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 소속 장교 사임…바이든 행정부서 전쟁 반대 사표 잇따라
트럭 타고 라파 떠난 팔레스타인인들 |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 소속 한 장교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친이스라엘 정책에 반발해 사표를 냈다.
그간 행정부 소속 관료들이 전쟁에 항의해 사표를 낸 적은 있었지만 군 장교가 사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미국 사회와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워싱턴포스트(WP),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은 13일(현지시간) DIA의 중동 분석가인 해리슨 만 육군 소령이 전날 구인·구직 소셜 네트워크인 링크트인에 바이든 행정부의 가자지구 전쟁 지원에 항의해 사임한다는 게시글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DIA는 이스라엘, 하마스를 포함해 외국 군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만은 게시글에서 "DIA는 정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뿐 아니라 정책을 가능하게 하고 때때로 직접 실행도 한다"며 "지난 6개월간 나를 괴롭게 한 것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이 무고한 팔레스타인인 수만 명을 죽이고 굶어 죽게 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지난 몇 달간 끔찍하고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고, 나의 업무와 이런 끔찍한 일들 사이의 연관성을 부인할 수가 없다는 사실이 나를 부끄럽게 하고 죄책감이 들게 했다"고 토로했다.
스스로를 유럽 유대인(European Jews)의 후손이라고 밝힌 만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대규모 지상전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미국의 정책에 더욱더 실망했다고 비판했다.
외신에 따르면 만은 지난 11월 사의를 표명했지만, 지난 1월 초 사표가 수리됐다. 실제로 군을 떠나게 되는 시점은 6월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만은 지난달 자신이 사표를 낸 이유를 설명하는 편지를 동료들에게 보냈고, 이를 13일 링크트인 프로필에 공개했다.
그는 그러면서 몇 달간 사임 동기를 밝히지 않았던 것과 관련해 "직업 규범을 위반하고 존경하는 다른 장교들이 실망하게 하고 그들이 배신당했다고 느낄까 봐 두려웠다"고 언급했다.
육군과 DIA는 만의 복무 사실은 확인했지만 사임 이유에 관한 확인은 거부했다.
DIA는 "다른 직장에서와 마찬가지로 DIA에서도 직원들이 여러 이유로 일상적으로 사표를 낸다"고만 언급했다.
지난 10월 7일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으로 가자지구에서만 3만5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스라엘 당국도 자국에서 1천200여명이 숨졌다고 밝힌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라파에서 지상전을 고집하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는 있지만 무기 지원 등 긴밀한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왔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의 친이스라엘 정책에 반발한 미국 국무부 직원들이 잇따라 사표를 던지고 있다.
미 국무부의 아랍어 담당 대변인이었던 할라 라릿은 지난달 미국의 이런 접근법이 중동에서의 입지를 후퇴시킬 것이라고 비판하며 사표를 냈다.
직업 외교관이 가자지구 전쟁에 반발해 사표를 낸 것은 라릿이 처음이었다.
앞서 지난 3월에는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국에서 중동 인권을 담당해온 안넬 셸린도 "가자지구에서 이런 잔혹한 행위가 가능하게 한 정부를 위해서는 더 이상 일할 수 없다"며 사표를 냈다.
지난해 10월에는 미 국무부 정치군사국의 의회 및 대외 업무 담당 과장으로 재직하던 조시 폴이 전쟁에 항의하며 사임했고, 지난 2월에는 미국 공군 소속의 현역 군인이던 에런 뷰슈널이 워싱턴의 이스라엘대사관 앞에서 가자지구 전쟁과 미국의 지원에 항의하며 분신해 사망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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