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4 (월)

이슈 뮤지컬과 오페라

[리뷰] 욕망과 사랑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 연극 '클로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장진경 기자]
문화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문화뉴스 장진경 기자] "난 사랑에 빠진 게 아니라 사랑을 선택한 거예요." 우리는 왜 사랑이라는 감정에 휩쓸리는 걸까.

연극 '클로저'는 현대 런던을 배경으로 앨리스, 댄, 안나, 래리라는 네 명의 남녀가 만나 서로의 삶에 얽혀 드는 과정을 좇는 작품이다. 사랑에 빠지고 그 사랑이 끝나는 과정 속에서 서로를 향해 품는 열망과 집착, 흔들리는 마음, 소통과 진실의 중요성을 조명한다.

런던의 도심 한복판. 소설가가 되고 싶지만, 현실은 신문사 부고 담당 기자 댄. 어느 날 출근길 인파 속에 유달리 눈에 띄는 앨리스를 발견하고 강렬한 이끌림을 느끼는데...서로를 응시하며 횡단보도에 마주 선 그들....그러나 그녀는 달려오던 택시에 치여 쓰러지고, 댄은 얼떨결에 그녀의 보호자가 되어 병원으로 향한다.

"안녕, 낯선 사람"

문화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앨리스 김주연, "사랑받는 거, 그게 얼마나 큰건데"

뉴욕에서 온 스트리퍼 앨리스는 등장인물 중 가장 베일에 쌓여있는 인물이다. 직업만을 알 수 있고, 그녀의 다리에 있는 흉터, 본인에 대한 얘기 등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이야기 하지 않는다.

앨리스는 댄과의 사랑을 선택하고, 쭉 한 사람만을 원한 유일한 인물이다. 하지만 댄과의 행복한 날은 길지 않았다. 댄이 안나를 만난 후로 앨리스는 댄이 안나에게 끌리는 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후 앨리스는 댄과 크게 갈등을 일으킨 후 그를 떠나 다시 뉴욕에 돌아갔다가, 다시 댄과 재회한다.

김주연이 연기한 앨리스는 누구보다 앨리스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초반 자신감과 장난끼가 가득한 앨리스부터 댄과 안나로 인해 불안정하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격양된 앨리스의 모습, 스트리퍼로 돌아가 자신을 감추고 그저 남들이 원하는 모습만을 표출하는 등의 입체적인 앨리스의 성격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극 중 앨리스는 길 위에서 댄을 만나 잠시 그에게 머물렀고, 결국 앨리스는 다시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났다.

또한, 연극에서는 4인이 모두 주인공이지만, 그럼에도 가장 주인공 같은 역할은 앨리스였다. 가장 첫 장면에 등장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했고, "그녀는 모두를 무장해제 시킨다."고 말한 댄의 말처럼 극의 마지막에선 모두를 무장해제 시킨 앨리스로 극이 내린다.

문화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댄 유현석, "지금 나한테 중요한 건 당신이에요"

댄은 앨리스와 만나 서로에게 이끌려 사랑을 시작했지만, 안나를 만나 첫 눈에 반해 앨리스가 옆에 있음에도 안나에게 사랑한다고 외치는 인물이다. 부고 전문 기자였던 댄은 앨리스의 인생으로 소설을 써 소설가로 데뷔한다. 책에 실릴 사진을 찍기 위해 사진작가 안나를 만나 예기치 못하게 사랑에 빠진다.

댄은 앨리스와 함께 있음으로써 안정감과 본인이 앨리스를 챙기고 있다는 모종의 우월감을 느낀다.

유현석이 연기한 댄은 앨리스에게 달래듯이 사랑을 속삭이고 안나에게 매달리듯이 사랑을 구걸하며 댄의 방향 잃은 사랑을 보여준다.

댄은 극 중 여자 주인공인 앨리스와 안나의 품에서 떨어지지 않는 인물이다. 앨리스를 떠나 안나를 만나고, 안나를 떠나 앨리스를 만나는 등 그가 본인을 '내성적이었다.'라고 표현한 것과는 다르게 감정 역시 매우 격양되어 여자 주인공들을 압박하고 감정을 떠넘긴다. 결국 그에게는 비극이 찾아온다.

문화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안나 진서연, "남자는 내가 아니라 나를 사랑할 때의 그 감정을 사랑하는 거잖아."

안나는 상류층 사진작가로 이미 결혼한 기혼자이다. 별거 중이던 남편을 뒤로하고 댄과의 만남을 통해 댄이 자신에게 사랑고백을 하지만 댄을 거부한다. 하지만 안나 역시 댄에게 끌린다.

