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전달한 통일운동가 출신 재미교포 최재영 목사가 13일 검찰에 출석하며 “사건의 본질은 명품 수수가 아니라 김 여사의 대통령 권력 사유화”라고 말했다.
최 목사는 “김 여사가 대통령 권력을 자신에게 집중화하고 이원화하고 사유화한 사건”이라며 “이권 개입과 인사 청탁이 저에게 목격돼 (취재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인터넷매체 '더탐사'가 보도한 대통령 관저 고급 소나무 배달 의혹. 사진 더탐사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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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아무것도 받지 않았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제게 명품백을 받은 날 다른 대기자들이 복도에서 김 여사를 접견하려고 선물을 들고 서있었고, 한남동 관저로 이사를 가서도 백석대학교 설립자로부터 1000만원 상당의 고급 소나무 분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초 인터넷 매체 ‘더탐사’는 유튜브를 통해 2022년 11월 백석대에서 대통령 관저로 소나무 분재가 배달됐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이날 중앙일보는 장종현 백석대 설립자(총장) 측에 내용을 확인했으나 “알지 못하는 내용”(백석총회 관계자)이란 답변만 받았다.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가 최재영 목사 소환조사일인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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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목사는 ‘함정 취재’라는 비판에 대해선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과 배우자는 결벽에 가까울 정도로 청렴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하다”며 “김건희 여사와 윤석열 대통령이 어떤 분인지 알기에 그들의 실체를 알리기 위해 언더커버(잠입) 형식으로 취재한 것이다. 범죄가 아니다”라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승호)는 청탁금지법 위반, 주거 침입,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고발된 최 목사를 이날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김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전달한 경위와 목적, 청탁성 여부 등도 확인할 방침이다.
최 목사는 2022년 9월 13일 김 여사에게 300만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전달하면서 ‘손목시계 몰래카메라’로 이 장면을 촬영했다. 명품 가방과 몰래카메라는 모두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가 준비했다. 앞서 검찰은 최 목사에게 김 여사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영상 원본 등의 제출을 요구했지만 최 목사는 보도 당시 다른 취재 기자에게 모두 넘겨 제출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손목시계 등에 대해서는 “담당 검사들이 채집해서 수사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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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부부를 고발한 서울의소리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영상에는 김 여사가 가방을 수수한 당일 “저는 적극적으로 남북 문제에 나설 생각”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잘 해내서 통일돼서 대한민국이 성장되고 우리 목사님도 한번 크게 저랑 같이 할일 하시고” 등의 언급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서울의소리 측은 이를 바탕으로 대통령과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오는 20일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를 소환할 계획이다. 이날 최 목사와 동행한 백 대표는 “20일 조사 때는 최 목사와 김 여사가 나눈 카톡 등 아직 공개되지 않은 자료 서너 가지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의소리 측 소환조사가 마무리되면 검찰은 김 여사의 소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현행법상 처벌 규정이 없는 점, 현직 대통령의 배우자인 점 등 여러 특수성으로 인해 검찰의 고심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처벌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사람을 소환하는 건 수사 원칙상 맞지 않다”고 말했다.
청탁금지법상 대통령은 배우자의 금품 수수 사실을 인지했을 경우 비서실장 등에 이를 신고할 의무가 있지만, 배우자를 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반면 금품을 건넨 공여자에 대해서는 처벌 규정이 있어, 최 목사의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과 법리만 보면 김 여사는 ‘무혐의’ 처분될 가능성이 크다.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특검 방어용 수사’라는 비판 공세를 펼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이재명 대표 배우자인) 김혜경 여사였으면 소환해서 기소하지 않겠나”라며 “김건희 여사 소환 없이는 안하느니만 못한 수사라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목사는 이날 약 12시간가량의 검찰 조사를 마치고 오후 9시42분쯤 귀가했다. 귀갓길 ‘직무 관련성에 대한 질문이 있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당연히 있었다”며 “저는 제가 알고 있는 것, 소회를 충분히 밝히고 사실관계를 확인해줬으니 판단하는 건 검찰의 몫”이라고 말했다. 또 검찰이 명품 가방 외 다른 선물에 대해서도 질문했다면서 “모든 것, 제가 건네준 선물의 의미, 어떻게 전달했으며 왜 전달했는지 그런 것을 다 소상히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최 목사는 앞서 김 여사가 금융위원 관련 청탁을 받는 것으로 보이는 장면을 목격했다고도 주장했는데, 이 부분도 검찰이 조사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는 충분하게 진실을 다 말했다”며 “직무 관련성 여부는 검찰이 고민하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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