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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단독] 지난 1년간 네 번째 당일 시험 취소… 공인기관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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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검정회 주관 한자시험 공신력 논란

5급 온라인시험 도중 오류 반복

응시생에 ‘시험 전면 취소’ 고지

“오류 원인 찾는 기간 기약 못해”

재시험 대신 현장시험 응시 안내

“아이들 보는 시험이라 대응 미흡”

“주관자격 박탈” 수험생 불만 속출

지난 11일 치러진 대한검정회의 온라인 한자급수자격검정시험이 시험 도중 전산상 오류로 인해 전면 취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시험이 지난 1년간 시험 당일 돌연 취소된 것은 이번이 4번째다. 특히 이번 시험은 취소를 공지하면서 ‘문제 해결을 예상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재시험 일정조차 알리지 못했는데, 반복되는 시험 취소에 애꿎은 수험생들만 불편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1일 대한검정회는 ‘자기주도형 온라인 한자급수자격검정’ 시험 응시생 모두에게 문자를 보내 “프로그램 오류 원인을 찾기 어렵고 수습을 기약할 수 없어 시험이 전면 취소됐음을 알려드린다”고 공지했다. 지난 2월에도 전산 오류로 해당 시험이 당일 취소된 데 이어 같은 시험이 두 번 연속 중단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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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한검정회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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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검정회는 교육부가 인정하는 국가공인 등급(준2급∼1급) 검정시험을 주관한다. 준3급부터 8급까지의 비공인 등급 시험의 경우 1년에 4차례 온라인으로도 시험이 진행된다. 온라인 시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도입됐는데 화상회의 플랫폼인 ‘줌’에 들어가 영상을 켠 채로 시험을 보는 방식이다. 저난도 급수 시험인 데다 고사장에서 OMR 답안지를 적는 데 익숙지 않은 저학년 학생들이 이 방식을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일 치러진 시험도 지난 2월과 마찬가지로 첫 시험시간인 5급 시험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반복되는 오류에 대한검정회는 낮 12시36분 ‘시험이 전면 취소됐다’고 응시생 측에 안내했고 이후 시험은 중단됐다. 이번 시험에 응시한 9세 쌍둥이 자녀의 학부모 조현정(39)씨는 “아이들이 토요일에 어디 가지도 못하고 오전부터 시험 준비하고 있었는데 시험을 1시간40여분 앞두고 취소 문자를 받았다”며 “지난 2월에도 오류로 재시험을 봤는데 공인 급수 시험을 주관하는 기관이 이런 문제를 반복하는 데 대해 화가 난다”고 말했다.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시험 주관 자격을 박탈해야 하는 것 아니냐”, “앞으로 진행되는 시험도 신뢰하기 어렵다”, “다음에도 온라인 시험을 신청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다” 등 시험 취소에 따른 항의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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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검정회가 지난 2월 3일 발송한 ‘자기주도형 온라인 한자급수자격검정’ 시험 취소 안내문. 응시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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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취소된 시험들과 달리 이번엔 재시험이 없는 전면 취소라는 점에서 응시생 측 불만은 더 크다. 대한검정회는 시험이 중단되고 오후 늦은 시간인 10시48분에야 수험생들에게 “오류 원인을 찾는 데 기간을 기약할 수 없다”며 25일 예정된 현장시험에 추가 응시할 수 있게 안내했다. 집에서 10㎞ 떨어진 고사장으로 안내받은 조씨는 “그날 예정된 미술대회도 못 가게 생겼다”며 “문제 발생 후 대응이 너무 미흡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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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검정회가 지난 11일 온라인 한자급수자격검정시험 응시생 측에 보낸 시험 취소 안내문. 독자 제공


주 응시생이 어린 학생들인 탓에 시험 주관 기관이 안이하게 대응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응시생 7살 자녀를 둔 이모(38)씨는 “어른들이 보는 시험이 이런 식으로 취소된다면 큰 비난을 받았을 것“이라며 “아이들이 (주로) 보는 시험이라 매번 이런 식으로 넘겨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이씨는 “아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시험공부를 한 건데 허무해한다”며 “한두 번도 아니고 시스템 오류가 (반복되는데) 대한검정회가 공신력 있는 기관인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세계일보는 대한검정회 측에 수차례 연락으나 이번 사태에 대해 답이 없었다. 앞서 대한검정회는 온라인 시험이 먹통이 됐던 지난 2월 세계일보에 “시험 당시 발견된 문제는 해결했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프로그램이 정상 작동하는지 보고 있다”며 응시생들에게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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