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 나흘간 머물며 풀려난 인질과 가족 인터뷰
셰릴 샌드버그 전 메타 최고운영책임자.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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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릴 샌드버그(55) 전 메타(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가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변신했다. 21일 오후(현지 시각) 미 의회에서는 샌드버그가 최근 발표한 다큐멘터리 ‘침묵 전의 비명(Screams before Silence)’이 민주당·공화당 의원 다수가 참석한 가운데 상영됐다. 지난달 유튜브에 공개한 이 다큐멘터리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인을 상대로 저지른 성범죄를 조명한다. 미 대학가에서 반전(反戰) 시위가 계속되는 등 최근 주로 이스라엘의 과오가 부각되는 가운데 샌드버그가 반(反)유대주의를 둘러싼 논란의 한복판에 뛰어들게 됐다.
이날 상영된 작품은 19세 이스라엘 여성 인질의 모습, 잠옷 바지에 피가 잔뜩 묻은 채 손이 등 뒤로 묶여 비명을 지르는 장면 등 하마스의 성범죄 현장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인질을 죽인 후에도 옷을 벗겨 강간했다” “나무판자, 쇠막대 등 온갖 종류의 물건을 성기에 삽입하려 했다”는 목격자들의 증언도 나온다. 올해 1월 메타 이사회 이사직을 내려놓은 샌드버그는 이스라엘 현지에 나흘 동안 머물며 풀려난 인질과 유가족을 직접 인터뷰했다. 그는 뉴욕타임스(NYT)에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작품”이라며 “실제 상황은 더 끔찍하다”고 했다. 미 매체 액시오스는 “샌드버그가 셀럽(유명인)으로서의 영향력을 활용해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고 했다.
하마스의 이스라엘인 납치와 성범죄는 유엔이 “합당한 근거가 있다”(프라밀라 패튼 성폭력 문제 특별대표)고 밝힌 것이다. 국제형사재판소(ICC)도 20일 하마스 지도부 인사 3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하며 성범죄를 명시했다. 다만 그동안 미국 사회에선 헤지펀드 거물 빌 애크먼 등 몇몇 인사를 제외하면 이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는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이 때문에 유대인이자 여권 신장을 강조해온 샌드버그가 상당한 논란을 감수하고 다큐를 제작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당장 이스라엘 정부가 “상상할 수 없는 범죄가 벌어지고 있다”며 샌드버그에 감사를 표한 반면 하마스는 작품에서 제기된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유튜브에서 한 달 만에 약 100만 조회수를 기록한 다큐에는 “대학가 시위 현장에 틀어놔야 한다”는 댓글들이 달리고 있다.
샌드버그는 “사람들이 양극화되고 자신들의 틀에만 매몰되다 보니 거기에 맞지 않는 정보는 보지 않으려 한다”며 “하마스의 성폭력은 그런 틀에 맞지 않는다. 반유대주의도 그래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재무부 관료 출신인 샌드버그는 2008년 메타에 입사해 운영 전반과 마케팅·인사·법무 등을 관장해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의 오른팔이란 평가를 받았다. 올해 초 메타에서의 16년을 마무리한 샌드버그는 일하는 여성을 위한 비영리 기구 ‘린인(Lean In)’ 활동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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