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인도주의 구역' 설정에도…팔 난민구호기구 "안전지대 없다" 일축
라파 검문소 점령에 일부는 시내 진격…가자 북부 자발리아 공습·지상전 격화
지난 6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의 동부 지역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지자 주민들이 차량에 짐을 잔뜩 실은 채 인근 칸 유니스에서 이동하는 모습. 2024.05.06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종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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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성식 박재하 기자 =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완전 소탕과 피랍 인질 석방을 명분으로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 대한 군사작전을 강화한 가운데 유엔 기구는 지난 엿새 동안 피란민 30만 명이 라파를 탈출한 것으로 집계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12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지금까지 약 30만명의 피란민이 라파를 떠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전 지대는 어디에도 없다"며 이스라엘군과 하마스 간 휴전을 거듭 촉구했다.
가자지구 내 마지막 남은 미수복지 라파를 상대로 이스라엘군이 군사작전을 강화한 건 지난 6일부터다. UNRWA는 9일 8만명, 11일까지는 15만명이 탈출했다고 발표했는데, 불과 하루 만에 라파를 등진 피란민이 두배로 늘어난 셈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2월부터 라파에 남은 하마스 4개 대대를 소탕해야 한다는 이유로 라파 침공을 예고해 왔다. 그러나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가자지구 주민 230만 명 중 절반 이상인 140만 명이 라파에 머물고 있는 만큼 대규모 인명피해가 벌어질 것을 우려해 라파 침공을 만류했다.
그럼에도 인질 석방을 조건으로 한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이 공전을 거듭한 데다 하마스의 로켓 공격으로 이스라엘 장병 3명이 숨지자 지난 6일 이스라엘군은 라파 동부 지역 주민 10만 명을 대상으로 라파 북쪽 칸 유니스와 알 마와시 내 '인도주의 구역'으로 즉각 이동할 것을 명령했다.
이에 같은 날 하마스는 카타르·이집트가 제안한 휴전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군 철수와 적대 행위 영구 중단 등의 조건에 난색을 표했던 이스라엘 총리실은 휴전안에 독소 조항이 포함됐다며 채택을 거부했다.
이스라엘군은 6일부터 라파 일대 공습을 재개했고 7일에는 이집트와 라파를 잇는 라파 검문소에 전차를 보내 통제권을 장악했다. 가자지구에 구호품이 반입되는 검문소까지 전차가 진격하자 라파를 상대로 한 제한적 규모의 지상 작전이 시작됐다는 해석을 낳았다.
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가자지구 상공에 공습으로 인한 연기가 자욱하게 솟구치는 모습. 이날 이스라엘군은 최남단 라파 동부 지역에 '즉시 대피' 명령을 내렸다. 2024.05.06/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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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일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군이 대규모 라파 침공을 시작할 경우 대(對)이스라엘 무기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미국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난주 폭탄 3500발의 이스라엘 수출 선적이 중단됐다고 공식 확인해 줬다.
반면 네타냐후 총리는 9일 소셜미디어에 영상을 게재해 "필요하다면 손톱만으로도 싸워야 한다. 홀로 서야 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며 미국의 지원 중단에도 라파 침공을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당일 소집한 안보회의에선 라파 군사작전의 '신중한 확장'이 승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라파에선 이스라엘군의 전차 부대가 검문소를 지나 주요 도로를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현지 주민들을 인용해 이스라엘군 전차가 10일부로 라파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살라 후딘(Salahuddin)' 도로를 점령해 라파 동부 지역을 포위했다고 보도했고, AFP 통신은 가자지구 당국자를 인용해 12일 이스라엘군 전차가 라파 동부 접경지에서 시내방향으로 약 2.5㎞를 전진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이후 이스라엘군이 점령한 가자지구 북부 지역에서는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였던 지상전이 재개됐다. 이스라엘군은 12일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에 하마스 잔당들을 소탕하기 위해 다시 전차를 투입했으며, 가자 전역에서 하루 동안 테러 용의가 있는 150곳을 전투기로 표적 공습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하마스가 통제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 24시간 동안 최소 63명이 숨져 개전 이후 역내 누적 사망자 수가 3만5034명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했다.
7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라파와 이집트를 잇는 라파 검문소 앞에 이스라엘의 탱크가 세워져있다. 2024.05.07 ⓒ AFP=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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