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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러 동결자산 수익 年 4조 우크라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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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국 이사회 “이르면 7월 집행”

조선일보

유럽연합(EU)이 21일 회원국들이 보유한 러시아 동결 자산에서 나온 수익금을 모두 우크라이나 지원에 쓰기로 최종 확정했다.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에 걸린 EU 깃발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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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21일 회원국들이 보유한 러시아 동결 자산에서 나온 수익금을 우크라이나 지원에 쓰기로 확정했다.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약 2년 3개월 만에 나온 조치로, 러시아의 거센 공세로 어려움에 빠진 우크라이나에 ‘가뭄 속 단비’가 될 전망이다.

EU 이사회는 21일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에서 회의를 열어 러시아 동결 자산 수익금의 우크라이나 지원안에 합의했다. EU 핵심 회원국인 독일·이탈리아·프랑스가 참여하는 G7(7국)도 오는 6월 정상회담에서 비슷한 조치를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현재 EU와 G7이 러시아 경제 제재의 하나로 동결한 자산은 약 2800억달러(약 382조원)에 달한다. 러시아 정부와 중앙은행, 공기업 등이 서방 금융기관에 맡긴 자금이다. 이 중 3분의 2가 넘는 약 2000억유로(약 296조원)가 EU 역내(域內)에 묶였고, 대부분 세계 최대 국제 예탁 결제 기구인 벨기에의 ‘유로클리어’가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예탁 결제 기구는 복잡한 국가 간 금융 결제를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증권 예탁과 보관, 자금 결제 및 정산을 도와주는 기관이다. EU와 G7에 묶인 러시아 자산에서 올해 발생하는 수익만 약 30억유로(약 4조4000억원)로 추산된다. 이 금액의 90%는 무기에, 나머지 10%는 재건 용도로 지원된다.

동결된 러시아 돈을 굴려 발생한 이익으로 우크라이나를 돕자는 구상은 2022년 여름부터 논의됐지만 급물살을 타기는 지난해 10월부터다. 당시 EU정상회담에서 원칙적 합의를 봤고, 올해 2월엔 100만유로 이상의 러시아 동결 자산을 보유한 기관들이 수익금을 우크라이나 지원용 별도 계정으로 관리토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경제 제재로 묶인 러시아 자금을 활용해 우크라이나를 돕는다는 구상이 처음 구체화된 사례였고, 마리야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이 “도둑질”이라고 맹비난할 정도로 러시아는 격하게 반발했다.

이후 우크라이나가 동부 돈바스의 요충지에서 러시아군에 밀리기 시작하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불리한 전황을 언급하며 지원을 호소할 만큼 전황이 나빠지자 러시아 자산 수익금의 90%를 무기 지원에 쓰는 방안이 부각됐다. 이 방안이 지난 8일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에서 열린 27회원국 대사 회의에서 별 이견 없이 합의됐고, 2주 만에 별다른 수정 없이 확정됐다. 오르반 빅토르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친분을 앞세워 사사건건 발목을 잡아온 헝가리조차 반대 의사를 내지 않았다. 지난 10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제2 도시인 하르키우 대공세에 나서며 전황이 더 나빠진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EU가 먼저 물꼬를 트면서, G7도 다음 달 13일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G7 정상회담에서 같은 조치를 발표할 전망이다. G7 의장국인 이탈리아 재무부는 앞서 16일 “G7은 러시아 동결 자산 수익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EU의 노선을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 장관도 21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금융경영대학원 연설에서 “G7 재무 장관 회의에서 러시아 동결 자산을 활용한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해 추진 의사를 내비쳤다.

앞서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서방에 묶인 러시아 자금의 원금을 몰수해 쓰는 방안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EU는 원금까지 손댈 경우 국제법상 재산권 침해 논란이 일면서 국제 소송이 대거 발생하고, 해외 투자가 잔뜩 축소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벌어진다며 반대해 왔다. 대신 원금은 손대지 않되 여기서 창출되는 수익금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절충안’을 줄곧 주장해 왔다.

러시아 자금이 EU에 쏠린 것은 전쟁 전 EU와 러시아의 교역이 활발했던 탓이다. 특히 러시아 에너지 수입 대금 비율이 크다. 전쟁 직전인 2021년 EU와 러시아 간 교역 규모는 2477억유로(약 366조원)로, 약 40%인 990억유로(약 146조원)가 EU의 러시아 에너지 수입액이었다. 이 중 상당액이 현금과 채권으로 유로클리어에 묶인 것으로 추정된다. 유로클리어는 이 자금을 국채나 정기예금 등 안전 자산으로 굴려 연 2%대 수익을 올려왔다. 지난해 거둔 수익은 44억유로(약 6조5000억원)에 달한다.

러시아 자산 수익금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이르면 7월부터 집행 가능할 것으로 로이터는 전망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정부에 직접 가는 액수는 많지 않다. 무기 지원금(90%)은 유럽 국가들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자금인 ‘유럽 평화 기금(EPF)’을 통해 지원된다. 재건 자금(10%) 중 일부는 우크라이나에 현금으로, 일부는 EU와 우크라이나가 공동 추진하는 재건 프로젝트 자금으로 전달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EU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쓴 돈은 1500억유로(약 222조원)가 넘는다. 유로뉴스 등은 “러시아 동결 자금 수익을 쓸 수 있게 되면서 EU 회원국들이 재정 부담을 어느 정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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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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