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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7 (금)

'루비콘강 건넌' 글로벌 반도체戰, 111조 보조금 전쟁으로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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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EU 반도체 육성에 사활…확정 보조금만 111조

200조 퍼붓는 중국, 반도체 챔피언 육성에 국운

아주경제

[사진=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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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초강대국들이 첨단 반도체 확보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으며 전 세계 반도체 패권 전쟁이 나날이 격화하고 있다. 인도 등 신흥국들마저 막대한 보조금을 앞세워 자국산 반도체 생산에 국운을 걸고 나섰다. 미·일·EU 반도체 육성에 사활…확정 보조금만 807억 달러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EU, 인도, 일본이 반도체 생산기지를 구축하기 위해 현재까지 확정한 보조금만 총 807억 달러(약 11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나라별로 보면 △미국 328억 달러 △독일 183억 달러 △일본 167억 달러 △인도 71억 달러 △프랑스 31억 달러 △네덜란드 27억 달러 등이다. 특히 미국은 인텔, TSMC, 삼성전자 등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제공하며 자국에 반도체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지미 굿리치 중국 선임 및 전략기술 고문은 “중국과의 기술 경쟁,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 우리가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전 세계가 반도체 시장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전쟁은 앞으로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확정된 보조금 807억 달러는 반도체 지원을 위해 각국이 배정한 예산 중 일부다. 앞으로 세계 각국의 보조금 지급 액수는 계속해서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국은 390억 달러의 보조금 외에도 750억 달러의 대출 및 대출 보증, 25%의 세액공제를 골자로 하는 반도체법을 통해 첨단 반도체 생산을 장악하겠다는 포부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은 지난달 한 콘퍼런스에서 “우리의 적과 경쟁자들은 천천히 움직이지 않는다”며 “그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니, 우리도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불붙인 반도체 보조금 전쟁에 다른 나라들도 속속 동참하고 있다. EU는 2030년까지 전 세계 반도체 생산의 20%를 확보하기 위해 463억 달러를 투입할 방침이다. EU는 민간투자 등을 합치면 총 1080억 달러 이상이 반도체 부문으로 흘러 들어갈 것으로 추정했다. 이러한 자금 대부분은 역내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데 사용될 전망이다. 한 예로 독일 정부는 인텔이 마그데부르크에 계획한 360억 달러 규모의 공장에 약 110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과거 반도체 강국이던 일본 역시 반도체 지원을 위한 253억 달러의 자금을 확보한 상태다. 이 중 167억 달러가 TSMC의 구마모토현 제1·2공장과 라피더스의 홋카이도 파운드리 1곳 등에 할당됐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보조금 전쟁이 세계 반도체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봤다. SIA는 세계 첨단 로직칩(10나노미터 미만) 생산 능력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32년에 28%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대만(47%)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반면, 한국의 생산 비중은 2022년 31%에서 2032년에 9%로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과 유럽은 같은 기간 0%에서 5%, 6%로 각각 비중이 늘 것으로 전망했다.
200조 퍼붓는 중국, 반도체 챔피언 육성에 국운

미국 기술 제재의 표적이 된 중국 역시 반도체 산업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SIA는 중국 정부가 반도체 부문에 약 1420억 달러(약 194조원) 이상을 지출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외에도 중국 정부는 SMIC, 화웨이 등 수십 개의 주요 반도체 회사에 대한 국가적 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270억 달러의 자금을 추가로 조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지원에 힘입어 중국에서는 수많은 반도체 공장이 건설되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에 막혀 구형 칩 생산에 집중하면서도, 동시에 제재를 뚫기 위해 첨단 반도체 기술을 확보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블룸버그 분석에 따르면 중국에는 반도체 회사만 200곳 이상이고, 그 등기 자본금 규모는 총 610억 달러가 넘는다. 이들 중 대다수는 국유 기업 등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곳들이다.

신흥국들 또한 반도체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인도는 지난 2월 타타그룹의 반도체 공장 건설안을 승인하는 등 100억 달러의 보조금을 통해 자국산 반도체 출시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경제를 다각화하기 위해 반도체 부문에 막대한 투자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아주경제=윤주혜 기자 jujusu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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