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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이민청 신설, 원래 민주당이 주도했다 [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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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지난해 12월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정책의원총회에 참석해 이민청 설립과 관련해 제안 설명을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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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2일. 22대 국회 개원까지 남은 시간이다. 300명의 국회의원 당선자들은 지금쯤 개원 준비에 여념이 없을 것이다. 이미 총선 이튿날인 4월 11일 국회의원회관에는 개원종합지원실이 마련돼 의원 등록, 의원 배지 배부, 국회 출입증 발급 등의 업무를 원스톱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런 업무들도 중요하나, 당선자들은 국민들을 위해 어떤 법안을 발의하고, 어떤 의정활동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데 개원까지 남은 시간을 써야 한다. 그것이 186가지에 이르는 국회의원 특권을 허락한 유권자에 대한 예의다.

22대 국회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그래서 1호로 통과시켜야 할 법안은 이민청 신설이다. 이민청 신설은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공을 쏘아 올린 후 이민정책 국민참여단 토론회 개최, 출입국 이민 관리 체계 개선 추진단 출범 등 지난 2년여 동안 논의가 계속됐으나, 최근 그 동력을 상실한 듯하다. 21대 국회에서 국민의힘 소속의 이명수, 김형동, 정점식 의원과 정의당 이자스민 의원이 이민청 신설 법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제대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했고 임기 만료로 폐기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문제 1) 저출생, 고령화, 저성장, 노동력 부족, 지방 소멸 위기 등 사회 문제들의 해결책이 될 수 있는 것은?

문제 2) 문화적 동질성 훼손, 외국인 범죄 증가, 내국인 일자리 잠식, 국가안보 위협 등의 문제들을 야기할 수 있는 것은?

두 문제의 답은 모두 이민이다. 이민은 우리 사회의 시급한 사회문제를 풀어낼 '해결책'이 될 수 있는 동시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우리 사회는 이민 이슈를 문제 1과 문제 2처럼, 지나치게 장밋빛으로, 또는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주를 양극화해 단편적으로 보기보다는 통합적인 관점에서 살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이민 문제에 대해 장기적ㆍ체계적ㆍ종합적인 관리를 하는 이민청의 신설이 필요하다.

사실 이민청은 민주당에서 주도했던 사안이었다. 20여 년 전인 참여정부 시절부터 출입국관리국을 이민청으로 확대 개편하자는 목소리가 있었다. 2019년 백재현 전 의원 등 민주당 의원 11명이 출입국ㆍ외국인청 신설을 내용으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도 2017년 대선 공약으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022년 대선 공약으로 이민정책 컨트롤타워 설치를 제시했었다. 이번 4·10 총선에서도 박지원 민주당 당선자가 다문화 가정과 외국인 계절노동자 확보를 위한 '출입국·이민청 호남본부'(가칭) 유치를 공약했다. 여당과 한동훈이 밉다고 거대 야당 민주당이 이제 와서 이민청 문제에 등을 돌린다면, 그것은 국민을 배신하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전체 인구의 약 4%가 외국에서 태어난 이주민으로, 유럽과 북아메리카의 국가들(약 15%)에 비하면 아직은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 비율은 앞으로 빠르게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타국으로 이민을 많이 떠나는 나라에서 이입국으로 전환됐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반짝이는 금배지를 단 당선자들은 남은 12일 동안 이주하는 인간, '호모 미그란스(homo migrans)'로서의 인류의 삶과 그것이 국가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꼭 성찰하길 바란다. 그리고, 개원 후 국가 명운이 걸린 이 문제를 1호 법안 통과로 응답해야 한다.
한국일보

정회옥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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