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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in-터뷰] "한국 헬스케어 산업 발전 이끌 상생협력 동반자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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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석 기자] [라포르시안] 국내 의료기기 대표단체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이하 협회·협회장 김영민)가 지난 3월 20일 이사회에서 9개 위원회 위원장을 선임하고 지난달 29일 협회장 취임 첫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제10대 집행부 출범을 알리며 본격적인 회무를 시작했다.

협회 제10대 집행부는 기존 수석부회장 직을 폐지하고 제조 수입사 다국적기업 소속 부회장 3인 체제로 개편하고 50대 젊은 이사들을 중심으로 위원장을 선임해 회원사가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현안 해결과 의료기기 정책 제안에 회무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각 위원회 활동에 맞게 전문성을 갖춘 것은 물론 중장기적 관점에서 의료기기산업을 이끌어갈 젊은 인사들을 위원장으로 인선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킷 탕(Kit Tang) 한국로슈진단 대표이사는 협회 부회장에 선임된 최초의 다국적기업 외국인 CEO이자 국제교류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인물이다.

라포르시안은 20년이 넘는 오랜 경력의 체외진단 전문가로 로슈진단 홍콩·상해·대만 등 아시아는 물론 미국·독일 스위스 본사를 두루 거치며 세일즈 마케팅 제품 상용화 글로벌 전략 기획 등 다양한 분야 전문성과 인사이트를 갖춘 킷 탕 대표로부터 협회 국제교류위원회 중점 추진 사업과 한국 의료기기산업 발전을 위한 국내 의료기기 제조사와 다국적기업 간 협력·상생 방안을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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킷 탕(Kit Tang) 한국로슈진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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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회 부회장에 선임된 최초의 다국적기업 외국인 CEO가 됐다. 앞서 해외에서의 다양한 비즈니스 경험을 살려 협회 국제교류에 도움이 되고자 '국제교류위원회' 위원장직 수행을 자처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교류위원장직을 자처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 협회는 체외진단 진단영상 안과 치과 피부미용·성형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을 포함한 다방면의 업계에서 활동 중인 1000곳 이상 다국적·수입사·제조사를 대표하는 의료기기 단체이다. 또한 정부 및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긴밀히 협력해 의료기기 규제 및 준수 기틀을 구축하고, 건강보험 정책 제안과 제도 개선을 통한 공정한 유통구조·무역환경 조성과 시장 인프라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로슈진단은 협회와 오랜 기간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나를 포함해 직원들도 각자 분야의 전문성을 살려 IVD위원회 법규위원회 윤리위원회 대외협력위원회 국제교류위원회에서 활동 중이다. 한국로슈진단의 비즈니스 성장을 넘어 협회 및 다른 기업들과 공동의 노력을 통해 의료기기산업 발전을 이끌고 혁신적인 헬스케어 솔루션에 대한 환자 접근성을 높이도록 노력하는 것이 글로벌 리딩 기업에 주어진 역할이자 의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점에서 협회 부회장에 선임된 것은 매우 영광스러운 한편 그 책임 또한 무겁다.

개인적으로는 2005년 홍콩로슈진단에 입사한 이래 지난 20년간 체외진단 업계에 근무하며 중국 상해, 독일 펜츠베르크, 미국 플레젠튼, 로슈 그룹 본사가 있는 스위스 바젤 등 여러 국가의 다양한 문화와 비즈니스 환경에서 근무했고 세일즈·마케팅을 비롯해 제품 상용화, 글로벌 전략 기획 그리고 기업 최고 경영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다. 이러한 경력과 경험을 고려했을 때 협회 국제교류위원장으로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이 많다고 생각했다.

- 그간 국제교류위원회는 주한 외국 대사관 및 해외 의료기기 단체와의 교류·협력을 담당해 왔다. 세부적으로는 해외 의료기기 산업 유관 단체와의 교류 협력 증진 협회 회원사의 해외 의료기기 시장 진출 지원 국제 의료기기 규제 조화 및 해외 의료기기산업 동향 파악 등을 주요 업무로 수행해 왔다. 제10대 집행부에서 국제교류위원회가 추진하고자 하는 중점 사업은 무엇인가?

