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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의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 |
"김(정은) 위원장이 그런 표현을 누누이 썼어요. 핵은 철저히 자기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사용할 생각 전혀 없다, 우리가 핵 없이도 살 수 있다면 뭣 때문에 많은 제재를 받으면서까지 힘들게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겠는가."
문재인 전 대통령은 17일 출간된 자신의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 외교·안보 편'에서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나눈 대화를 회상하며 이렇게 적었다.
문 전 대통령은 또한 "자기에게도 딸이 있는데 딸 세대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그렇게 비핵화 의지를 나름대로 절실하게 설명했다"며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자신들의 비핵화 의지를 불신하는 것에 대해 매우 답답한 심정을 거듭 토로했다"고 했다.
이 책은 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발간한 첫 회고록이다. 남북정상회담은 물론 북미정상회담 등 주요 외교·안보 사안에 대한 소회와 후일담 등이 담겨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평화기획비서관, 외교부 1차관 등 역임했고 판문점과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도 참여했던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질문하고 문 전 대통령이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일 오전 백두산 천지에서 서서 대화하고 있다. 2018.9.20/평양사진공동취재단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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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고(故)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에 대한 언급도 나온다. 문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가 '문 대통령과 케미스트리가 정말 잘 맞는다. 최상의 케미'라고 말할 정도였다"며 "나는 그가 솔직해서 좋았다. 웃는 얼굴을 하지만 행동은 달라서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 오히려 상대하기 힘들다"고 회상했다.
아베 전 총리에 대해서는 "만나는 순간에는 좋은 얼굴로 부드러운 말을 하지만 돌아서면 전혀 진전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외에 문 전 대통령은 인도의 모디 총리에게 조끼 선물을 받고, 우즈베키스탄의 미르지요예프 대통령, 인도네시아 조코위 대통령에게 사적으로 형님으로 불렸던 일 등 재임 시절 만났던 각국 정상들과의 일화를 소개한다.
문 전 대통령은 회고록을 집필한 계기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분야의 성과를 자랑하려고 이 책을 쓴 것은 아니다"라면서 "문재인 정부가 이룬 일과 이루지 못한 일의 의미와 추진 배경, 성공과 실패의 원인과 결과를 성찰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또한 설명에 필요한 범위 안에서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은 사실들을 기록으로 남겨두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는) 미중 간 경쟁과 갈등이 격화되면서 우리 외교 여건이 더욱 힘들어졌고 거기에 전략적 모호성을 버린 현 정부의 과도하게 이념적인 태도가 우리 외교의 어려움을 더 키우고 있다"며 "남북 관계가 더 나빠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어느 때보다 '최고도의 지혜'가 필요한 상황에서 이 회고록이 국민 판단과 선택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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