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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이란 대통령이 탔던 헬기, 서방 제재 탓에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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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체크]

이란 “항공기 부품 수입 막혀 보수 못해 결함… 美의 범죄”

조선일보

19일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사망 사고를 일으킨 헬리콥터 '벨-212'/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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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사망 당시 탑승했던 추락 헬리콥터에 노후화에 따른 기술적 결함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란의 항공기 운용 실태가 주목받고 있다. 서방의 제재로 대통령 헬기조차 정상적인 유지 보수가 어려웠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사고 다음 날 “라이시 대통령은 ‘기술적 고장(technical failure)’으로 발생한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순교했다”고 보도했다. 정확히 어떤 결함 때문인지 밝히지는 않았지만, 2013~2021년 재임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전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IRNA에 “이란의 항공 산업에 제재를 가한 미국이 이번 추락에 책임이 있다”며 “이란 국민과 역사는 미국의 범죄를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사고의 원인이 된 기술적 고장은 무역 제재로 인한 유지 보수의 어려움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악천후 상황에서 45년 된 헬기를 띄우기로 한 결정의 책임은 이란 정부 스스로에게 있다”고 일축했다.

라이시 대통령이 탔던 헬리콥터는 미국 벨(Bell)사가 개발한 ‘벨-212′로, 1968년 첫 비행을 실시해 1998년에 단종된 기종이다. 글로벌 항공 분석 업체 시리움에 따르면 이란에 등록된 벨-212 15대의 평균 연식은 35년 정도다. 추락한 기체가 생산 초기 모델일 경우 수명이 50년이 넘었을 수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에 추락한 헬기가 30년 전인 1994년 이란 공군에 인도된 것으로 파악되지만, 그 전에 얼마 동안 운용됐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그래픽=이진영


그러나 노후된 헬기 자체가 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FT에 따르면 벨-212는 여전히 오스트리아 공군과 일본 해상보안청, 태국 경찰, 미국 소방 당국 등 여러 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다. 오래된 기종을 사고 없이 운항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유지 보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영국 로펌 HFW의 금융·무역 제재 부문 파트너 변호사 대니얼 마틴은 FT에 “벨 헬기에 탑재되는 교체 부품이 미국, 영국, 유럽의 수출 통제 대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은 (이란의) 항공사와 항공 장비를 무역 제재의 표적으로 삼았고, 이런 제재가 안전에 미치는 영향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이란은 오랜 기간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아왔다. 1995년 빌 클린턴 대통령 재임 시절 미국은 이란에 대해 상업용 항공기 금수 조치를 취했다. 이후 2015년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통해 일부 제재가 해제되는 듯했지만,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탈퇴하면서 대(對)이란 단독 제재를 잇달아 내놓았다. 이로 인해 약 30년 동안 항공기를 새로 구입하기는커녕 유지 보수를 위한 부품조차 제대로 조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이란군이 점점 더 구식이 되어가는 노후 장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 문제는 공군에서 특히 두드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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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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