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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노출 걱정된다면… 익명 검사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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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시민 대상 무료 검사 지원… 진단키트로 6종 마약 성분 판별

양성 나와도 신고보단 치료에 집중

검사자 신상 노출되지 않게 노력

“10대 청소년이 적극 이용했으면”

동아일보

김상진 부산마약퇴치운동본부 상임이사가 20일 부산 동구 마약퇴치운동본부 사무실에서 마약류 진단 키트를 소개하고 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ㅁ.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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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에 노출됐다면 2줄, 그렇지 않을 경우 1줄이 표시됩니다.”

20일 부산 동구 부산약사회관 4층 부산마약퇴치운동본부(마약퇴치본부) 사무실. 김상진 마약퇴치본부 상임이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키트와 비슷한 형태의 도구”라고 마약류 진단 키트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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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종의 마약 노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마약류 진단 검사 키트.


성인 손바닥 절반 정도 크기의 플라스틱 진단 키트 내부에는 주황색과 빨간색 등 각기 다른 색깔의 검사지 6개가 일정 간격으로 배열돼 있다. 체내에 필로폰과 대마, 모르핀, 코카인, 암페타민, 엑스터시 등 6종의 마약과 마약류, 향정 등 성분이 있는지를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진단 키트 아랫부분에 소변을 떨어뜨리면 약 10분 뒤 양성(마약 검출)과 음성(미검출)의 결과가 판별된다.

마약퇴치본부는 부산시의 의뢰로 이달 13일부터 이 같은 마약류 노출 익명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료로 시행되는 검사는 모든 부산 시민이 참여할 수 있지만 특히 10대 청소년이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중이라고 한다.

김 상임이사는 “10대 청소년의 마약 노출 여부는 빠르게 파악해야 한다”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약에 노출됐다는 사실을 늦게 인지하고, 두려운 마음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면 더 깊은 마약의 수렁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약퇴치본부는 지난해 4월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발생한 ‘마약 음료 사건’과 비슷한 상황이 부산에서 벌어진다면 10대 청소년이 기댈 수 있는 곳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우선 진단 키트 검사를 통해 마약 노출 사실을 파악하고, 양성 판정을 받은 10대 청소년을 곧바로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고 당사자와 협의해 맞춤형 대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문적인 치료를 원하는 청소년과 부산의료원 등 마약 전담 치료기관을 연결하고, 구체적인 진위 파악을 원하는 이들은 경찰 관련 부서를 소개하겠다는 것. 김 상임이사는 “의도하지 않았던 마약 투약은 곧바로 처벌되지 않는다고 안내해 불안해하는 청소년을 안심시킬 것”이라며 “특히 이들의 신상이 노출되지 않게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진단 키트 검사가 시행된 13일부터 현재까지 아직 검사 참여자는 없다. 김 상임이사는 “이 같은 검사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모든 청소년이 알 수 있도록 각 학교에 공문을 보내줄 것을 부산시교육청 등에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클럽이나 술집 등에서 모르는 사람이 건넨 술을 마신 뒤 마약이 섞였을 가능성을 의심하는 이들도 검사를 받아볼 수 있다. 마약퇴치본부에는 100개 이상의 진단 키트가 준비돼 있다. 다만 무분별한 검사를 막기 위해 검사를 원하는 이는 마약 강제 노출 의심에 관한 정황을 설명해야 한다. 질병 치료를 이유로 마약에 노출됐거나 마약 중독 재활 치료를 받는 사람은 검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김 상임이사는 “뜻하지 않게 마약을 접촉했더라도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진단 키트 검사 외에 다양한 정책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1992년 문을 연 부산마약퇴치운동본부는 마약류 폐해를 알리는 교육과 마약 치료 재활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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