= 국제교류위원회는 상근 팀장과 2명의 직원 그리고 약 15명의 기업 회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다국적기업과 국내사 비중은 거의 동일하다. 새롭게 위원장을 맡아 이달 말 첫 번째 운영회의를 통해 주요 사업 추진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국제교류위원회는 협회를 해외 산업협회 및 정부 기관과 연결해 국제교류를 촉진하고, 최신 국제 규제 체계 및 국제 표준화에 대한 정보 공유를 통해 혁신적인 성장 기회를 모색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앞서 지난 4월 상해에서 열린 제89회 중국국제의료기기전시회(CMEF Spring 2024) 기간 동시 개최된 GHWP(Global Harmonization Working Party·국제의료기기규제조화회의) 혁신 의료기기 심포지엄에 협회 대외협력부 팀장이 참여한 것을 좋은 사례로 들 수 있다. 해당 심포지엄은 GHWP 회원국 규제 당국과 산업 전문가 200명 이상이 참여했다. 협회는 이 자리에 연사·패널로 참여해 규제 의존성에 대한 글로벌 및 한국 의료기기산업의 의견을 공유하고, 협회가 국내 산업의 규제 조화와 국제화를 위해 노력해 온 내용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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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국제교류위원회는 2022년 Medi-Talk 웨비나를 통해 새로운 유럽 규정(EU MDR·EU IVDR)으로의 전환 및 일본 의료기기 시장진출을 주제로 회원사에 유익한 정보를 제공한 바 있다. 더불어 작년에도 중동·아랍에미리트(UAE) 시장진출에 도움을 주는 정보를 회원사와 공유했고, 호주·캐나다 퀘벡 정부 및 미국 대사관과의 네트워킹을 통해 협회 활동과 한국 의료기기 시장 진입을 위한 국내 의료기기법을 안내했다.

협회는 20년이 넘는 역사 동안 회원사를 위해 많은 역할을 해왔고, 그 영향력은 매우 인상적이다. 국제교류위원장으로서 이러한 활동을 해외의 의료기기협회·유관 단체뿐만 아니라 산업계에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영문으로 홍보하는 등 여러 방안을 강구해 나갈 계획이다.

- 최근 메드트로닉·올림푸스 등 다국적기업의 국내 의료기기업체의 인수합병이 연이어 무산됐다. 일각에서는 국내 업체의 인력 및 경험 부족, 내부 컴플라이언스(준법 감시)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점, 글로벌 시장에서의 기술 확장성이 부족한 점 등 여러 원인을 꼽고 있다. 한국 의료기기업체가 다국적기업과의 제품 연구·개발, 영업·마케팅,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 등 협업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 먼저 해당 다국적기업 사례에 대해 개인 의견을 표명하기 힘든 점 양해를 구한다. 자유 시장에서는 항상 성공과 실패 사례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한국 진단기업들이 해외 파트너와 함께 놀라운 성과를 거둔 것이다. 2023년에는 14개 한국 제약사가 다국적 제약기업과 총 5.6조 원의 가치를 지닌 17건의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한국이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계에서의 영향력이 점점 증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영민 협회장을 중심으로 협회 이사회는 글로벌 커뮤니티와 더 강력한 협력과 조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공동의 노력으로 협력할 때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헬스케어 업계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뛰어난 성과를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국제교류위원장으로서 협회의 글로벌 교류와 한국 헬스케어 산업의 가치 창출 및 혁신을 촉진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

다만 앞선 질문에 대한 개인 의견이 아닌 일반적인 답변을 하자면 전형적인 다국적 거래에서는 파트너가 지적재산권, 확장 가능성, 시장 잠재력, 경쟁 우위성, 인재 유지, 컴플라이언스·ESG 준수와 같은 다양한 주제에 관심을 기울인다. 해당 주제들은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하는 공통된 요소인 만큼 다국적기업과의 협업을 위해서는 이러한 부분에 중점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 2021년 10월 1일 한국로슈진단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이 시기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기도 하다. 약 3년 시간이 지났다. 전 세계 국가와 마찬가지로 한국 역시 코로나 이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코로나 이후 한국의 헬스케어 시장과 보건의료 제도·정책은 어떤 변화가 있었다고 보는가.

= 코로나19는 진단의 가치와 중요성을 전 세계인에게 입증하며 헬스케어의 변화가 가속화하는 계기가 됐다. 코로나 이후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헬스케어 패러다임은 질병 치료에서 예방·진단·모니터링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덕분에 체외진단 시장이 급성장했다. 주목할 점은 한국 정부가 기존 체외진단 플랫폼에 유전공학·ICT(정보통신기술) 등을 융합해 정확도와 정밀도가 향상된 차세대 융복합 진단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자 관련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동반 진단, AI 기반 디지털 병리, 디지털 PCR(Polymerase Chain Reaction) 등 차세대 융복합 진단 플랫폼이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상용화되는 추세다.

