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규제로 서울쏠림 가중
최근 1년 실거래지수 서울 6%↑
지방 주요도시들은 대부분 하락
尹정부 완화정책 현장 체감안돼
보유세 등 세부담 일부 완화 수준
다수 정책들이 국회 문턱 못 넘어
다주택자 기준 3주택 이상 확대 등
정책 패러다임 아예 바꿔야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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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주택자인 김모씨는 최근 지방의 주택을 팔고 1주택자가 됐다. 현재 평택시에 한 채가 있는데 이번 기회에 수도권 주택도 매각해 서울서 아파트를 장만할 계획이다. 그는 "다주택자 규제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1주택자가 가장 안전한 것 같다"며 "그나마 '똘똘한 한 채'가 될 수 있는 서울에 올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서울 아파트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지고 있다. 26일 파이낸셜뉴스가 최근 1년간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매매 실거래지수를 분석한 결과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서울은 6.1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역은 이 기간 매매가격이 10% 이상 올랐다. 올해 들어 50억원 이상 고가주택 거래도 폭증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문재인 정부 때 도입된 다주택자 규제가 거의 그대로 유지되면서 '지방 이탈·서울 쏠림'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규제 후유증이 계속 이어지면서 결국 양극화를 더 부추키는 모습이다"고 우려했다.
■서울 고가거래 늘고 10% 오른 곳도
한국부동산원 매매 실거래지수를 분석하면 지난 2023년 1·4분기부터 올 1·4분기까지 '똘똘한 한 채'로 인식되는 강남 4구 아파트값이 크게 뛰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이 기간 서초구는 7.47%, 강남구는 9.42% 올랐다. 특히 강남권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아 타 지역 수요가 많은 송파와 강동구는 각각 10.35%, 10.18% 상승했다.
이 기간 인천은 3.52%, 경기는 4.16% 오르는 데 그쳤다. 지방 주요 도시를 보면 대전과 울산만 소폭 상승했을 때 부산과 대구, 광주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 아파트값이 하락해 대조를 이뤘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지방의 경우 월 단위로 1년 내내 실거래가격이 하락한 곳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매수행렬이 이어지면서 고가 거래도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올 1~4월 전국서 50억원 이상 매매거래는 67건이다. 대부분 서울과 강남권에 집중돼 있다. 이 가운데 100억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 매매 거래 건수는 지난해 총 5건이었으나, 올해는 4개월만에 벌써 4건을 넘어섰다.
■文정부 다주택자 규제…'서울쏠림' 정점
사실 '똘똘한 한 채'로 대표되는 서울 주택 쏠림은 문재인 정부 때 정점에 달한다. 당시 문 정부는 다주택자를 '적폐'로 규정하고 하루가 멀다 하고 규제정책을 쏟아냈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다주택자를 집중 겨냥한 때이다.
지난 2017년 5월에는 재건축 조합원의 주택 공급수를 제한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1가구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가구는 현금청산을 받거나 관리처분인가 전까지 팔도록 했다. 이어 같은 해 8월에는 규제지역 내 매매시 양도소득세 중과 및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 배제 등의 조치를 내놓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8년 8월에는 다주택자 종부세 중과세율 신설, 주택임대사업자 대출 규제 등도 내놓았다. 이어 2019년 '12·16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2020년 '2·20 투기수요 차단대책', 같은 해 '7·10대책' 등 다주택자를 겨냥한 굵직한 대책만 6차례 발표했다.
융단폭격식 다주택자 규제는 서울 아파트 수요만 늘리면서 부작용만 키우게 된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중 외지인 비율을 보면 2006년부터 2016년까지는 15~18%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7년에 19.3%를 기록하더니 2018년에는 첫 20%를 돌파했고 2022년에는 22.3%까지 상승했다. 이후 2023년 24.6%, 올 1~3월 22.9% 등 추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문 정부 5년간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 상승률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무려 94.15% 폭등했다. 반면 지방 아파트값은 19.17% 오르는 데 그쳤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도 이 기간 31.49% 상승했다.
아파트 평균 매매가도 서울 강남 4구는 2017년 9억1799만원에서 2022년에는 18억3654만원으로 2배 가량 올랐다. 반면 이 기간 지방은 1억9224만원에서 2억9336만원을 기록해 극명하게 대조를 이뤘다.
■지방 소멸·전세불안…패러다임 바꿔야
현 정부 들어 규제완화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다주택자 규제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점이다.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규제완화 법안도 적지 않고, 보유세 등 세 부담도 일부 완화됐을 뿐이다. 임대사업자 규제도 여전한 것이 현실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시장도 침체되고, 인구도 줄면서 똘똘한 한 채로 정리하려는 움직임은 더 가속화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예로 취득세의 경우 1주택자가 규제지역에서 추가로 10억원 규모 주택을 매입하면 세율이 8%가 적용돼 8000만원을 내야 한다. 정부는 이를 1~3%로 낮추려 했으나 관련 법안은 아직도 국회에 계류중이다.
다주택자 규제는 서울 쏠림 등 양극화 뿐 아니라 지방 소멸을 가속화 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세컨드홈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장의 기대는 크지 않다.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 여부와 별개로 여윳돈으로 서울서 한 채에 올인하는 것이 더 낫기 때문이다.
아울러 다주택자 규제는 민간 임대물량 축소로 연결되면서 불안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다주택자가 줄면 전월세로 나오는 물량도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 연구위원은 "줄어든 임대를 공공이 다 충당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하다"며 "양극화, 지방소멸도 문제지만 전월세 시장에서 물량이 계속 감소한다는 것은 심각한 사안이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규제완화를 뛰어넘어 다주택자 정책의 패러다임을 아예 바꿔 시장 정상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수옥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투기억제, 실수요자 구매 확대 등을 위해 다주택자를 규제하고 있지만 지역 균형발전에도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며 "단계적으로 다주택자를 3주택 이상으로 넓히는 것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 교수도 "현재 100억원 주택에 전세 살아도 무주택자로 분류되고, 시골서 2채를 보유하면 다주택자가 된다"며 "무조건 주택수로 다주택자를 규정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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