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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거물급 기레기’ 댓글… 대법 “모욕죄 처벌, 전후사정 따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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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서울 서초구 대법원./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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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언론사 대표에 대해 “거물급 기레기”라는 댓글로 비판했다가 모욕죄로 기소된 사건에서 대법원이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모욕적인 표현은 맞지만 해당 댓글이 게시된 경위나 맥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지난달 25일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9년 8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순천의 한 인터넷 언론사 대표 B씨를 언급하며 “순천에서 거물급 기레기라고 할 수 있다”고 댓글을 적었다가 모욕 혐의로 기소됐다. B씨의 언론사는 부설 여론조사기관을 운영했는데, 이곳에서 2018년 3월 발표된 순천시장 적합도 여론조사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A씨는 이 의혹을 거론하면서 B씨를 여러 차례 비판했고, B씨와 직접 페이스북에서 언쟁을 벌였다. B씨가 A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A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레기’ 댓글을 단 것이다.

1심과 2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거물급 기레기’가 모욕적 표현에 해당한다면서도 전후 사정을 따져봤을 때 죄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표현이 언론인인 B씨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모욕적 표현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수긍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다만 대법원은 “A씨는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확인된 기본적 사실관계를 전제로 기자이자 언론사 대표인 B씨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며 “이러한 A씨의 판단‧의견은 대체로 타당성 있는 사정에 기초한 것으로, 일부 단정적인 어법 사용이나 수사적 과장에 따른 다소 부적절한 부분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내용이 터무니없다거나 허황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거물급 기레기’라는 표현은 (언론사 관련) 의혹을 제기하거나 해명을 촉구한 A씨를 고소한 B씨 태도를 비판하는 의견을 압축해 강조하는 과정에서 다소 감정을 섞어 부분적으로 사용한 것”이라며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위법성이 없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기레기’ 자체가 모욕적인 표현인 것은 분명하다”며 “다만 표현의 전후 맥락에 비춰 위법성이 없게 되는 경우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신문 기사에 대해 아무 이유 없이 ‘기레기’라고 댓글을 게시한다면 위법성 조각 사유가 없으므로 유죄가 선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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