안나는 사랑에 대해 가장 감정에 휘둘리는 인물이다. 댄으로 인해 래리와 만나게 된 안나는 래리와 잘 지내는 듯 싶다가도 댄과 사랑에 빠지고, 래리와의 관계를 힘들어 하다가도 본인의 선택으로 다시 댄을 두고 래리를 선택한다.

진서연이 연기한 안나는 극 중 내내 우울하고, 어둡다. 가장 밝은 시점은 댄을 처음 만났을 때 딱 한 번이다. 때문에 안나를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인물로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제대로 된 이유보다는 그저 본인의 충동과 사랑에 휩쓸리는데, 그 감정들이 극 중에서 잘 보여지지 않아 아쉬웠다.

문화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래리 김다흰, "그런다고 원칙을 버리는 게 아니라고 해줘요"

래리는 서민가정에서 열심히 공부해 공공의료를 하는 의사로 댄의 장난으로 인해 안나와 만나 앨리스, 댄, 안나의 기존 삼각관계에 엮여 혼란의 사각관계를 맞는 인물이다.

안나와 댄이 사랑이라는 충동에 휩쓸리는 인물이라면 래리는 욕구에 휩쓸리는 인물이다. 공공의료를 하던 래리가 시간이 흘러 개인진료를 하는 의사로 전향하며 돈에 대한 욕구를 조금 더 탐을 내는 것과 유사하게 육체적 사랑에 대한 욕구를 표출한다.

김다흰이 연기한 래리는 매우 능글맞으면서도 중간중간 서늘한 모습을 보인다. 평소에는 매우 장난스럽고 뭐든 좋게, 유쾌하게 넘기는 사람이라면, 본인 기준에서 용납하지 못하는 일이 있을 때나 육체적 욕구 혹은 갈등이 있을 때는 네 인물 중 가장 격양된 감정을 드러내는데 이때에 표현되는 대사들이 매우 서늘하면서도 감정을 잘 전달한다.

래리는 잘못된 욕구와 안나의 감정 때문에 헤어지고, 욕구에 의존해서만 살다가 이후 안나와 재결합하게 되면서 진료도 다시 공공의료로 돌아오는 인물이다.

문화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통제할 수 없는 인간의 감정과 욕구가 보이는 연극, 보이는 것보다 더 깊다.

영화나 원작 희곡을 보지 않고, 시놉시스와 예고만 보면 연극의 내용은 일반적인 네 남녀가 본인의 사랑을 찾고 알게되는 극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보게 될 수 있는 연극이다.

하지만 연극 '클로저'는 인간의 본성과 통제할 수 없는 욕구, 감정을 그대로 캐릭터가 표현하고 적극적으로 표출한다. 이 과정에서 선정적인 내용도 가감없이 나오기 때문에 만 19세 이상 관람가가 되었다. 덕분에 인간의 욕구들이 조금 더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관객에게 전달된다.

극 중 환기를 맡은 것은 래리와 앨리스이다. 능글맞은 래리와 통통 튀는 앨리스 덕에 무거운 극의 분위기에 환기가 되지만 이들 역시 감정에 휩쓸릴 때는 한없이 어둡고 심각하다.

큰 환기를 위해 댄과 래리가 인터넷으로 채팅하는 씬이 만들어졌는데, 이런 급변화는 오히려 극의 몰입을 좀 깰 수 있다. 각 인물의 대사와 표현들 속의 그들의 욕망과 사상, 성격이 드러나는데 표면적으로 재미를 위해 구성된 장면에서는 인물이 깊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연극 '클로저'를 통해 사랑에 대한 정의를 관람객 스스로 정의할 수 있도록 사랑에 대한 모든 긍,부정적 내용을 깊게 담았다. 선정적인 내용과 캐릭터들이 격양되어 심각한 극의 장면들로 인해 커플보다는 친구와 함께 보는 것을 추천한다.

한편 연극 '클로저'는 패트릭 마비가 극작가이자 연출가로 1997년 런던 웨스트앤드에서 처음 선보인 작품이다. 한국에서는 2008년 초연됐으며, 지난 2016년 이후 8년 만에 새롭게 각색되어 무대에 올랐으며, 오는 7월 14일까지 플러스 씨어터에서 관람할 수 있다.

문화뉴스 / 장진경 기자 press@mhns.co.kr

[사진=MHN스포츠 제공]

<저작권자 Copyright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