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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조기 금리인하, 명분이 사라졌다…역대 최장기간 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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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기준금리 변동 추이/그래픽=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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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기준금리(3.5%)를 동결했다. 11차례 연속, 1년4개월째 기준 금리 동결인데 다음 금통위 시기를 고려하면 최장기간 동결 기록이다.

물가상승률 둔화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성장세 개선, 환율 변동성 등으로 물가의 상방 리스크가 커지면서 당분간 긴축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기준금리 1년4개월째 3.5% 유지…"성장세, 예상보다 개선"

한은 금통위는 2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로 동결했다. 한은은 2022년 4월 기준금리를 1.25%에서 1.5%로 올린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1월(3.5%)까지 7차례 연속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이어 지난해 2월 금통위에서 10개월 만에 연속 금리인상 행진을 멈추고 이번까지 11차례 연속 동결을 결정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물가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성장세 개선, 환율의 변동성 확대 등으로 물가의 상방 리스크가 커진 데다 지정학적 리스크도 지속되고 있다"며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면서 대내외 정책 여건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지난 4월 회의 때 공개한 결정문과 달라진 점은 물가에 대한 경계 수위는 다소 높아지고 경제 성장에 대한 우려는 줄었다는 점이다. 금통위는 "물가 상승률의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물가 전망의 상방 리스크가 커진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중동발(發) 지정학적 위기 고조에 따른 국제유가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글로벌 강달러에 따른 원/달러 환율 수준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상방 압력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또 원/달러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를 자극해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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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가 23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진행된 가운데 이창용 한은 총재가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임한별(머니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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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방 위험(리스크)이 커진 상황에서 경기는 개선되면서 향후 금리인하로의 피봇(통화정책 전환) 시기는 다소 밀리는 분위기다. 한은은 통방문에서 금리인하 시기와 관련한 문구를 지난 4월과 마찬가지로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것'이라고 유지했다.

하지만 경기 부진을 막기 위한 조기 금리인하에 대한 명분은 사라졌다는 평가다. 한은 역시 통방문에서 경기와 관련해 "성장세가 예상보다 개선됐다"고 언급했다. '성장 측면의 리스크'는 '성장세 개선 흐름'이란 문구로 수정했다. 물가가 확실히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 개선 지표가 나오고 있는 만큼 한은이 섣불리 금리 인하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구체적으로 금통위는 국내 경제 상황과 관련해 "1분기 중 수출 호조가 이어지고 소비와 건설투자도 부진이 안화되면서 성장률이 예상을 크게 상회했다"며 "수출 증가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소비는 2분기 중 조정됐다가 하반기 이후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성장경로는 IT(정보기술) 경기 확장 속도, 소비 회복 흐름, 주요국의 통화정책 등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8월? 10월? 금리인하 시기는 불투명…이창용 "불확실성 커졌다"

시장의 관심은 금리 인하지만 가능성, 시점 모두 불확실하다. 금통위 내부에는 물가상승률 둔화세 등을 고려해 '3개월 이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소수의견이 존재한다. 반면 대다수 금통위원은 3개월 이후에도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한 확대 해석은 경계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것이지 인하하자는 의견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화정책의 파급시차를 고려해 선제적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전했다.

또 "대부분의 금통위원은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여러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에 물가가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덧붙였다.

물가상승률 둔화세가 더 뚜렷하게 확인될 때 금리를 내리겠다는 판단이다. 이 총재는 "물가 전망의 상방 리스크가 커지면서 금리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은 지난달보다 커졌다"며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너무 일찍 정책 기조를 전환하면 물가상승률의 둔화 속도가 느려지고 환율 변동성과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대될 리스크가 있다"며 "반대로 너무 늦는다면 내수 회복세가 약화되고 시장불안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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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별관에서 진행된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임한별(머니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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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지난 1분기 GDP(국내총생산·속보치) 성장률(1.3%)이 시장 예상치(0.5~0.6%)를 크게 웃돌면서 금리인하 명분이 퇴색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인하 필요성이 줄었다는 표현보다는 하반기에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있지만 그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훨씬 더 커진 상황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금리인하 시기를 두고 8월과 10월이 팽팽하게 맞선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내 물가 궤적을 봤을 때 8월부터 2%대 초중반 이하로 안정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한은의 금리인하 시기는 10월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상보다 이 총재의 기자회견 스탠스가 도비시(dovish·완화 선호)했다"며 "현재 금리수준이 제약적이라는 표현을 강조했고 물가가 목표치에 근접하면 금리 정상화(인하)가 필수적이라는 표현이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하반기엔 금리인하 기대감이 언제든지 확산될 수 있다"며 "인하 시기는 8월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한은이 연준보다 선제적으로 금리인하를 시작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스위스와 스웨덴 등 미국보다 먼저 금리인하를 시작한 국가들은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거나 물가상승률이 1%대 아래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차이가 있다.

또 한은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릴 경우 현재 2%p인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일반적으로 내외금리차가 역전되면 우리나라 금융자산의 기대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아져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의 유출 압력이 높아진다.

이 총재는 "각 나라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통화정책을 달리하게 되는데 기계적으로 금리격차가 벌어진다고 환율과 자본이동 가능성이 변한다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그렇지만 너무 크게 벌어졌을 때 생길 수 있는 환율 변동성과 자본이동 가능성을 고려해 하반기 통화정책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김주현 기자 naro@mt.co.kr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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