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4 (금)

대통령실, ‘라인사태’ 일본 부당성 언급 없이…네이버에 “진실된 입장 내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향후 기업 입장 등 고려 안 해

정치권엔 “반일 조장 자제를”

경향신문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13일 독도를 찾아 대일 외교 비판 성명을 발표한 뒤 태극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조국혁신당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통령실은 일본 정부가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매각을 압박했다는 논란을 두고 13일 “네이버가 조금 더 진실되고 구체적인 입장을 주는 것이 정부가 네이버를 돕는 데 최대한 유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을 겨냥해 “반일을 조장하는 정치 프레임이 국익을 훼손”한다고 했다. 일본 측을 향해서는 “우리 기업의 의사에 반하는 부당한 조치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 압박에는 구체적 대응 방안을 내놓지 않은 채 네이버와 국내 정치권을 향해 구체적 입장과 비판 자제를 요청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정부는 우리 기업이 해외로부터 어떠한 불합리한 처분이나 불리한 여건 없이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며 “우리 기업의 의사에 조금이라도 반하는 부당한 조치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라인야후 사태는 네이버클라우드의 ‘라인’ 앱 이용자 정보유출을 문제 삼아 지난 3월 일본 정부가 라인야후에 네이버와의 자본관계 재검토 등의 행정지도를 내리면서 촉발됐다. 이 조치가 일본 정부의 네이버 지분매각 압박으로 인식되면서 정부의 미온적 대응 논란이 확산 중이다.

성 실장은 지난해 11월 개인정보 유출 사건 직후부터 네이버와 소통하고 외교 채널을 통해 행정지도의 사실관계를 파악해왔다고 말했다.

성 실장은 그러면서 “네이버가 라인야후 지분과 사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일 경우, 적절한 정보 보안 강화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일본 총무성 행정지도의 부당성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일부에서 진상 파악을 위해 일본 정부와의 공동 조사를 요구하는 데도 일단 선을 그었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일본 정부와 함께 사안에 대해 파악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지금까지는 그러한 부분들이 이미 협력 관계를 통해서 이루어져왔다”고 말했다.

민주 “기업에 책임 떠넘기는 정부”
조국, 독도 찾아 “국정조사로 규명”

반면 네이버에 대해서는 구체적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다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정부의 지원을 위해서는 네이버의 ‘진실되고 구체적 입장’이 필요하다면서 “구체적인 입장을 기대한다”고 했다.

한국 민간 기업이 일본 측의 일련의 압박에 명확한 입장을 밝히면 향후 대일본 기업 활동과 지분매각 협상력 유지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발언으로 풀이된다.

성 실장은 “정치권에 초당적 협조를 요청드린다”면서 “일각의 반일을 조장하는 정치 프레임이 국익을 훼손하고, 우리 기업을 보호하고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일부에서 나오는 반일 이슈로 가져가는 것은 우리 기업의 의사결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라인야후 사태’를 “윤석열 정부의 굴종 외교 결과물”로 규정하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관련 국회 상임위원회를 열어 정부 대응을 따져보자고 했고, 조국혁신당은 독도를 찾아 국정조사 추진 의사를 밝혔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제 주권을 포기하는 정부가 제대로 된 정부인가”라며 “정부는 즉각 범정부 대책으로 우리 기업을 지켜라. 그렇지 않으면 매국 정부, 매국 정당이라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우리의 글로벌 플랫폼을 일본에 강탈당하게 생겼는데 대통령실은 반일 프레임을 걱정하고 있나”라면서 “손 놓고 있다가 국민의 분노가 들끓자 이제야 미적대며 나서는 것도 답답한데 반일감정부터 걱정하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이 네이버에 ‘진실되고 구체적인 입장’을 요구한 것을 두고는 “앞장서 막아주지는 못할망정 해당 기업에 책임 떠넘길 궁리만 하는 정부의 행태를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날 오후 독도를 방문해 대일 외교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조 대표는 “굴종도 이런 굴종이 없다. 친일 정권을 넘어 종일, 숭일 정권”이라며 “네이버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조국혁신당은 윤석열 정부가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국정조사를 통해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윤 대통령의 마음 속 키워드는? 퀴즈로 맞혀보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