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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청소년을 위한 혐오란 없다 [한채윤의 비 온 뒤 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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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현직 교사들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반대하는 교사단체 스승의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손팻말을 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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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채윤 |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활동가



한마디로 난리다. 전국이 난리다. 2010년대 초에 학생인권조례가 경기도, 서울, 광주 등에서 제정되던 당시에도 결사반대를 외치던 이들이 승리를 거두는 모양새다. 결국 충청남도와 서울의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는데 성공했고 경기도와 광주도 위태위태하다. 물론 서울시 교육청은 재의를 요구하겠다고 밝혔고, 충청남도 교육청은 대법원에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 재의결에 대한 무효 확인 소장 및 집행정지 신청서를 제출하며 맞서고 있다. 조례 폐지를 국민의힘 소속 시·도의원이 주도하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아예 더 상위법률인 ‘학생인권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까지 나서서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규탄하고 학생과 교사의 인권을 모두 존중하는 길을 찾겠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마음이 든든해지지는 않는다. 차별금지법도 15년이 넘도록 이리저리 눈치만 보며 제정을 못하는 이들이 하는 말이니까.



학생인권조례 반대의 움직임은 2010년대 초반에 조례 제정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거셌다. 2007년부터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해온 개신교 기반의 성소수자 혐오 단체들이 피켓만 바꾸어 들었다. 지난 5월3일 광주시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이 주민발의안으로 의회에 접수될 때 폐지를 주장하는 청구인들은 학생인권조례에 “성적 지향에 따라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명시해 학생들의 성정체성 혼란을 야기했다”는 제안 근거를 내세웠다.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발의한 국민의힘 박정식 도의원은 ‘현 조례에는 성적지향·성별 정체성·성소수자 학생·임신·출산 등 왜곡되고 잘못된 차별받지 않는 권리와 소수자 학생 권리 등이 포함되어 있어 학교 교육을 통하여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할 중요한 시기의 학생에게 잘못된 인권 개념을 추종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인권법 역시 이와 같은 논리로 반대할 것이 뻔하다. 그러니 먼저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에 휘둘리지 않고 인권의 가치를 지키겠다는 각오를 가져야 법 제정 추진이 가능하다.



왜 개신교 기반의 단체들이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열을 올릴까. 그 속내는 ‘서울시 학생인권조례폐지 범시민연대’가 2022년에 발표한 성명서에 잘 드러나 있다.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돼야 할 근거로 ‘소위 혐오표현을 금지하고, 종립학교의 종교교육 자유라는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등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 부모의 교육권 등을 침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사립학교의 운영 예산도 모두 국가가 지원한다. 종립학교라고 해서 학생들에게 종교 교육을 강제로 받게 해선 안된다. 이것이 헌법에 명시된 모든 국민이 누려야 할 종교의 자유다. 학교를 통해 선교를 하고 싶은 이들에겐 학생인권조례나 차별금지법은 걸림돌이다. 동성애와 트랜스젠더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가짜 뉴스와 혐오를 내세워 인권조례를 폐지하고, 차별을 맘껏 하려 한다.



학생인권조례에 부족함이 없는지 살피는 일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조례를 개정하거나 새로운 법 제정을 할 수 있고, 실태 조사와 연구 작업이 선행되고 토론이 병행돼야 한다. 다만 이 과정에 혐오와 편견이 끼어들 틈은 없어야 한다. 성인과 청소년의 인권을, 교사와 학생의 인권을 저울에 올려놓고 조금이라도 청소년과 학생으로 기울면 ‘자녀를 동성애자로 만들 참이냐’는 식의 협박이 통하지 않아야 한다. 여당 정책에 반대하는 척 하는 야당의 정치가 아니라 조례든 법이든 인권을 지키는 정치라면 응당 이래야 한다. 청소년을 위해 허용될 혐오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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