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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국힘의 선택은 [다음주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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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이 상정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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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9일이면 21대 국회가 문을 닫는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정권을 되찾은 것 외엔 패배와 혼돈의 기억이 즐비하다. 4년 전 총선에서 100석을 겨우 넘기는 궤멸적 패배를 당했고 여당으로 치른 올해 총선에서도 달라진 건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권력 사유화’와 이에 끌려다니기만 한 여당에 국민이 회초리를 든 결과다.



집권여당이 대패한 이유를 누구나 알기에 그래도 총선 이후엔 당이 변할 거라는 기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공천 눈치’에서 벗어난 의원들이 윤 대통령에게 쓴소리도 하고 수직적 관계를 청산할 거라는 관측이었다. 그러나 여당에선 여전히 “뭉쳐야 산다”는 목소리만 나온다.



한나라당 계열 보수정당이 그래도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개혁적 소장파 의원이 있어서였다. 16대 국회에서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이 주축이 된 미래연대(미래를 위한 청년연대)는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제왕적 리더십을 앞장서 비판했다. 17대 국회에서는 ‘수요조찬공부모임’이 결성돼 당의 ‘수구 꼴통’ 이미지를 깨는 데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18대에는 초선 의원 모임인 ‘민본21’이 이명박 정부의 독단적인 국정운영을 지적하며 ‘여당 내 야당’ 구실을 했다. 하지만 18대 총선에서 친박근혜계가, 19대 총선에서 친이명박계가 공천 학살을 당하면서 주류 계파정치가 득세했다. 자정 기능이 사라진 여당은 결국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맞이했다.



윤석열 정부 탄생과 함께 여당 의원으로 신분이 바뀐 초선 의원들은 ‘윤초선’이라는 비아냥의 대상으로만 주목을 받았다. 22대 총선에서도 지평을 넓히지 못한 국민의힘에선 ‘소장파’를 찾아보기 힘들다. 김재섭·김용태 당선자 정도가 그나마 할 말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받는다. 당선자들에게 ‘총선이 끝났는데도 왜 쓴소리를 하지 않느냐’고 묻자 대부분은 “윤 대통령 임기가 3년이나 남았다”고 답한다. 윤 대통령은 최근 지역별 초선 당선자, 비례대표 당선자들과 만찬을 하고 있는데 이 자리에선 “대통령을 위한 호위무사가 되겠다” “더불어민주당이 밤낮으로 특검을 얘기하지만 우리는 똘똘 뭉치자” “당정이 하나 돼 성공한 대통령을 만들자”는 결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쓴소리가 아닌 ‘윤비어천가’가 흘러나오니 당내에서 “공동묘지의 평화”(윤상현 의원)라는 자조가 나올 법하다.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선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 재의결 표결이 이뤄진다. 21대 국회 임기 종료 하루 전까지 본회의를 여는 까닭은 윤 대통령이 국회에서 이미 통과된 이 법안에 재의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무려 열번째 거부권 행사다. 게다가 해병대원 사망 사건 수사 방해가 윤 대통령의 ‘격노’에서 시작됐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진실을 밝히자는 것인데, 여당 의원들은 ‘정치 공세 악법’이라며 단일대오를 유지할까. 22대 국회에서 이 법안이 또 올라와도 똘똘 뭉치며 반대표를 던질까. ”3년은 너무 길다”며 투표장으로 쏟아져 나온 국민들보다 20%대 지지율의 레임덕 대통령이 더 무섭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그리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서영지 정치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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