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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노영우칼럼] 美보호주의와 '파우스트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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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선을 추구한다며 악의 수단을 활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미국의 정치경제학자 빈센트 오스트럼은 미국 보호주의를 '파우스트의 거래'에 비유했다. 독일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에 나오는 주인공 파우스트는 현실에서의 쾌락을 얻으려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계약을 체결한다. 누구보다 지식을 많이 쌓은 석학 파우스트도 현실에서 악마의 속삭임을 내치지 못했다. 악마의 도움으로 파우스트가 쾌락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이 고통을 겪는 스토리가 펼쳐진다. 평소에 자유무역의 원칙을 주창하는 미국도 선거가 임박하면 '포퓰리즘의 유혹'에 휩싸인다. 소비자들의 희생을 통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보호주의도 이때 기승을 부린다.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경쟁적으로 보호주의를 역설하는 모습은 오스트럼의 비유를 연상시킨다. 트럼프는 이미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관세폭탄'을 공약으로 들고나왔다. 바이든 정부는 최근 중국 전기차에 부과하는 관세를 4배 이상 높이겠다며 무역전쟁을 선전포고했다. 자국 기업에 부당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무리한 저가 공세로 세계 공급망을 교란하는 중국의 불공정행위가 비난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의 불공정행위는 다자간 국제무역 질서의 틀 내에서도 응징이 가능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동맹국과의 협의를 통해 중국의 불공정 무역에 대응할 것'이라고 했지만 선거를 앞두고 '협의'는 사라졌다. 이제 누가 대통령이 되든 미국의 일방적인 보호주의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파우스트의 거래'처럼 보호주의가 위험한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먼저 편협성이다. 애덤 스미스와 데이비드 리카도로부터 이어지는 자유무역 원칙의 중심은 소비자다. 자유무역으로 각국 소비자들이 좋은 물건을 싼값에 구입할 수 있다면 개인과 국가 모두에 좋은 것이다. 반면 보호주의는 정치적 목적을 관철하려는 정치인과 여기에 편승한 이익집단이 중심이다. 관세로 특정 산업을 보호하면 소비자는 비싼 값에 질이 안 좋은 물건을 사야 하는 반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산업은 승승장구한다. 소비자는 정치적으로 분산된 반면 이익집단은 로비를 통해 정치인과 유착한다. 결국 소비자의 희생을 전제로 보호주의가 기승을 부린다. 미국 보호주의는 타국으로 확산돼 전 세계 소비자를 옥죈다.

파우스트처럼 보호주의도 한 번 빠지면 끝장을 볼 때까지 빠져나오기 어렵다. 1928년 허버트 후버 미국 대통령도 표를 얻기 위해 보호주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집권 후 그는 최고 400%의 관세를 부과하는 '스무트 홀리법' 시행을 주도했고 영국과 프랑스 등은 보복 관세로 맞섰다. 그 결과 세계 교역과 소비가 급속히 위축됐고 미국 경제는 대공황을 맞았다. 그제야 미국은 자유무역 확대를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만들었다.

자유무역은 자전거처럼 페달을 계속 밟아야 균형을 유지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페달 밟는 것이 힘들다고 그만두면 자전거가 쓰러지는 것처럼 자유무역도 지속되기 어렵다. 미국은 그동안 민주당이 보호무역을 주장하면 공화당이 반대했고, 공화당이 보호주의를 내세우면 민주당이 반대하면서 자유무역의 명맥을 이어왔다. 이렇게 세계 자유무역 질서를 주도해온 초강대국 미국이 똘똘 뭉쳐 보호주의를 들고나와 경제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현 상황은 그래서 더 위험해 보인다.

한국이 지금은 타깃이 아니라고 안심할 수 없다. 과거 미국의 보호주의 앞에서 영국 독일 일본 등 우방국들도 속절없이 당했다. 미국의 보호주의 칼끝이 어느 나라를 향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한국은 무역을 통해 성장한 나라다. 어느 때보다 자유무역의 원칙과 명분을 강조할 때다.

[노영우 국제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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