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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이란 차기 최고지도자에 하메네이 아들 유력…'팔레비왕조냐' 내부 비판[딥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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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최고지도자로 여겨지던 라이시 대통령 헬기 추락사

모즈타바와 함께 또다른 성직자 아라피 언급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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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최고지도자의 둘째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 ⓒ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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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강민경 조소영 기자 = 이란의 차기 최고지도자로 거론되던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헬기 추락 사고로 갑작스럽게 사망함에 따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후계 구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라이시 대통령은 하메네이의 잠재적인 후계자로서, 하메네이가 둘째 아들인 모즈타바 하메네이(55)에게 자리를 물려주기 전 이른바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되던 인물이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하메네이의 잠재적인 후계자로는 그의 아들인 모즈타바와 함께 최고지도자 선출권을 가진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소속 알리레자 아라피(67)가 언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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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시아파 고위 성직자인 알리레자 아라피가 2022년 바티칸 교황청에서 교황 프란치스코를 예방하고 있다. 2024.5.30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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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메네이 아들 모즈타바, 세습 역풍 불러올 수도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이란 정부에서 공식 직책을 맡고 있지는 않지만, 이란 혁명수비대(IRGC)와 그 산하 준군사조직인 바시즈의 배후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전문가를 인용, 이란 지도부 내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모즈타바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하메네이가 아들 모즈타바를 공개적인 후계자로 내세운다면 반발이 클 전망이다. 지금의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리고 세워진 이슬람 공화국이기 때문이다.

공화국 지도자인 하메네이가 왕위를 물려주듯 세습하게 된다면, 팔레비 왕조의 통치를 불법적인 군주제라고 비난했던 '이슬람 혁명의 아버지' 루홀라 호메네이의 철학에도 어긋난다고 WSJ은 지적했다. 하메네이 또한 지난해 세습 정부를 '비(非)이슬람적'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온라인 매체 암와즈의 이란 분석가인 모함마드 알리 샤바니는 NYT 인터뷰에서 "최고지도자가 세습 체제로 바뀐다면 (이슬람 공화국) 체제가 죽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아라피, 하메네이가 직접 발탁한 종교 지도자

아라피는 모즈타바보다는 덜 알려졌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명망 있는 종교 지도자로 꼽혀 왔다. 그는 시아파 교리를 설파하는 핵심 기관인 알 무스타파 국제 대학의 총장으로 하메네이가 직접 발탁한 인물이다.

이란의 종교 도시 쿰(Qom)에서 아라피는 금요 대예배를 집전하며, 이슬람 신학교의 지도자로서 시아파 신학자들을 육성한다.

반면 모즈타바의 경우 시아파 성직자로서 높은 지위에 오른 적이 없다.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의 최고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종교계의 요직 경험이 필수로 여겨지는데, 이 때문에 다른 시아파 지도자들은 그가 후계자가 될 경우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NYT는 전했다.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소속 성직자 마흐무드 모함마디 아라기는 이란 국영 통신사 ILNA에 하메네이를 향해 "그의 아들이 후계자로 거론되는 것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시하기도 했다.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은 최고지도자인 '라흐바르'가 1인자로 통치하는 이슬람 공화국 체제로 운영된다. 4년 임기의 대통령은 직선제로 뽑히지만, 최고지도자는 종신 임기며 국민이 아닌 이슬람 법학자들로 구성된 국가지도자운영회의가 선출한다.

최고지도자는 국가지도자운영회의와 협의해 △국가 최고정책 결정권 △군 통수권 △사법부 수장, 군사령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장 등 임명권 △선출된 대통령 인준권과 해임권 △사면권 등 광범위한 권한을 행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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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가 19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혁명 수비대원들과 모임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의 헬기 추락 사고에도 “국정 운영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2024.05.20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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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폭된 불안, 하메네이는 잠재울 수 있을까

이란 최고지도자의 후계 구도가 흔들리기 전에도 이란은 이미 정치적·사회적·경제적인 불안을 겪고 있었다. 반정부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한 데다 통화 가치는 폭락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 재해와 물 부족 문제도 대응이 시급한 과제로 지목된다.

정부에 대한 불신은 2021년 이란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율이 이슬람 혁명 이후 최저치(48%)였던 것에서도 나타난다. 올해 이란 총선 또한 역대 총선 중 투표율이 가장 낮은 41%로 집계됐다.

이런 가운데 라이시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권력을 둘러싼 보수파들 사이에서 권력 다툼을 촉발할 수 있다고 WSJ은 전망했다. 하메네이는 혼란에 빠진 이란 국민들을 통합시키고, 지도부 내부 갈등을 수습하면서 후계 구도를 안정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미주리과학기술대학교의 메흐자드 보루제르디는 "하메네이의 관점에서 가장 피하고 싶은 것은 추가적인 불안정일 것"이라며 "하메네이와 국가지도자운영회의가 개혁주의나 온건파 후보의 대선 출마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하면 보수 진영 간의 경쟁이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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