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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계약 위반”“임기 보장”…이 주주계약서, 민희진 운명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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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방시혁(왼쪽) 하이브 이사회 의장과 민희진 어도어 대표. 중앙포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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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침탈과 계약 위반을 이유로 계열사 대표직에서 해임하겠다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주주 계약 위반”이라고 맞서는 민희진 어도어 대표 간 법적 공방이 다음 주 1차 분기점을 맞는다. 민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제기한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재판부가 오는 31일 전까지 결론을 내겠다고 밝히면서다. 하이브는 오는 31일 어도어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민 대표 등 경영진 해임안을 안건으로 다룰 예정이다.

방 의장이 이끄는 하이브와 민 대표 간 갈등의 핵심 쟁점은 ‘주주 간 계약서’ 내용에 대한 해석 문제다. 이 계약 제2조 1항엔 “하이브는 민 대표가 어도어 설립일인 2021년 11월 2일부터 5년간 어도어 대표이사·사내이사 직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보유주식의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민 대표 측은 이 조항의 핵심을 ‘5년간 임기 보장’으로 본다. 주총에서 다뤄질 해임안이 통과될 경우 임기가 보장되지 않는 결과로 이어지는 만큼 하이브는 해임안에 찬성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민 대표 측이 이를 ‘의결권 구속 약정’으로 보는 이유다. 재판부가 이 주장을 수용할 경우 하이브는 어도어의 지분 80%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이지만 해임안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나머지 20%의 어도어 지분 중 18%는 민 대표가 갖고 있다.



민 “임기 조항, 의결권 구속” vs 방 “의결권 무력화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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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1일 어도어 임시 주주총회에서 민희진 대표 등 경영진에 대한 해임이 안건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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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맞서 하이브 측은 “주주 간 계약에 기재된 임기 조항이 의결권을 구속하는 계약이라고 볼 여지가 적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어도어 이사회 3인이 모두 민 대표의 측근으로 구성돼 있는데다 “임기 조항을 의결권 구속 계약으로 해석할 경우 주주권의 핵심인 의결권이 무력화된다”는 게 하이브를 대리하는 김앤장 측의 법률 검토 결과다.

하이브 측은 민 대표 해임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로 2002년 대법원 판례(2000다72572)를 들고 있다. 이 판례엔 “계약 내용은 사회 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하고, 당사자 일방이 주장하는 계약의 내용이 상대방에게 중대한 책임을 부과하는 경우 더욱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민 대표에 대한 해임 사유가 분명한 상황에서 해임 찬성에 의결권을 사용하지 말아 달라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일부러 하지 말라는 ‘배임’으로 이어질 수 있단 것이다.



방 “민희진, 선관의무·계약 위반” vs 민 “사실관계 따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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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경영권 탈취 의혹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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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측이 주장하는 민 대표의 해임 사유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 위반’과 ‘중대한 계약 위반’이다. 하이브는 선관 주의 의무 위반과 관련 민 대표가 ①어도어 소속 스타일리스트의 금품 수취 사실을 방조한 횡령·배임 혐의의 공동정범이고 ②어도어의 기업가치를 하락시켜 경영권 지분을 탈취하려는 계획을 수립했으며 ③지난 4월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동의 없이 경영진과의 대화 내용을 짜깁기해 유출하며 기업가치를 훼손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스타일리스트 금품 수취의 경우 회사로부터 인센티브를 수령하는 대신 광고주가 지급한 금액을 받았단 내용이다. 하이브는 이를 횡령으로 보고 지난 9일 당사자에 대한 감사를 단행했다. 어도어 측은 이튿날 “이러한 계약 관계는 업계의 통상적 관례”라며 “어도어에 금전적 피해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횡령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광고주로부터 돈을 받은 건 일종의 ‘유연한 보상체제’란 게 민 대표와 어도어 측의 입장이다.



“‘개저씨’ 회견, 대외이미지 실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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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기자회견에서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하는 민희진 어도어 대표.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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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가 제기한 민 대표의 중대한 계약위반의 경우 하이브 경영진과 계열사 소속 가수들에 대한 비방이 주를 이룬다. 우선 민 대표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아일릿(빌리프랩 소속)에 대해 카피·아류 등의 근거 없는 비방을 했고, 르세라핌(쏘스뮤직 소속)에 대해선 표절 시비 등을 언급하며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한다. 빌리프랩은 지난 22일 용산경찰서에 민희진 대표를 상대로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경영진 비난으로 인한 하이브의 대외이미지 실추도 계약 위반 행위로 꼽는다. 특히 민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하이브 경영진을 ‘개저씨’라고 표현한 점 등이다.

민 대표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세종은 “하이브 측의 주장에 대해선 사실관계부터 이견이 있고, 재판부에서도 이같은 주장을 배척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입장이다. 하이브 측이 민 대표의 계약 위반 사유로 열거한 행위 등에 대한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반론을 실어 오는 24일 재판부에 서면으로 제출할 예정이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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