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후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출혈·통증 적은 단일공 로봇 도입
전세계 최단기간 수술 500례 돌파
요실금 합병증 완화 술기 첫 적용
개복해도 까다로운 신장암 수술
복강경·로봇으로 최소침습 고집
쌀알만한 종이학 접으며 연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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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가르지 않고도 수술이 가능하다고요?”
작년 1월 베트남 국적의 레 쟝반(Giang Van Le·63)씨가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를 찾았다. 2년 전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 검사 결과 신장에서 양성 종양을 발견했다는 레 쟝반씨. 암이 아니라는 말에 별다른 치료를 하지 않고 지내던 중 옆구리에 통증이 느껴졌고 재검사를 통해 신장암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들었다. 신장암은 체내에서 소변을 만드는 세포들이 모여있는 신장(콩팥)에서 발생하는 암이다. 종양의 크기에 따라 신장의 일부를 절제하거나 전체를 다 들어내야 한다. 레 쟝반씨는 단순히 신장에만 암이 생긴 경우가 아니라 치료가 더욱 까다로웠다. 체내 정맥혈관 중 가장 큰 하대정맥에 암성 혈전이 침범한 상태였다.
◇ ‘혈전 떨어져 나갈라’ 개복수술도 어려운데…복강경·로봇으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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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을 듣고 말을 잇지 못하는 레 쟝반씨를 본 베트남 현지 병원 주치의는 몇 년 전 학회에서 인상 깊게 들었던 홍성후(사진)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의 발표 장면이 떠올랐다. 홍 교수는 지난 2016년 국내 최초로 하대정맥혈전을 동반한 환자를 개복수술 대신 복강경과 로봇을 이용한 최소침습수술로 시행하는 데 성공했다. 암환자의 배를 갈라 넓은 시야를 확보한 채 진행해도 까다로운 수술을 몇 개의 구멍만 내고 시행했다는 발표에 학회에 참석한 전 세계 외과의사들의 질문 세례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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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잠 설쳐가며 준비···안전한 수술 위해 환자 맞춤형 술기 고안”
홍 교수는 “하대정맥혈전을 동반한 신장암은 비뇨의학과 뿐 아니라 혈관외과·흉부외과와 협진이 필요할 정도로 광범위하고 난이도가 높은 수술”이라며 “최근에는 혈관용 풍선을 이용해 수술의 위험성을 낮추면서도 신속하고 효과적인 수술이 가능해 졌지만 첫 수술 날짜를 잡아놓고 몇 주동안 밤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마음 고생이 심했다”고 털어놨다. 수술을 마치는 순간 집도의인 본인은 물론 어시스트·마취통증의학과 의료진·수술방 간호사들까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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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로봇수술 5000례···단일공은 국내 최다 기록 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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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뇨의학과에서 시행된 로봇수술 5000례를 질환별로 살펴보면 전립선암이 2686건(54%)으로 가장 많았다. 신장암(1692건·34%), 방광암(350건·7%), 요관암(150건·3%) 등이 뒤를 이었다. 비뇨의학과장을 맡고 있는 홍 교수는 국내 최다 단일공 로봇수술 시행 기록을 보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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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립선암 수술 후 요실금 생겨 삶의 질 저하···“로봇수술로도 합병증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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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교수는 “환자 입장에서 로봇수술의 장점을 생각하면 안 할 이유가 없다”며 “처음 로봇수술기가 도입됐을 땐 고난도 술기를 하루빨리 연마하고 싶은 욕심에 엄지 손톱만한 크기의 종이로 학을 접는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로봇수술기를 이용해 쌀알만한 종이학을 접었던 경험을 떠올리면 아무리 까다로운 수술도 도전해 볼 용기가 생긴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최근 전립선암 수술의 대표적인 합병증인 요실금을 줄이기 위해 치골후공간을 보존하는 ‘레치우스 보존(Retzius-sparing) 근치적 전립선암 절제술’을 단일공 로봇으로 해냈다. 4세대 다빈치 SP 로봇수술기의 반전 모드 기능을 활용하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어 전 세계 최초로 성공시킨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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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수술 후 환자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편해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게 의사로서의 책무 아니겠느냐” 며 “하는 일이 항상 최고의 결과를 얻을 수는 없더라도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소신을 밝혔다. 그는 이어 “2021년 단일공 로봇 도입 이후 전 세계 최단기간에 수술 500례를 넘어설 수 있었던 건 비뇨의학과·외래·병동·수술실 구성원들 모두의 헌신과 노력 덕분”이라며 “최첨단 장비와 최고의 기술로 환자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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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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