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6 (일)

브라질, 2차 대전 직후 일본계 주민 강제 수용 사과할 듯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지난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브라질 정부가 2차 세계대전 직후 일본계 주민을 강제수용했던 아픈 역사에 대해 사과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23일 “브라질 정부의 자문기관인 사면위원회가 제2차 세계대전 뒤 브라질에서 이뤄진 일본인 이민자 강제 수용과 관련해 오는 7월 25일 인권침해에 대한 사과 여부를 재심의하기로 했다”며 “이 위원회의 에네다 알메이다 위원장이 브라질 정부를 대표해 사과할 전망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위원회가 2차 대전 직후인 1946년부터 2년간 상파울루주 앞바다 안시에타섬 감옥에 일본계 주민 172명을 수용했던 일을 사과할 방침이다. 당시 인권침해 여부를 조사한 정부 진상규명위원회 자료를 보면, 일본계 주민들은 이곳에서 감금돼 학대와 고문을 당했다는 정황도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의 패전 소식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이들이 패전을 인정하지 않으며 거세게 반발하다 테러리스트로 몰려 수감되는 일도 있었다”고 짚었다. 브라질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국에 가담해 일본과 국교를 단절했다. 브라질에서는 1943년 남동부 산토스 지역에서 당국이 일본인과 일본계 주민 6500여명을 ‘적성 외국인’이라며 수용소에 보낸 이른바 ‘산토스 사건’도 있었지만, 이번 조사 대상은 전후 사례로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알메이다 위원장은 신문에 “‘일본인’이라는 단순한 이유만으로 브라질로부터 국가 차원의 박해를 받았던 잔혹한 사건을 사람들에게 알림으로써 국가가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제수용 문제뿐 아니라 2차 대전이 한창이던 시기까지 포함해 브라질 내 일본계 사회가 받은 박해에 대한 포괄적 사과를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고 신문은 전했다. 위원회는 1946년 이후 군의 영향으로 발생한 인권침해에 대해 정부의 배상 여부 등을 판단할 권한이 있다.



2차 대전 시기 안팎으로 일본계 이민자 강제수용은 미국, 캐나다 등에서도 있었다. 앞서 미국에선 1988년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2차 대전 때 12만명의 일본계 미국인을 ‘적성 외국인’으로 간주해 재판 없이 대통령의 행정명령만으로 강제수용한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한 바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지난해 2월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계 미국인에 대한 강제수용은 인종주의, 공포, 외국인 혐오가 억제되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상기해 준다”며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약속한다”고 밝혔다. 캐나다 역시 이 문제와 관련해 의회가 사과하고 보상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세계 최대의 일본계 커뮤니티가 있는 브라질에 현재 270만여 명의 일본계 주민이 살고 있다”며 “내년 전후 80년을 맞는 상황에서 과거 부당한 대우를 받았던 일본계 이민자들의 명예 회복에 큰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풀이했다.



다만, 아시아 태평양에서 침략 전쟁을 벌인 일본도 브라질 등의 사과에 걸맞은 행동을 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요미우리 신문은 한 일본계 3세 브라질인의 말을 인용해 “일본인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기획] 누구나 한번은 1인가구가 된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