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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김호중 구속될 줄은…” 연예인 이름 붙인 거리에 지자체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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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호중(33)씨가 ‘음주 뺑소니’ 등 혐의로 구속되면서 경북 김천시가 김씨 이름을 붙여 만든 ‘김호중 소리길’에 대한 존폐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과거 ‘승리 숲’ ‘박유천 벚꽃길’ 등도 해당 연예인의 범죄 혐의가 불거지면서 문제가 된 바 있다. 이런 일이 터질 때마다 관련 지자체들도 고민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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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김천에 위치한 김호중 소리길. /김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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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뺑소니’ 김호중 구속, 경북 김천시 ‘김호중 소리길’ 논란

24일 김천시에 따르면 가수 김호중씨의 음주 뺑소니 사건이 터진 뒤 ‘김호중 소리길’을 철거해 달라는 민원이 다수 들어오고 있다. 특히 김천시가 지난 21일 김호중 소리길 철거 여부를 두고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내놓은 게 보도되자 철거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김천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도 21일부터 나흘간 김호중 소리길 철거를 요구하는 글이 33건 올라왔다.

앞서 김천시는 지난 2021년 김씨가 졸업한 김천예고 일대 100m 구간에 김씨 벽화, 포토존 등을 설치하고 ‘김호중 소리길’이란 이름을 붙였다. 인기 트로트 가수 송가인(37) 고향인 전남 진도군에서 ‘송가인길’을 조성해 관광명소가 된 사례를 참고했다고 한다. 김호중 소리길 조성에는 김천시 예산 수억원 정도가 들어갔다고 전해진다.

김천시에 따르면 매년 10만명 넘는 관광객이 김호중 소리길을 방문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약 15만명이 방문했다고 한다.

이날 김천시 관계자는 조선비즈와 통화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아직 시에서 철거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한편 김호중씨의 팬들은 “김호중 소리길을 절대 철거해서는 안 된다”는 항의성 전화를 김천시에 걸어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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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구에 조성된 소지섭길. /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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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숲’, ‘박유천 벚꽃길’ 등 범죄 혐의로 논란돼

연예인 이름을 붙인 최초의 관광지는 지난 2012년 강원도 양구에 개장한 ‘소지섭 길’이라고 알려져 있다. 소지섭씨는 양구 출신은 아니지만, 2010년 여름 강원도 일대를 여행하며 찍은 사진을 담아 포토에세이집 ‘소지섭의 길’을 출간하며 강원도와 인연을 맺은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소지섭씨의 미공개 사진, 소지섭씨 본인이 찍은 사진 등이 전시된 ‘두타연 갤러리’가 소지섭 길과 함께 공개되면서 관심을 끌었다.

소지섭 길을 시작으로 지자체, 혹은 팬 클럽이 돈을 모아 연예인 이름을 붙인 OO길, OO숲을 조성하는 일이 흔해졌다. 그러나 해당 연예인이 범죄 혐의 등으로 구설수에 오를 때마다 관련 지자체는 곤란을 겪었다. ‘버닝썬 사태’에 연루된 전 빅뱅 멤버 승리, 마약 투약 논란을 빚은 배우 박유천 등이 그런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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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에 조성된 '승리숲' 팻말. 지난 2015년 승리의 26번째 생일 축하를 위해 중국 팬들이 돈을 모아 조성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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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경우 지난 2015년 그의 26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중국 팬 클럽에서 서울 강남구 역삼동 근린공원에 ‘승리 숲’을 조성했다. 나무 200여 그루와 함께 이 곳이 승리 숲임을 알리는 팻말이 설치됐다. 그런데 2018년 버닝썬 논란이 불거지고 여기에 승리가 개입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승리 숲 철거 여론이 거셌다.

당시 강남구는 “(승리 숲 조성은) 강남구 내 녹지량 확충과도 연관이 있어 팻말 제거 등 상태 조정은 없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반면 박유천 팬클럽이 인천 계양구 서부천 일대에 조성한 ‘박유천 벚꽃길’은 2019년 박유천의 마약 투약 혐의가 불거지자 곧바로 철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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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운전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이 24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나와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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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이름을 붙인 길이나 숲을 만들어 지역 이미지를 제고하고 관광객 유치를 노렸던 지자체 관계자들은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난감하다고 한다. 김천시 관계자는 “(김호중 소리길을) 철거하라는 전화, 철거하지 말라는 전화, 철거하는 건지 마는 건지 알려달라는 전화 등이 매일 수십 건씩 걸려온다”며 “김호중 논란 이후로는 정상적인 업무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자체 관계자는 “연예인이 범죄, 추문 등 각종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까지 염두하고 사업을 추진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그럴 줄 알았다면 길이든 숲이든 당연히 조성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역에 도움이 된 긍정적 사례가 많고, 그걸 보면서 하는 일인데 이런 논란이 생길 때마다 난감하다”고 말했다.

최정석 기자(standard@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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