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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희망 쏘아올린 KASA, 국민 위한 우주활용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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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로리 가버 前 NASA 부국장
민간협업 이끌 수 있게 시스템·조직 간소화
'로켓 재사용' 기술 등 놀라운 비용절감 효과
韓, 美유인탐사참여 보다 더 큰 목표 세우길

머니투데이

로리 가버 전 NASA(미국 항공우주국) 부국장. /사진=로리 가버


"우주로 가는 비용은 더 저렴해지고, 더 많은 사람이 가게 될 겁니다. 한국의 우주항공청(KASA·우주청)은 우주라는 환경을 이용해 어떻게 자국민의 삶에 이득을 줄 지 고민하는 기관이어야 합니다."

2009년 로리 가버 전 NASA(미 항공우주국) 부국장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찰리 볼든 전 국장과 함께 NASA 수장으로 임명됐다. 이후 4년간 미국의 우주 산업은 '민간 주도'로 완전히 바뀌었다. 스페이스X가 상업용 유인 우주선 개발을 위한 계약을 처음으로 따냈다. 30년간 이어져 온 NASA의 우주왕복선 계획(컨스텔레이션 프로젝트·Project Constellation)은 취소됐다. '뉴스페이스 시대'의 시작이었다.

가버 전 부국장은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의 우주청 개청 소식에 "시작 단계인 만큼 희망이 보인다"며 "관료주의 폐해를 최소화해야 민간 협업을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주공학자가 아닌 정책 전문가인 그는 NASA가 30년간 추진한 우주왕복선 계획 폐지를 강력히 주장했다. 대형 우주선 개발을 위해 천문학적 돈을 투자했지만, 사업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가버 전 부국장은 "30년간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NASA, 의회, 참여 기업 누구도 인정하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모든 걸 옛 방식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돈 먹는 하마'인 컨스텔레이션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NASA-기업 간 계약 방식을 바꾸는 '개혁'을 시도했다. 결국 2010년 2월 오바마 행정부는 컨스텔레이션을 계획을 취소시켰다. NASA는 기업들에 새로운 계약 방식을 제안했다. R&D(연구·개발) 비용을 낮춰 생기는 이익을 기업이 챙기되, 추가 비용이 발생해도 기업이 책임지도록 했다.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와 블루오리진의 제프 베이조스가 관심을 보였다. 가버 전 부국장은 "결국 이들은 비용 절감을 목표로 '로켓 재사용' 같은 놀라운 기술을 개발했고, 그 결과 NASA는 우주 개발 비용 200억 달러(약 27조원)를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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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빈 우주항공청장(오른쪽)과 존 리 우주항공청 임무본부장(왼쪽)이 지난 2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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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우주 정책·산업을 진두지휘할 우주청이 27일 경남 사천에 문을 연다.

윤영빈 초대 우주청장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우주 5대 강국으로 거듭나겠다"며 "정부 주도에서 벗어나 민간이 상용 우주 개발을 주도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본격적인 '차세대 발사체' 개발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2032년까지 달 착륙선을 보내는 게 목표다. 국제 협력 분야에선 미국의 유인 우주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계획(Artemis Program)'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그러나 가버 전 부국장은 "아르테미스 계획은 많은 부분에서 컨스텔레이션 계획과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아르테미스 계획이 투자비 대비 얼마나 많은 성과를 낼지, 지연되지 않고 진전을 보일지 의구심이 크다"고 전망했다. NASA는 아르테미스 계획에 따라 2025년 유인 달 착륙선을 보낼 계획이었지만, 예정보다 개발이 늦어지는 상황이다.

그는 "한국 우주청은 아르테미스 계획에 '모든 것'을 걸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NASA는 국제 협력에 관심이 많고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지만, 그에 앞서 한국의 우주 개발 목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민간과 협업하려면 시스템과 조직을 간소화해 관료주의 폐해를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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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기자와 영상 전화로 인터뷰 중인 로리 가버 전 NASA 부국장의 모습. /사진=박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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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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