최근 다양한 질환 영역에서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를 구축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러한 빅데이터가 차세대 체외진단 기술과 잘 융합된다면 개인 맞춤형 정밀 의료를 실현할 수 있는 길이 빠르게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한국은 코로나 이후 체외진단의료기기(IVD)를 수출 지원 육성 분야로 선정해 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데, 로슈진단과 같은 글로벌 기업과의 오픈 이노베이션 파트너십을 통해 세계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혁신 기술을 발굴하고 정책적인 검증을 진행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판단된다. 로슈진단은 앞으로도 이 분야에 있어 의미 있는 기여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국 정부는 또한 급변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환경에 맞춰 환자의 안전성을 지키면서 기술 접근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규제 방안에 대해서도 활발한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올해 2월 미국 FDA와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제 인공지능 의료제품 규제 심포지엄'(AIRIS 2024)를 개최해 각국 전문가들과 함께 의료기기·의약품 등 개발을 위한 AI 기술 활용 경험을 공유하고, 안전하고 효과적인 의료제품이 신속하게 개발될 수 있도록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했다.

한국로슈진단은 AIRIS 2024의 공식 참여 기업으로서 의료계에서의 AI 기술 활용과 제품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올바른 규제 중요성, 또한 이를 위한 관계 기관 및 학계·산업계 공동의 노력과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한국로슈진단은 지난해 1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과 글로벌 연구 협력 지원사업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한국로슈진단은 한국 업체들과 오픈 이노베이션 실현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펼치고 있는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구체적인 사례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 '이노베이션'은 로슈를 이끈 성장 동력이다. 로슈그룹 CEO는 "혁신은 우리의 DNA에 내재돼 있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한국로슈진단의 올해 슬로건 역시 'Bold Innovation, Authentic Collaboration'(담대한 혁신, 진정한 협력)으로 진단 분야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과감한 '혁신'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진정성 있는 '협력'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철학을 담고 있다. 우리는 광범위한 의학적 지식과 기술, 데이터·과학이 함께 융합해 연구 개발 및 환자 치료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시기를 살고 있다. 로슈진단은 다각도의 협력을 통한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의료 생태계 형성에 참여하고 궁극적으로 환자 삶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이를 위한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로슈진단의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크리스피어'(CREASPHERE)를 꼽을 수 있다. 로슈진단은 세계적인 스타트업 투자기업 '플러그 앤 플레이'(Plug and Play)와 협력해 크리스피어를 공식 출범시켰다. 로슈진단 전문가들은 선발된 스타트업에 멘토링, 마케팅, 선발 기업의 관심 시장에 대한 접근, 글로벌 네트워크 연결 등 다양한 자원을 제공하게 된다. 유럽·미국에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2020년 이후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도입해 50개 이상 스타트업이 참여했다. 특히 로슈진단은 크리스피어의 한국 도입을 위해 정부 기관과도 밀접하게 협업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월 진흥원과 글로벌 연구 협력 지원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으며, 이 협약은 의료기기 및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연구 개발을 수행할 스타트업을 선정해 국제 네트워크 기반 확보 및 멘토링을 제공해 개방형 협업 모델 구현을 목적으로 한다.

실제로 협약에 따른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선정된 한국 스타트업 '뉴로핏'은 한국 기업 중 처음으로 '스타트업 크리스피어 APAC 2023' 참여 기업으로 선정됐다. 뉴로핏은 뇌 질환 영상 AI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으로 로슈진단과 함께 알츠하이머병 분야에서 미래의 환자 임상에 활용될 수 있는 근거 생성을 위한 연구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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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산업진흥원과는 한국 의료기기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국내 의료기기 관련 기업과의 기술적 협력 및 글로벌 진출을 돕고자 로슈진단-진흥원 메드텍 오픈 이노베이션 '뉴 임팩트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에서 개최된 'RED(Roche Experience Day) 2023'에서는 로슈진단과 스타트업이 모여 새로운 아이디어와 제품을 선보이고 발전적인 피드백을 나누는 '이노페스트'(InnovFest) 세션도 운영됐다. 이 자리에서는 7곳의 스타트업이 진단·임상 분야 효율성과 퀄리티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를 공유했으며, 로슈진단 등 국내외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6명의 패널리스트가 1:1 컨설팅 등을 통해 성공적인 상용화 및 잠재적 협업 방안을 논의했다. 업무 협약을 통해 선발된 기업에는 이들의 성장과 해외 진출을 지원하며, 로슈진단의 전문가 비즈니스 컨설팅 및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 기회가 주어진다.

한국로슈진단은 다각도의 오픈 파트너십을 통해 혁신을 촉진하고 한국 정부·기업과의 신뢰할 수 있는 '동반자'로 공동 성장을 위해 열린 마음으로 협업 생태계 구축에 기여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내일 환자가 필요한 일을 오늘 행하라'(Doing now what patients need next)라는 로슈그룹 슬로건이자 기업 철학 실현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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