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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침실에 갇힌 5년’…정신 차리니 마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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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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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관계를 단절하고 정서적으로 고립된 삶을 살고 있는 한국과 일본, 홍콩의 은둔형 외톨이들을 미국 언론이 조명했다.



25일(현지시각) 미국 시엔엔(CNN)은 “줄어드는 삶, 왜 일부 아시아 청년들이 세상에서 손을 떼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시엔엔은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에 대해 “몇 달 또는 몇 년 동안 사회와 단절된 상태로 지내는 사람을 가리키는 일본 용어로, 제트(Z) 세대와 밀레니얼 세대가 젊은 나이에 종종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현상은 아시아에서 처음 나타났으며 특히 일본에서 잘 알려져 있다”며 “그러나 미국, 스페인, 프랑스를 포함한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시엔엔은 인터넷 사용 증가와 대면 교류 감소가 은둔형 외톨이의 세계적 확산을 주도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훨씬 더 많은 은둔형 외톨이를 만들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시엔엔은 아시아 국가의 정부와 단체들은 은둔형 외톨이의 일상 복귀를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은둔형 외톨이가 얼마나 있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홍콩, 일본, 한국에만 15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시엔엔은 한국과 일본, 홍콩에서 은둔형 외톨이로 지낸 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한국인 성아무개(32)씨는 여러 이유로 2~3년 동안 5차례 은둔 생활을 했다. 중학교 때 처음 은둔 생활을 했던 그는 27살에 직장 생활을 하다 좌절감을 느껴 다시 은둔 생활을 했다. 그는 시엔엔에 “(직장에서) 일을 잘하지 못한다거나 실수를 한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많이 들었다”며 “나 자신에게 많이 실망했고, 우울증이 심해져 다시 일할 자신이 없어 그냥 방에 틀어박혀 지냈다”고 말했다. 자신이 부끄러웠던 그는 가족과도 대화하지 않았다. 가족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가족이 집을 비우거나 잠을 잘 때만 화장실을 가려고 방에서 나왔다. 그는 2019년 은둔형 외톨이를 지원하는 일본 회사 ‘케이(K)2 인터내셔널’의 공동생활 프로그램인 ‘셰어하우스’에 들어가면서 은둔 생활을 극복할 수 있었다. 성씨를 비롯한 은둔형 외톨이들은 매일 아침 모여 자신의 기분을 이야기했고 평일 점심을 함께 먹는 등 서로 사회적 교류를 이어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22년 기준 한국에서 19~34살 청년의 2.4%인 약 24만4000명이 은둔 생활을 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허지원 고려대 심리학과 부교수는 시엔엔에 “많은 밀레니얼 세대와 제트 세대가 ‘완벽주의적 강박’을 갖고 있다”며 “‘완벽주의적 강박’을 가진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비판에 민감하고 지나치게 자기 비판적이며 실패를 두려워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한 뒤 자신의 기준에 맞는 결과를 얻지 못할 때 낙담하고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시엔엔은 은둔 생활을 극복하는 데 1년가량 걸린 홍콩 청년과 35살부터 5년 동안 집에 머무른 일본 청년의 이야기도 전했다.



이 일본 청년은 시엔엔에 “부모 병간호를 위해 고향으로 내려온 뒤 외동아들로서 병간호와 재정 관리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 뒤 침실에 틀어박히게 됐다”고 말했다. 거의 종일 잠만 자던 그는 아내의 정서적 지원을 받으며 식사를 준비하고 쓰레기를 버리며 집 안에서 역할을 찾기 시작했다. 그 뒤 게임과 유튜브 영상 시청, 식물 키우기 등으로 관심을 넓히며 다시 사회로 나올 수 있었다.



일본 정부는 은둔형 외톨이가 지난해 기준 일본에서 약 146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세키미즈 뎃페이 메이지가쿠인대 부교수는 시엔엔에 “일본에서는 직장을 잃거나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다가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경우가 많다”며 “가족이 은둔형 외톨이에게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중요하다. 가족이 은둔형 외톨이를 탓하면 이들은 어쩔 수 없이 혼자 있을 수 있는 장소를 찾아야 한다고 느끼며 가족과 관계를 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시엔엔은 “전문가들은 몇 년 동안 은둔형 외톨이가 일본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했지만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극단적인 은둔 생활에 대한 이야기들은 이 현상이 아시아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우울증이나 불안으로 오진되는 은둔형 외톨이 사례가 더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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