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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단독] 서울 출퇴근 많은 일산 “30평 선호”...분당 주민은 40평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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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신도시 희망 재건축 설문

적합한 분담금 수준 답변은
일산 1억 이하·분당 1억~2억

분당 “상업·주거 아우른 도시”
일산 “우린 서울의 베드타운”


매일경제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선정 기준이 최근 공개된 가운데 분당신도시는 가장 많은 약 8000가구가 선도지구 물량으로 잠정 배정됐다. 사진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 시범단지 전경.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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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신도시 주민에 대한 경기주택도시공사(GH)의 설문 조사는 현재 진행 중인 노후계획도시정비특별법상 재건축 이슈를 대부분 아우르고 있다.

특히 조사 시기(2022년 말)가 정부의 특별법 내용 첫 발표(2023년 2월) 직전이어서 이번 결과가 정책 초안 마련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설문조사에서 주민들의 재건축 의지가 높게 나타난 점을 특별법 제정에 참조했다”며 “표본을 더 확대해 이주대책 수립 등을 위한 자체 조사를 추가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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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은 일산·분당·중동·평촌·군포 등 5개 1기 신도시 주민마다 현 거주지에 대한 성격 규정이나 원하는 재건축 방향이 다르다는 점을 보여줘 눈길을 끈다. 우선 재건축 후 거주하길 원하는 주택 면적에 대해 절반 이상 30평형대를 꼽았지만 지역마다 양상은 달랐다.

9만8000가구로 규모가 가장 큰 분당과 6만3000가구로 가구 수 2위인 일산을 비교하면 분당에서 넓은 평형을 원하는 주민이 더 많았다. 일산에서 30평대 선호 비율은 57.8%로 40평대 선호 비율 25.7%의 2배가 넘었지만 분당에선 30평대 선호 비율 45.9%, 40평대 34.9%이었다. 재건축 분담금 규모가 큰 40평대 선호도가 30%를 넘어선 곳은 분당이 유일했다(중동 17.4%·평촌 28.9%·산본 21.9%).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중대형 평형을 원할수록 원주민과 고령자가 많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며 “다만 추정 분담금이 나오면 그때부턴 현실에 맞게 평수를 낮춰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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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 일산 아파트 전경.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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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분담금에 대해서는 일산에선 1억원 이하(38.6%), 분당에서는 1억원 초과~2억원 이하(40.5%) 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한 대형 건설사 도시정비사업팀장은 “최근 관리처분 인가를 얻은 서울 방화5구역은 일반 분양가 책정이 분당과 유사한 수준인데 재건축 평균 분담금이 2억6000만원으로 나왔다”며 “분당의 경우 특별법 적용 등으로 속도와 사업성이 달라지더라도 공사비 상승 추세를 고려하면 그 이상 분담금 부과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분당 정자일로 일대 5개 단지가 통합을 추진해 이른바 ‘정자일로’로 불리는 지구의 재건축추진위 관계자는 이날 “소유주들은 대체로 2억원 이하의 분담금이 적당하다고 보고 있다”며 “3억원을 넘긴다면 (동의가) 어렵다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다른 단지의 추진위 관계자는 “우리는 3억원 정도면 할만하다는 의견이 대세”라며 “설문조사 이후 공사비 상승 문제가 지속됐기 때문에 그 정도는 수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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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후 원하는 주택 유형도 다른 4곳에선 아파트가 압도적으로 높은 90% 비율을 차지했지만 분당에선 79.5%로 80%에 못 미쳤다. 특히 분당에선 재건축 후 단독주택을 원하는 비율이 11.8%로 1기 신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이웃 단지와 묶어 실시하는 ‘통합 재건축’도 지역마다 의견이 엇갈렸다. 통합 재건축은 특별법 혜택(용적률 상향·정밀안전진단 폐지)의 핵심 요건이다. 1기 신도시 주민은 통합 재건축이 매우 필요하다거나(57.3%) 필요하다(25.7%)는 응답을 냈지만 분당과 산본에서는 그 비율이 소폭 낮았다. 이들 두 도시에선 통합 재건축이 필요 없다는 응답도 다른 지역보다 다소 높게 나타났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통합 재건축은 사업성과 속도를 끌어올리지만 지분과 권리가액 차이에 따른 단지 간 손익 계산 문제 등 향후 분쟁이 커질 수도 있어 원활하게 흘러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GH를 비롯해 관련 기관과 전문가들은 향후 재개발될 1기 신도시가 자족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대체로 지식산업센터와 벤처기업 집적시설 등 첨단 산업 유치가 가장 필요하다고 언급됐다. 하지만 산본에선 이보다 백화점이나 마트 등 판매시설이 도입돼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 중동도 유사했다. 분당의 경우 첨단 산업 유치와 판매시설 도입 의견이 20.6%와 17.9%로 엇비슷했지만 일산에선 첨단 산업 유치(26.4%)에 비해 판매시설 도입(8.6%)은 낮게 나타났다.

현 도시의 성격에 대해서도 지역마다 관점이 달랐다. 분당 주민들은 자기 지역이 상업과 주거가 조화를 이룬 자족 도시라는 의견(25.8%)을 가장 많이 냈지만 일산에선 서울의 베드타운이란 시각(26.1%)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분당 주민 가운데 서울의 베드타운이라 여기는 이는 9.1%에 그쳤다. 평촌의 경우 교육·문화 도시라는 의견(25.7%)이 제일 높아 다른 지역과 뚜렷한 차이를 나타냈다.

1기 신도시가 전반적으로 어떤 모습을 지향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체로 응답이 다양했다. 다만 스마트 시티여야 한다(25.3%)는 답이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이어 교육·문화 도시(20.1%), 친환경 생태 도시(16.1%), 첨단 산업 도시(13.7%), 주거 중심 도시(12.5%), 비즈니스 도시(11.9%)가 언급됐다.

정비 방식에 대해선 일산과 분당, 평촌에서 재건축을 꼽은 비중이 90% 안팎으로 가장 높았다. 하지만 중동과 평촌에선 그 비중이 80%를 밑돌고 리모델링을 원하는 비중도 20% 안팎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현재 1기 신도시의 의료·교육 시설에 대해서는 주민 만족도가 높은 반면 사회복지 시설이나 문화 시설에 대한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들 시설을 접근성과 이용 편의성, 개수, 서비스 수준, 적절한 위치 등의 항목으로 평가한 결과 의료·교육 시설에 대해서는 대부분 ‘긍정’ 답변이 나왔지만 사회복지 시설과 문화 시설 수준은 ‘보통’에 그친다거나 그 개수가 낮아 ‘부정’이라는 답이 눈에 띄었다. 향후 1기 신도시 재개발 때 이들 시설에 대한 보완 필요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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