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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분노의 예비군 “나라 지키려 수업 빠졌는데, 교수님은 결석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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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대학가 예비군 차별 논란

조선일보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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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서울대 교수가 예비군 훈련을 출석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수강생들에게 공지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엔 지난 22일 ‘감점하지 않는 결석 허용 횟수는 3번인데, 예비군 훈련도 예외가 아니다’라는 한 자연대 교수 강의 지침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학생이 “예비군 훈련도 결석으로 간주하느냐”고 하자 교수는 “결석이 맞다”고 했다.

최근 수년간 대학가에서 예비군 훈련을 일반 결석과 동일하게 취급하겠다는 교수 방침에 군필 학생들이 반발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도 한 서울대 교수가 “예비군 훈련으로 불참하면 퀴즈를 0점 처리하겠다”고 해 논란이 일었다. 이 학교에선 2022년에도 예비군 훈련을 다녀온 학생에게 “출석을 인정받으려면 독후감을 쓰라”고 추가 과제를 요구한 교수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조선일보

그래픽=송윤혜


울산대에선 지난 3월 “질병과 예비군, 가족 경조사 등 개인적인 이유로 결석하면 출석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교수 사례가 있었다. 지난해 6월엔 한국외대에서 한 학생이 성적 1등을 했음에도 예비군 훈련으로 인한 결석으로 감점당해 수석 장학금을 못 받은 일이 있었다. 고려대에선 2022년 11월 예비군 훈련으로 퀴즈에 응시하지 못해 0점 처리를 받은 학생이 국방부에 민원을 제기했고, 같은 달 성균관대에선 한 교수가 예비군 훈련 출석 인정 관련 질문에 “훈련은 조국과 가족을 지키는 일이니 헌신하고, 결석에 따른 감점은 인내로써 받아들이길 꼰대로서 권유한다”고 답변해 학생들이 반발하는 일도 있었다.

수년째 이런 일이 반복되자 교육부는 지난 2월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일부 개정, 예비군 훈련에 따른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김근태 의원실 자료를 보면, 전국 대학 179곳 중 99곳(55%)만이 이 같은 내용에 따라 학칙을 개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58곳(32%)은 현재 진행 중이거나 추후 개정 예정이라고 밝혔고, 나머지 22곳(12%)은 개정 현황을 제출조차 하지 않았다.

대학 당국은 보통 교수의 강의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한다. 교수 역시 출결 관리를 정부나 대학 차원에서 통제하는 일을 달갑지 않게 여긴다. 예비군 훈련을 출석으로 처리하라는 총장 지침이나 학칙 역시 구속력이 크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 분단 현실 인식이나 안보관이 무딘 일부 교수가 예비군 훈련을 개인사 정도로 치부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대 재학생 조모(24)씨는 “이런 논란이 자꾸 반복되니 피곤하다”며 “공동체를 위한 헌신을 멸시하는 풍조에 염증이 생긴다”고 했다. 서울대 재학생 이모(28)씨는 “소중한 20대를 희생해 군대를 현역으로 다녀오고 예비군 훈련을 매년 받는 것도 서럽다”며 “인정이나 포상은 바라지도 않지만 불이익까지 준다니 울분이 치솟는다”고 했다. 일부 학생은 “예비군 훈련에 불이익을 주는 교수들은 하나같이 여성이거나 미필 남성들”이라고도 주장한다.

현행 예비군법은 고등학교 이상 학교의 장은 예비군 훈련 학생이 결석 등 불이익을 받지 않게끔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불리한 처우를 한 사람은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실제로 이 법률을 근거로 교수를 처벌한 사례는 거의 없다. 지난해 6월 예비군 훈련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학생을 결석 처리해 고발된 한국외대 강사와 총장은 경찰 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강사는 법률상 ‘학교의 장’이 아니어서 처벌 근거가 없었고, 총장 역시 ’예비군 훈련을 받는 학생들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지 말라’는 공문을 보냈다는 이유로 면책됐다.

연세대 재학생 장모(24)씨는 “결국 교수들의 의식 수준 문제”라며 “정부나 대학 당국이 예비군 출석을 감독할 여력이 없다면, 적어도 교수 임용 전 후보자들에게 투철한 안보관부터 교육시켰으면 한다”고 했다.

[박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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