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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2000억을 2.3조로 부풀리고, 실패를 성공인 척”… 허위·과장 얼룩진 바이오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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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B의 간암 신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통과하지 못한 데 이어 큐라클도 기술수출했던 물질에 대한 반환 통보를 받으면서 코스닥 바이오주 신뢰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신약 개발이 어렵다는 걸 투자자들도 잘 알지만, 두 업체 모두 성과 부풀리기와 허위 공시 등의 논란에 휩싸인 이력이 있어 시장 불안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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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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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큐라클은 지난 24일 전장 대비 7.85%(560원) 하락한 6570원에 거래를 마쳤다. 큐라클 주가는 5월 들어 한 차례도 상승 마감하지 못했다. 특히 22일에는 개장과 동시에 하한가로 직행했다. 이 회사가 3년 전 유럽 안과 치료제 전문 제약사 떼아 오픈이노베이션에 기술이전했던 황반변성 치료제 후보물질(CU06)을 떼아 측이 반환하기로 한 사실을 21일 공시한 탓이었다.

큐라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2조3000억원 규모 성과라더니 이게 뭐냐”는 반응이 나온다. 큐라클은 2021년 10월 27일 기술이전 사실을 전하면서 “유럽 1위 안과 전문 기업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고, 그 규모가 2조3000억원”이라고 소개했다. 당시 회사가 낸 공시에 적힌 기술수출 규모는 선급금(계약금) 600만달러(약 70억원)와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1억5750만달러(약 1837억원)가 전부였다.

나머지 2조원은 제품 출시 후 판매액에 대한 로열티(순매출액의 8%)까지 고려한 금액이라고 큐라클 측은 설명했다. 임상 1상도 마치지 않은 후보물질을 수출하면서 마일스톤은 물론 제품 출시 후 로열티까지 성과로 홍보하는 행태에 당시에도 많은 투자자가 “뻥튀기가 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랬던 물질이 이번에 반환돼 하한가 충격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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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달 17일에는 HLB가 미 FDA 신약 승인 실패 소식을 전하면서 바이오 투자 심리를 뒤흔들었다. HLB는 자체 개발 중인 간암 치료제 ‘리보세라닙’과 중국 항서제약의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을 함께 사용하는 임상을 진행해 FDA 문턱을 넘으려고 했다. 그러나 FDA가 승인 대신 보완을 요구하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16일까지만 해도 코스닥 2위였던 HLB 시가총액은 현재 4위로 추락했다.

HLB는 부산은행 출신인 진양곤 회장이 구명정 기업 현대라이프보트를 기반으로 몸집을 불린 회사다. 진 회장은 “이른 시일 내에 문제점을 보완해 재도전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홈런을 노렸는데 2루타에 그쳤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진 회장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반발 매수세가 유입하며 24일에는 HLB 주가가 5만원대를 회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온라인 종목 토론방 등을 보면 “이제는 제발 말 좀 그만하고 성과로 증명하라”는 식의 글이 다수 눈에 띈다.

이런 냉소적인 반응은 HLB가 과거 섣부른 낙관론과 자해석으로 금융당국·검찰 조사까지 받은 전례가 있어서다. 이 회사는 2019년 6월 리보세라닙 임상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쳐 FDA 승인 신청이 힘들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불과 3개월 후인 9월 임상 3상에 성공했다고 깜짝 발표했다. HLB는 2021년 3분기 분기보고서에도 글로벌 3상 임상 완료와 FDA 신약허가 신청 계획 등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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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양곤 HLB그룹 회장이 5월 17일 자사 ‘리보세라닙’과 중국 항서제약 ‘캄렐리주맙’의 병용요법을 간암 1차 치료제로 신약허가 신청한 것과 관련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CRL(보완요구서한)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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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는 HLB가 실패에 가까운 임상 결과를 성공한 것처럼 자의적으로 해석해 허위 공시했다고 보고, 불공정거래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이후 검찰이 ‘혐의없음’ 결정을 내리긴 했으나 HLB는 성과 부풀리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FDA 보완 요구 소식을 HLB 투자자들이 냉소적으로 받아들이는 배경”이라고 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제약·바이오 업종은 성장 잠재력이 크지만 신약 개발 실패에 따른 리스크도 크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실적과 전문 인력 규모, 자금 조달 능력 등을 전반적으로 따진 다음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준범 기자(bbeo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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