "21대 국회에 해당 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줄 것을 목소리 높였건만, 21대는 끝이 났다. 22대 국회에선 경제적 약자인 소비자를 위해 해당 법안을 꼭 통과시켜 주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뉴스1

지난 2022년 12월 강원 강릉에서 일어난 급발진 의심사고의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한 민사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운전자 측이 27일 강릉의 한 교회 주차장에서 자동긴급제동장치(AEB) 기능 재연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2024.5.27/뉴스1 윤왕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wgjh6548@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