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전선 따라 러군 하루 400차례 포격…푸틴 "완충지대 목표"
우크라, 하르키우 점령 대비…"러 병력 부족할 수도" 관측도
(하르키우 AP=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연기 피어오르는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 |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 턱밑까지 공세를 이어가면서 향후 몇주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대 기로가 될 전망이다.
하르키우는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로 러시아 접경지역이다. 러시아군은 지난 10일 하르키우에서 지상전을 개시한 후 점차 점령지를 넓혀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하르키우에 '완충지대'를 만들겠다고 밝혔지만, 우크라이나 본토에 대한 추가 공격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 속에 우크라이나도 격전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이날 하르키우 북쪽 지역을 공격, 최대 10㎞ 진군했다.
우크라이나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군 총사령관은 러시아의 이번 공격으로 전투 지역이 70㎞가량 확대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중대한 전투가 있을 것이며 적들이 그것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하르키우에선 러시아의 유도폭탄 공격으로 최소 3명이 숨지고 28명이 부상했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일주일간 하르키우를 중심으로 약 278㎢를 점령했다. 러시아는 지난 10일 이후 12개 마을을 점령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 차시우 야르 등 3곳을 거점으로 전진을 계속하고 있다.
시르스키 총사령관은 수미주(州)에 대한 공격에 대비, 방어선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북부 수미는 하르키우에서 북쪽으로 100㎞이상 떨어진 곳이다.
푸틴 대통령은 일단 대외적으로는 하르키우를 점령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중국 국민방문 중 기자회견에서 하르키우 공격은 우크라이나의 벨고로드 등 러시아 공격에 대한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또 자국 국경 지역을 보호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동부에 '완충지대'를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하르키우 진격이 완충지대 조성 수준에 머물지, 우크라이나 본토를 더 깊이 공격하기 위한 야심을 염두에 둔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中 하얼빈 방문한 푸틴 러 대통령 |
전날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의장은 러시아군이 모든 방향으로 진군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동부 최전선에서 우크라이나 병력을 전환하도록 하는 것일 수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 더 깊이 파고드는 것을 포함할 수도 있다고 영국 BBC 방송은 전했다.
하르키우 군사행정 책임자 볼로디미르 아르티우크는 "(러시아군의) 행동이 체계적이라는 점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상 국경 전체를 따라 포격이 계속되고 있으며, 하루 200∼400차례의 폭발이 일어나고 있다"며 러시아군의 강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 군사 전문가들은 일단 러시아가 하르키우를 점령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 입장에서도 이를 수행할 자원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월 러시아가 이미 황폐해졌던 아우디우카를 점령하는 데 병력 8만명이 필요했다면, 하르키우처럼 훨씬 큰 도시를 차지하는 데 훨씬 많은 병력이 필요할 텐데 그 정도 숫자는 러시아가 갖고 있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우크라이나 군사·정치연구센터 올렉산드르 무시엔코 소장은 "러시아군의 전략적 의도는 하르키우를 중심으로 포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러시아는 폭 10∼15㎞의 완충지대를 만들고, 향후 하르키우 공격 여지도 남겨둘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현재 우크라이나군은 병력으로나 화력으로나 모두 열세다.
우크라이나는 병력을 늘리기 위해 징집 대상 연령을 25세 이상으로 확대하고 일부 죄수의 군복무를 허용했다. 그러나 실제 변화까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미국이 지원한 무기가 본격적으로 전장에 본격적으로 배치되기까지 우크라이나군에겐 고비가 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 군사블로거 유리 부투소우는 자국군이 국경 방어에서 너무 많은 실수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방어망이 얼마나 가늘게 분산돼 있는지 확인했고, 이 때문에 완충지를 설정하고 영토 깊숙히 진격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러시아 군사 전문가 아나톨리 마트비추크는 러시아가 하르키우를 점령한다면 전쟁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우크라이나 산업 잠재력에도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마트비추크는 현재 러시아군의 목표는 완충지대 조성이라고 보면서도 본토 추가 공격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하르키우 외곽에서 약 20㎞ 떨어진 립시를 향해 진군 중인 것과 관련, "망원경으로 하르키우 교외를 실제로 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제2도시 점령이 갑자기 러시아의 시야에 들어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르키우 EPA=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우를 방문, 총사령관으로부터 브리핑을 받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
미군 지휘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북동부의 새 전선을 돌파할 병력이 충분하다고 보지는 않지만, 그곳에 우크라이나군을 배치하고 자국 국경을 위한 새 완충지대를 만드는 것을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찰스 브라운 미 합참의장과 크리스토퍼 카볼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총사령관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어느 정도 입지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했다.
또 최근 공세가 하르키우를 대규모 공격하기보다는 러시아 영토를 보호하고 재배치된 우크라이나군을 다른 곳에서 재배치된 우크라이나군을 옥죄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WSJ은 러시아가 궁극적으로는 우크라이나가 막아낼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전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 당국자들은 자신들이 통제하고 싶은 도시로 구소련 시절 한때 우크라이나 수도였던 하르키우를 지목하곤 했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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