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6 (일)

"공부와 인성은 별개더라"…서울대 N번방 사태에 재학생들 불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23일 오후 3시쯤 서울 관악구에 있는 서울대학교 캠퍼스 내 모습/사진=오석진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선한 사람들이 대다수일 것이다'는 믿음이 깨진 느낌이죠"

23일 오전 11시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캠퍼스에서 만난 서울대생 20대 여성 김모씨는 이른바 '서울대 N번방 사건'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나름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어서 믿음도 있었는데, 우리학교 안에서도 이런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에 경각심을 갖게 됐다"며 "기숙사 룸메이트를 비롯해 내 주변 서울대생들도 '우리 학교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을 줄 상상도 못했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많다"라고 했다.

김씨는 이번 사건 이전부터도 타인들에게 SNS(소셜미디어) 프로필을 공개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친한 사람들에게만 본인 얼굴이 보이도록 하는 소위 '멀티 프로필'을 사용했다. 그는 "딥페이크 기술을 처음 알게 된 순간부터 '사진 도용을 당할 수도 있겠다'고 느꼈다"며 "(멀티 프로필을) 미리 해두길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밝혔다.

또 "친하지 않은데 갑자기 접근해 SNS 계정이나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하는 경우 더 망설여질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이어 "사실 조심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범죄자를 한순간에 없앨 수도 없는 노릇이라 답답하기도 하다"고 했다.

같은날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관정도서관 앞에서 만난 재학생 20대 여성 조모씨도 이번 사건에 대해 "내 주변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을까봐 무섭다"고 했다.

조씨는 "사실 서울대생이라고 인성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라며 "실제로 공부는 잘해도 올바르게 자라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는 걸 입학한 후에 많이 느꼈다"고 밝혔다. 조씨는 이번 일이 주변에서 일어나 불안한 마음이라고도 했다.

그는 "N번방 사건의 범인들 역시 평판이 나쁜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잘 숨기고 평범하게 다니던 사람들이 있지 않았냐"며 "그런 사람들을 한 번에 알아볼 수도 없고 대화를 몇 번 나눠도 알기가 힘들어 괜히 불안한 마음도 든다"라고 했다.


서울대 부랴부랴 '피해자 보호' TF 신설…재학생들은 "글쎄"

머니투데이

23일 오후 3시13분 서울대 행정관 옆 카페에 학생들이 모여있다/사진=오석진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대는 뒤늦게 피해자 보호·재발 방지를 위한 TF(태스크포스)를 꾸렸다. 그러나 재학생들은 이 TF에 대해서도 냉담했다.

조씨는 "과연 TF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이런 성범죄가 없어질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서울대N번방 사건이 학교 내에서 크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20대 여성 A씨는 "(서울대 음란물 유포 사건은) 학내에서 잘 알려진 사건은 아니다. 교내에서 학생들이 잘 모르는 사건 일 것"이라며 "일상을 살아가는 주변에서 이런 사건이 일어나서 더욱 충격적이고 무섭다"고 답했다.

이번 '서울대 N번방' 사건은 서울대학교 졸업생 40대 박모씨를 비롯한 일당이 피해자들의 사진에 있는 얼굴을 도용해 음란물에 합성한 뒤 피해자들에게 이를 보내는 등 성적으로 조롱한 사건이다.

피해자들은 2021년 7월쯤 텔레그램으로 음란 사진과 동영상들을 전송받아 피해사실을 알게 돼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밝혀진 피해자만 60명이 넘는다.

경찰은 박씨와 서울대 로스쿨 졸업생 강모씨를 각각 지난달 11일과 지난 16일 성폭력처벌법 위반(허위 영상물 편집·반포) 등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서울대 동문 여성 12명을 비롯한 61명의 사진을 음란물에 합성해 퍼트린 혐의를 받는다.

오석진 기자 5stone@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