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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시험문제 빼돌려 승진했다면 오른 급여 어떻게…대법 "부당이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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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기환송심서 원고 패…승진 전후 업무난이도 비교해 결론

재상고심 "승진 후 업무구분·근로가치 살펴 부당이득 따져야"

뉴스1

대법원 모습. 2020.12.7/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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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승진 발령 과정에 하자가 있어 취소됐다면 승진에 따른 급여 상승분은 부당이득에 해당해 돌려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다시 나왔다. 이때 승진 전후 업무에 차이가 있는지는 난이도가 아닌 구체적 내용을 두루 따져 봐야 한다고 못 박았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한국농어촌공사가 전 소속 직원 A 씨 등 24명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공사는 2003~2011년 외부 업체에 직원 승진시험을 의뢰해 실시해 왔다. 그런데 이 기간 동안 시행된 승진시험에서 일부 직원들이 사전에 업체로부터 문제와 답을 미리 얻은 뒤 시험에 합격해 승진발령을 받고 그 대가로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경찰 수사에서 적발됐다.

이에 공사는 해당 직원들에게 징계 처분을 하고 승진 인사 발령을 취소했다. 이어 "승진일로부터 승진취소일까지 승진으로 인해 수령한 급여는 법률상 원인 없이 수령한 부당이득에 해당하므로 반환하라"며 소송을 냈다.

A 씨 등은 "승진발령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승진한 직급에 상응하는 근로를 제공했으므로 해당 기간 수령한 급여는 부당이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은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승진한 직급의 업무를 수행해 급여를 받은 이상 A 씨 등이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거나 공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승진 전후 직급에 따라 수행하는 업무에 차이가 없어 근로의 가치가 실질적인 차이가 없는데도 단지 직급상승을 이유로 임금이 올랐다면 근로자는 임금 상승분 상당의 이익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며 파기환송했다.

그러면서 "승진 전후 제공된 근로의 가치 사이에 실질적으로 차이가 있는지는 제공된 근로의 형태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보직의 차이 유무, 직급에 따른 권한과 책임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어진 파기환송심은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때 "개별 근로자의 승진 전후 구체적 업무를 비교해서는 안 되고, 동일 조건의 다수 근로자들의 승진 전 업무의 평균 업무난이도와 승진 후 업무의 평균 업무난이도를 비교해야 한다"고 판단해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재상고심에서 "부당이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피고들의 승진 전후 각 직급에 따른 업무에 구분이 있는지, 피고들이 승진 후 종전 직급에서 수행한 업무와 구분되는 업무를 수행함에 따라 제공한 근로의 가치가 실질적으로 다르다고 평가할 수 있는지를 살핀 다음, 그에 따라 이 사건 급여상승분이 부당이득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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